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오늘(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미 양국 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회담이 추진 중"이라며 "실무협상도 6·12 북·미 정상회담 본회담도 잘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의제에 관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 6·12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또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무협상에서 주요 의제 조율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6월12일 북·미 회담 개최 여부가 결정되리라는 것이다.
북·미 실무진들은 이미 접촉해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주요 언론들은 26일(현지시각),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백악관의 사전준비팀이 북·미 정상회담을 대비해 예정대로 싱가포르로 갈 것”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실무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관련한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자회견 후 비핵화 해법에 진전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협의할 문제"라며 "제가 앞질러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文 대통령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추진 기대”
문 대통령이 실무협상의 변수를 언급하면서도 6월12일 북·미 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26일(현지시각) 회담 날짜에 대해 "날짜 6월 12일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아주아주 잘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6·12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기 전인 이날(27일) 이른 오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6월12일 날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통신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6월12일로 예정되어 있는 조·미(북·미) 수뇌 회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시면서 역사적인 조·미 수뇌 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시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 개최된다는 사실을 북한이 공개한 건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북·미 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한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 또한 기대한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트럼프·김정은과의 3자 간 핫라인 통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답하는 과정에서 "남·북·미 3국 간 핫라인 통화를 개설할 정도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정상회담부터 먼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文 대통령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서 특정 현안을 직접 발표하는 건 취임 당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인선을 발표할 때와 지난해 5월19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김이수 헌법재판관 지명을 알릴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어제(26일) 오후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 측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북측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만 배석한 가운데 극비리에 진행됐다. 올 가을로 예정돼 있던 회담이 4월27일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열리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외신도 주요 뉴스로 서둘러 보도했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 회담을 마친 후 통일각 앞에서 여러 차례 포옹하는 장면 등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통일각에 도착했을 때, 먼저 기다리고 있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영접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어제 저녁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사실을 공개하며, 두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회담 결과를 발표한다는 사실이 발표된 후, 남북 정상 간 실효성 있는 합의를 이뤄냈을 거라는 기대가 밤새 쏟아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이 남북 간 ‘격의 없는’ 소통과 만남을 다시금 강조한 만큼 세 번째,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도 머지않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