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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비긴 어게인…오락가락 시행착오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반복했던 칩거, 명분 없는 복귀, 거듭되는 시행착오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8(Mon)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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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대위원장. 그는 정계에서 대표적인 시행착오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깨끗한 이미지, 역량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온데간데없고 누군가의 발언처럼 매번 헛발질만 거듭하니 그의 추락은 지금도 끝이 없어 보인다. 이번에도 그는 재보궐 송파을 출마에 대해 여론과 당내 의견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주고 말았다. 그동안 그가 결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마다 대형 이슈가 터져 그를 지지한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송파을 출마-불출마 번복 사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등으로 묻혔지만 이번 케이스는 오히려 그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11년 전, 한나라당 후보로 대선을 준비했을 때부터 그는 정치부 기자들이 꼽는 가장 품격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 언제나 정치부 기자 및 일급 정치 참모들은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손학규를 주저하지 않고 첫 손가락에 꼽았다. 4선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야당 대표를 지내며 그는 정치 및 행정에 관해 가장 폭넓은 경험과 성과를 남겼고 정치인들 중 영어 연설이 가능할 정도로 국제적인 감각도 출중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절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그에게 허락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는 손학규 선대위원장의 아쉬움 섞인 상념(想念)을 이해할 만도 하다.

 

그가 2014년 현실 정치에 미련을 두지 않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때 그의 은퇴 선언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은퇴 선언을 해놓고 이미지 마케팅을 위해 강진 토굴에 들어가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도 가끔 정치와 세상에 대한 경고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국민과 언론에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경쟁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에 밀려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도 그는 ‘민심대장정’이라는 명목으로 수염을 기르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전국을 횡단했다. 국내 정치인들이 지저분하게 수염을 기르며 서민 코스프레 방식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 행보의 원조가 바로 손학규 선대위원장이다.

 

그의 진정성에 수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품었던 이유는 언제나 선거 전에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심대장정과 칩거, 수염을 기른 청렴한 서민 이미지를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입당과 탈당을 반복했을 때도 그는 다양한 미사여구를 거론하며 ‘제3지대’ 때로는 ‘중도개혁’을 위해 광야에 외롭게 서 있을 수밖에 없음을 시대적 숙명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명분 없는 오락가락 행보를 꾸준히 보였고 국민은 급기야 기회주의적 행태의 대명사로 그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조차 손학규를 ‘보따리장수’라고 비난하며 이런 사람이 대선 후보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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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선대위원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폭발하던 2007년 3월, 그는 민심대장정 중에 경북 봉화 막걸리 집에서 만난 시민을 떠올리고 국민의 통곡을 외면할 수 없기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발표를 하며 한나라당 탈당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민주신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이듬해 18대 총선의 대패로 물러난 후 다시 춘천 대룡산 기슭 거두리에 칩거했다. 춘천 칩거에 들어간 후 2년1개월 간 세상과 단절하는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에 대한 훈수, 국민에 대한 걱정을 간간히 밝히면서 자신의 존재감이 국민에게 잊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이후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보여준 삶의 궤적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현 정부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정치에 복귀 한다”는 점을 시대적 숙명처럼 강조해 오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항상 자신의 역할을 거론하며 은퇴와 복귀를 거듭해왔다. 복귀하면서 그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메시지도 ‘실사구시의 정치’, ‘정의로운 복지사회’, ‘국민생활 우선 정치’, ‘새로운 7공화국’, ‘제3지대를 통한 개헌 추구, ‘중도개혁을 통한 정계개편’ 등 수십 가지가 넘친다. 명분 없는 발언과 원칙 없는 행동이 거듭되며 그는 국민과 지속적으로 멀어져 갔고 이제는 국민들이 손학규 선대위원장을 걱정하고 때로는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년 전, 안철수 의원과 연대를 강조하며 제3지대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그때도 국내 최대 뉴스인 최순실 비선 실세 사건이 터져 그의 정계 복귀 소식은 주요 일간지는 고사하고 인터넷 언론에조차 메인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송파을 출마 번복에서도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사즉사(死卽死)의 각오로 당을 살리기 위해 도전한다”는 비장한 결심을 밝혔지만 이번에도 국제 최대 뉴스인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언 등으로 그의 결심은 국민의 안주거리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제는 “시대가 자신을 불렀다”, “사즉생을 넘어 사즉사의 각오로 임한다”는 식의 미사여구 주장은 하지 않는 게 좋을듯하다. 

 

탈당 선언 후 전국 민심대장정, 대선 후보 탈락 후 춘천 대룡산 칩거, 또 다시 대선 후보 탈락 후 전남 강진 칩거…. 현실 복귀 시점은 언제나 칩거 후 대략 2년이 지난 뒤였다. 그의 복귀 명분은 항상 국민의 고통, 국가 경제에 대한 걱정, 현 정부에 대한 무능,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른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손학규의 시행착오 공식이다. 인터넷에서는 하늘도 손학규의 명분 없는 행보를 꾸짖고자 그때마다 대형 이슈를 터뜨린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퍼지고 있다. 2012년 손학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저녁이 있는 삶’은 모든 국민의 가슴에 큰 울림을 줬지만 정작 그는 국민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사즉사’의 각오로 자신이 죽어서라도 당을 살리겠다는 그의 비장한 이번 송파을 선거 출마 의지는 오히려 바른미래당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틀 사이에 ‘불출마와 출마, 다시 불출마’ 등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그의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은 국민에게 “역시 손학규는 변하지 않았어”라는 슬픈 시그널만 주고 말았다. 대한민국과 북한, 미국, 중국 간의 파워게임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송파을 출마에 ‘죽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내는 그의 의지는 가벼워 보인다. 그가 말하는 패권 세력, 현 정부의 무능이라는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패권 세력은 누구이며 현 정부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제대로 밝힌 적도 없다.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이다. 대학 교수로서 정치 입문을 하기 전 강의 시간에 그는 “내가 어떤 감투를 쓰는지 보다 어떤 정치인이 되는지 그 과정을 지켜봐 달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남기고 학교를 떠나 선거에 출마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말을 듣고 학생들은 기립 박수를 통해 그의 성공을 기원했다고 하니 교수로서 그의 인품이 어떠했는지는 충분히 알만하다. 그러나 손학규 교수의 마지막 말을 듣고 기립 박수를 친 학생들은 2018년 현재 손학규 선대위원장의 오락가락 행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과정’이 과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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