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빠진 박남춘·유정복 인천시장 선거전
  • 인천 = 이영수 기자 (sisa3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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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공약 헐뜯기…경쟁후보 흠집내기에만 열중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야 유력 인천시장 후보들의 난타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구태의연한 인신공격과 함께 경쟁 후보가 내세운 공약을 조목조목 헐뜯으며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경쟁 후보의 말과 행동, 공약 등은 허구이며 자신이 내세운 공약만이 실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상대 후보의 공약을 냉정하게 평가하거나 공적을 인정하는 모양새는 결코 없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진부한 네거티브 설전도 빠지지 않는다. 비난을 비난으로 맞대응하는 식상한 선거 프레임 때문에 유권자들은 피곤하기만 하다.

 

 

박남춘 “유정복, 일자리 50만개 창출…개도 웃을 일”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줄곧 유정복 시장의 지방재정 건전화 발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시가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될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시대 상황상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시가 지난 4년간 3조7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면서 재정위기등급에서 해제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박 후보는 시가 부동산 호황으로 4조원 가까이 순증한 세금으로 약 1조원의 채무를 상환했고, 여기에 총 예산 규모(2014년 총예산 8조4000억원→2017년 10조원)가 1조6000억원이 늘어나면서 채무비율이 25% 미만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계부채비율이 전국 최고인 데다 인천시민 1인당 개인소득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 건전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박 후보의 평가다.

 

박 후보는 “김포에서 뼈를 묻겠다던 유 후보가 4년 전 민선 6기 시장에 출마했을 때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옛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에 따라 차출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친박 실세로 행세하며 힘 있는 시장이라고 자랑했지만 해경이 해체될 당시 중앙정치 눈치만 살피다가 한마디도 못했다”고 비난했다.

 

박 후보는 유 후보가 무능한 시장이었다는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4년간 실정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시장 재임 시절엔 과연 현장 소통 행정과 시민을 위해 얼마나 일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유 후보가 이번 선거의 예비홍보물을 2014년 선거에서 사용했던 홍보물의 사진을 재탕한 데서 비롯됐다. 유 후보가 지난 4년 시장 재임 동안 마땅한 현장 활동사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후보는 시민들에게 재탕된 홍보물을 보여주는 것은 유 후보의 허세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유 후보가 발표한 GTX와 연계한 경인전철 지하화와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GTX와 연계한 경인전철 지하화 공약은 유 후보가 2014년에 내세운 공약이지만 진척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지하화사업 역시 관계기관들이 실시한 용역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했지만, 또다시 공약으로 내놨다고도 했다.

 

박 후보는 “시 재정 상황 등 여러 여건에서 당장 추진될 수 없는 사안이다”며 “시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가 실망감만 키우는 ‘희망 고문’성 헛공약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5조원을 들여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유 후보 공약에 대해서도 여과 없는 말로 힐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간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유 후보가 인천에서만 5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개도 웃을 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 후보는 특히 검단 스마트시티 개발에 대해 중동 오일머니를 유치하겠다던 유 후보가 결국 사업실패로 1000억원의 예산만 날리는 등 각종 투자유치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이로 인해 결국 투자유치를 위한 브로커만 양산하게 됐다고 깎아내렸다.박 후보는 “유 후보가 정치 생활을 계속할 계획이라면 야인이 되더라도 남의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자극했다.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의 박남춘 후보(왼쪽)와 자유한국당의 유정복 후보 (사진 = 연합뉴스)

 

​유정복 “박남춘, 문 대통령과 부산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

 

유정복 후보는 박남춘 후보가 공격한 재정 건전화 폠훼 발언에 대해 “남의 공을 깎아내리고 말장난으로 허송세월을 할 시간이 있으면 공부나 더 하라”고 맞받아쳤다. 유 후보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를 수차례나 드나들면서 전임 송영길 시장보다 국비를 무려 4조원 넘게 받았다고 공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부채상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자료가 없어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후보임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특히 박 후보가 재정 건전화를 위해 노력한 공무원들을 폠훼하는 것은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생트집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후보는 시의 행정이 모두 일방통행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며, 시 공무원들은 성과 부풀리기에만 급급한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유 후보의 설명이다. 유 후보는 “박 후보는 그동안 시가 중앙정부 예산을 타다가 여기저기 나눠주는 역할만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해운항만산업 균형발전 특별법 제정을 통한 해양수도 인천 건설’에 대한 견해가 엇갈린 박 후보에 대해 시장 후보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공유수면 매립 권한 이양’과 ‘청와대 해양수산 비서관직 부활' 등 총 12개 항목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박 후보는 해사법원 인천 유치나 국립 해양대학 신설 등 인천에 꼭 필요하지만 부산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틈만 나면 ’문빠‘를 외치는 박 후보는 대통령과 친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부산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후보는 자신이 인천시장 후보인지, 부산시장 후보인지 커밍아웃하라”며 “만약 부산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천시장이 되겠다는 속내라면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박 후보가 내놓은 제2 경인철도 공약이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게 하고,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2 경인철도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투입대비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인천역에서 서창을 거쳐 구로와 광명까지 가는 승객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따져 물었다.

 

유 후보는 박 후보의 이 공약은 자신이 공약한 ‘인천 3호선(인천 대순환철도)의 노선과 상당 부분 겹친다고 반론했다. 유 후보는 “박 후보의 공약은 결국 서창에서 광명 구간을 신설하겠다는 것인데, 광명을 지나는 인천발 KTX가 2021년 개통예정이란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비웃었다. 실효성도 실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는 공약으로 장수·서창지역 주민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서울지하철 2호선을 청라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유 후보는 TV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밝힌 투자유치와 초·중·고교 무상급식, 일자리 창출 공약 등은 인천의 현실을 모르고 한 소리라고 평가했다. 이미 유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약인 데다 통계 수치도 틀렸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박 후보는 공무원과 시민들의 부채감축 노력 등 여러 가지 성과를 깎아 내리기에 앞서 자신의 공약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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