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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특집] (1) 승부사 트럼프-김정은 막판까지 밀당

북·미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남은 5대 변수 (上)

송창섭·구민주 기자·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1(Fri) 11:46:47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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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평소 외교에 있어 3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우선 힘은 외교정책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긴 하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힘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경우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둘째, 외교정책은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의 지원을 얻을 수 있을 때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파월은 동맹이나 연합을 만들어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외교란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그는 오히려 부분적으로 이뤄내는 게 목표달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봤다. 필요하다면 상대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아량도 필요하다.

 

결렬 직전까지 갔던 북·미 정상회담이 막판 극적으로 봉합된 것도 북한과 미국 양측이 파월이 말한 대로 서로 퇴로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4성 장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파월은 자신의 외교술을 협상과 대화로 일관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현재 협상에 있어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가장 큰 장벽은 ‘신뢰’다. 국가 간 신뢰는 개인 간 신뢰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은높은 수준의 검증과 사찰을 요구할 것이며, 북한은 주권국가임을 강조하며 이를 최대한 회피하려들 게 뻔하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가 아닌양쪽 모두로부터 비난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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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핵화 모델 간극 좁힐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한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재차 드러내면서 북·미 회담 준비는 어렵사리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북·미가 디테일한 비핵화 논의에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5월27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협상팀 목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3단계 절차를 문서화하기 위한 북한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3단계 절차는 핵 프로그램을 어느 선까지 되돌릴지와 어떻게 폐기를 이행할지, 마지막으로 폐기 후 어떻게 검증할지다.

 

이에 대해 어떻게 합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백악관에서 강조한 ‘트럼프 모델’ 또한 틀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모델은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에 북한이 반대 입장을 보이자, 백악관이 대안으로 제시한 새로운 비핵화 방식이다. 북한 역시 북·미 간 협상을 통해 완성될 트럼프 모델에 공식적으로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현재로서 트럼프 모델은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하는 대신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방식이 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특히 미국은 초반에 북한 핵물질·핵무기를 국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북한이 수용할 거란 관측이 많다. 단, 최대한 오랫동안 단계적으로 이를 진행하려는 북한과 서둘러 반출·폐기하려는 미국 간의 입장차가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국이 강조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수준과 북한이 이행할 비핵화 사이 간극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물질·핵무기 등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완전히 폐기하는 데 합의해야만 북한에 대한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Guarantee))도 가능하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이러한 약속을 믿고 핵물질 반출과 폐기에 얼마나 응할지, 또 북한이 반출하고자 내놓는 핵물질을 미국이 얼마나 신뢰할지도 여전히 두고 볼 일이다.

 

 

▒ 2. 미국이 제시할 北 체제보장 카드는…

 

CVID를 카드로 내민 미국에 북한이 반대로 요구하는 것은 ‘체제보장’이다. 한반도 정세가 해빙 모드로 돌입한 올 초부터 북한은 한·미 양국에 줄기차게 체제보장을 요구해 왔다. 올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방북단에 “체제보장과 군사적 위협을 없애 달라. 그러면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쉽게 풀리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6월12일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취소로 이어질 뻔했던 것도 비핵화, 체제보장을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그어서다. 회담 취소의 빌미를 제공했던 5월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는 쉽사리 비핵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뜻이 내포돼 있다.

 

김계관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경제 지원과 같은 보상책은 후순위라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는 김계관의 입을 빌린 것일 뿐 사실상 김 위원장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정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체제안정을 대미 협상의 의제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제1차 6자회담 때부터 북한은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대북(對北) 적대의사 불보유 △대북 침공의사 불보유 △북한 정권교체 불추구 등 3불(不)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요구하고 있는 것은 강압적 정권교체 철폐다. 핵 개발을 포기한 후 대미 협상력이 줄어들면서 생을 마감한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전례는 북한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불가침 조약과 같은 실효성 있는 조치다. 물론 전혀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3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과 불가침 조약(Non-aggression agreement)을 맺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불가침 조약은 미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은 역사상 전 세계 어떤 국가와도 불가침 조약을 맺은 적이 없다”면서 “북한과의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의회 승인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회 통과가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직권으로 행정협약 또는 지침을 내릴 수 있다. 

 

그런 다음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다. 현재 정부는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후 중국을 포함시켜 4자가인정하는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선 일본·러시아는 물론 유럽연합 등이 협정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조건 없는 북·미 수교도 북한의 체제안정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체제안정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도 예상된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적대 정책 철폐, 국제 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 이후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군사훈련 철폐, 한·미 동맹 해체를 요구할 것이며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 외교의 숙원”이라면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변경되면 주한미군 주둔 의미가 모호해진다”고 우려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5월28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목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한국을 사형시키는 데 서명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2016년 7월 북한이 발표한 △남한 내 미국 핵무기 공개 △남한 내 모든 핵무기 및 기지 철폐와 검증 △미국 핵 타격 수단의 전개 중단 △대북 핵 위협 중지 및 핵 불사용 확약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 체제보장 5원칙도 한·미 보수층 사이 우려를 낳게 만드는 이유다.​

 

※ 계속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남은 5대 변수 (下)편 - [북·​미 특집] (2) 트럼프의 변심 가능성은?'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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