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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나저씨’ 타고 배우로 우뚝 서다

‘연기 잘하는 가수 출신 연기자’ 1위…《나의 아저씨》 통해 악플 배우 이미지 벗어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30(Wed) 14:00:00 |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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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조사회사 피앰아이(PMI)가 20~50대 남녀 2400명에게 ‘가수 출신 연기자 중 연기를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질문한 결과, 남자 연예인은 ‘임시완’이 24.5%, 여자 연예인은 ‘아이유’가 21.7%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임시완은 진작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미생》과 《불한당》 같은 대표작도 있기 때문에 1위가 이상하지 않다. 놀라운 건 아이유가 1위를 했다는 점이다. 아이유는 그동안 ‘논란의 아이콘’이었다. 아이유가 배우로 등장하기만 하면 으레 질타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특히, 아이유가 주연을 맡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주연감’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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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를 살린 《나의 아저씨》

 

아이유가 처음으로 주말드라마 주연을 맡았던 《최고다 이순신》은 크게 실패하진 않았지만 만족할 만큼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사람들은 그게 아이유 탓이라고 했다.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주말드라마 특성상 아이유 한 명이 작품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이유만 공격했다. 그만큼 배우 아이유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이야기다. 한류 기대작인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성적이 저조하자 사람들은 또 여주인공인 아이유를 탓했다. 여기서도 아이유 한 명이 드라마를 좌우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배우 아이유가 문제라고 했다.

 

가수 아이유에게도 악플이 많아졌다. 《좋은 날》에서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아이쿠!’할 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국민 여동생으로 인기 정점에 올랐었지만, 그 후 아이유의 행보는 오빠에게 귀엽게 보이려고 애쓰는 아이돌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이유는 자의식을 가진 뮤지션이 되려 했고, 아이유를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로만 보려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거기에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절대적 인기가 식으면서 안티가 늘어났고 악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나 화보 이미지를 유난히 까탈스럽게 분석하면서 매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랬던 아이유의 위상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기 잘하는 가수 출신 연기자’로 뽑혔다. 배우로서 완전히 인정받은 것이다. 동시에 대중예술인으로서의 위상도 확고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유를 순수한 소녀의 틀에만 가두려고 하지 않는다. 연기로나, 음악으로나 자기의 길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예술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이유 기사에 으레 따라붙던 악플도 거의 사라지고 요즘엔 응원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이 모든 변화가 tvN 《나의 아저씨》를 계기로 나타났다.

 

대중의 반응이 극적으로 반전된 아이유만큼이나 《나의 아저씨》에 대한 평가도 극적으로 달라졌다. 《나의 아저씨》는 방영 전에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드라마로 기록될 것이다. 드라마 시작 몇 달 전부터 질타를 받았다. 제목이 ‘나의 아저씨’이고 이선균, 아이유가 주연이라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8살 차이가 나는 커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극 중 설정으로는 20살 차이가 된다.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의 ‘키다리 아저씨’식 로맨스일 거라고 사람들은 짐작했고, 부적절한 ‘롤리타’ 콘셉트라고 판단했다. 마침 아이유의 화보 이미지 등이 롤리타 논란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맞물려 비난이 더 거세졌다.

 

첫 회가 방영되고 나선 여성 혐오 폭력 논란까지 가세했다. 극 중에서 건장한 사채업자 남성이 체구가 작은 아이유를 폭행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남성이 아이유를 좋아하는 것처럼 암시되기도 해서, 폭력이 사랑의 한 방편이라는 식의 데이트 폭력 심리 조장 드라마라는 논란도 터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됐을 정도다. 작품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랬던 드라마가 비교적 안티가 드문 절대적 지지 속에 마무리됐다. ‘인생 드라마’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3%대로 시작했지만 마지막 회는 7.4%로 끝났다. 무엇보다도 최근 화제를 독점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막판에 누르고 TV 화제성 평가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역전 만루홈런을 친 것이다.

 

이 작품은 병든 할머니를 모시고 사채 빚을 갚아가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계약직 여직원 이지안(아이유)과, 가족들을 짊어지고 각박한 회사에 꾸역꾸역 출근하며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살아가는 대기업 부장 박동훈(이선균)이 서로에게 치유가 되는 이야기다. 시청자는 특히 빛 하나 안 들어오는 골방 속에서 감정을 잃고 살아가는 것 같았던 이지안이 마침내 눈물 흘리고, 웃게 되고, 밝은 삶을 찾는 치유의 과정에 몰입했다.

 

계기는 도청이었다. 이지안이 박동훈의 스마트폰에 도청 앱을 심었다. 그리하여 박동훈의 환경을 접하게 된다. 박동훈은 후계동에 살았다. 그곳은 초등학교 동창이 모두 어울려 살아가며 날마다 모임을 갖는, 비현실적인 판타지였다. 형제와 친구들이 아픔이든 기쁨이든 무조건 함께 나누고, 누구 하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불문곡직 모두가 힘이 돼 주는 그런 공동체의 세상.

 

그 따뜻함을 접하면서 이지안과 함께 시청자도 위로를 받았다. 핵심 줄거리와 상관없는 동네 아저씨들이 왜 그렇게 큰 비중으로 나오는지 이상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후계동 판타지가 힘을 발휘했다.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따뜻함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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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상처받은 소녀를 연기한 아이유

 

이 속에서 아이유는 삶의 무게를 홀로 견뎌내는 상처 가득한 소녀 이지안 역할을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훌륭히 해냈다. 보통 화려한 스타가 비참한 역할로 나오면 몰입이 어렵고, 어색하다는 비난이 폭주한다. 하지만 아이유는 이 작품에서 이지안 그 자체였다. 스타라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이유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비참한 소녀라는 설정에 설득력이 생기고, 이지안이 치유받는 과정에 시청자가 감정이입하면서 위로받은 것이다.

 

《나의 아저씨》 방영과 함께 아이유에 대한 여론이 완전히 반전된 이유다. 아이유 연기에 대한 절대적 비난에서 절대적 지지로의 반전이다. 아이유는 마침내 배우 이지은(본명)으로 우뚝 섰다. 사실 아이유는 얼마든지 꽃길로 갈 수 있었다. 《좋은 날》 이후 계속해서 대중이 원하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만 유지하면 되는 일이었다. 아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고 대중의 기대 반대로 갔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려고 했다. 날 선 비난을 감수했다. 그런 아이유이기 때문에 《나의 아저씨》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귀여운 아이돌 아이유는 잃었지만 당찬 대중예술인 아이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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