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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약 처방, 국민에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의사·약사는 자기 밥그릇 싸움 중…소비자 이득부터 따져야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9(Tue) 17: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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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해열진통제를 처방할 때 '타이레놀'이라고 처방전에 기입한다. 그 처방전을 받은 약사는 환자에게 타이레놀을 내준다. 이것이 현재의 상품명 처방이다. 만일 이를 성분명 처방으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의사는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적인 처방전을 발급하고, 약사는 타이레놀 또는 그와 성분이 같은 다른 약을 환자에게 건넨다. 같은 성분의 약이 많으므로 굳이 타이레놀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약 선택의 폭은 넓어져

 

약사들은 오래전부터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해왔다. 올해 약사들은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대한약사회는 3월 (가칭) 성분명 처방 제도화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로 5월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분명 처방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약사계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성분명 처방으로 소비자의 약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명분이다. 한 약사는 "예를 들어 의사가 타이레놀을 처방했는데, A약국에 타이레놀이 없다면 환자는 다른 약국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A약국에서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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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환자 복용 약 알 수 없어 위험

 

의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성분명 처방은 환자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성분이 동일하다고 해서 효과도 같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혈중 약물 농도가 오리지널 약 대비 80%만 되도 복제약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점을 지적한다. 사람마다 혈중 흡수량 및 흡수패턴이 다르므로 같은 성분이라도 약효가 같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치료 행위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한다. 의사는 환자가 약국에서 어떤 약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환자 증세에 차도가 없을 때, 의사는 약의 용량을 늘려야 할지, 아니면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같은 성분이라도 효능에 차이가 있어서 환자는 저렴한 약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의학적으로 이득을 본다는 근거는 없다"며 "예를 들어, 환자가 이상지질혈증약으로 A약국에서 리피토를 받았고, 다음날 B약국에서 말라론을 받았다고 하자. 약 복용의 일관성이 떨어져 치료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의 득실을 따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흔적은 없다.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모양새여서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분명 처방이 의무화되면 의사의 권한은 줄고 약사의 권한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도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공청회 등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고 여론을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면 소비자는 복제약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보험을 적용하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는 오리지널 약을 선호한다"며 "따라서 성분명 처방으로 약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소비자 시각을 고민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가 의사에게 주는 리베이트 관행은 사라질지 몰라도 제약사가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이 새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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