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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는 왜 광장에 남아 있나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5(Tue) 11:07:02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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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은 태극기로 뒤덮인다. 태극기집회 일부에서는 “19대 대선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자행된 대규모 부정선거이며, 사기 대선을 통해 선출된 문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므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기대선진상규명본부(사대본)가 바로 그들이다. 복수의 다른 태극기집회 역시 사대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사대본은 허위사실 날조 및 유언비어 유포를 통한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는 군(軍) 또는 기독교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극단적인 보수주의인 '극우'라고 비판하고 있다. 광장에 남은 보수에 대한 정치학적 의견을 들어본다. (☞ '광장에 남은 태극기집회, 그들은 누구인가' 기사 참조) 

 

극우주의는 인간의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주장한다. 독일의 나치즘은 인종과 민족의 우열을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열등한 민족의 배제와 제거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까지 했다. 미국에서도 인종 간의 우열과 차별을 옹호하는 주장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일반적으로 우파가 인간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강조하고 그에 근거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한 것으로 옹호한다면, 극우파 이데올로기는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넘어서는 종족 간, 민족 간, 인종 간의 생래적 차이를 주장하며 그에 근거한 우월한 집단의 지배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일수록 극우주의에 현혹되기 쉽다. 단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집단을 지배할 자격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열등한 민족에 대한 독일 민족의 지배,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의 지배, 이민자들에 대한 선주민의 지배를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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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극우주의는 해방 정국의 좌우 대립 상황에서 등장했다. 이른바 ‘빨갱이’ 담론이다. 동일한 인종과 민족 집단 내에서 타인을 차별하고 단순한 소속만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빨갱이’ 담론이 등장한 것이다. 이로써 ‘정상국민’과 ‘비정상국민’이 구별됐다. 기독교가 이 반공주의와 우연찮게 결합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공산주의가 기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규정하고 배척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독교가 반공주의와 결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기독교, 특히 개신교가 극우주의와 결합한 데는 능동적인 측면도 있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특히 극우주의와 결합하게 된 데는 개신교의 선교 전략과도 관계가 있다. 기독교의 팽창기에 하층민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과정에서 특히 개신교가 채택한 ‘역전 담론’과 무관하지 않다. 즉 기독교를 믿음으로써 ‘낮은 자’가 ‘높은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상-비정상 담론을 통해 차별의 구도를 작동시키고, 기독교를 믿는 자신들을 정상화해 왔다. 6·25 전후에 반기독교적 공산주의자가 맞서 싸워야 할 비정상국민이었다면, 오늘날은 동성애자와 이슬람교도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의 극우주의는 ‘빨갱이’ 담론과 함께 등장해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전라도’ 담론과 결합한다. 이른바 ‘전라도=빨갱이’ 등식이다. 한국에서 전라도 차별은 마치 인종주의처럼 작동했다. 전라도 사람을 열등한 집단, 비정상국민 취급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5·18 민주화운동을 북괴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지만원씨를 비롯한 극우 세력의 주장이다.  

 

극우주의는 거의 귀속적인 성격을 가지는 집단의 속성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인을 국민의 범주 바깥으로 내쫓으려고 한다. 그 사람들을 공정한 규칙에 따라 함께 경쟁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폭력과 같은 ‘반칙’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극우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극우주의 세력은 부족한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반공주의로 가려온 독재정권에 의해 부양되고 이용돼 왔다. 민주화와 탈냉전 이후에도 보수정권은 이 반공주의적 극우 세력과의 결탁을 끊지 못했다.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지지 세력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계기로 평범한 보수 세력과 극우 세력의 결합은 끊어졌고, 고립된 극우 세력은 변화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자폐적인 생각을 계속 공유하고 있다. 한순간에 자신들이 ‘비정상국민’이 된 현실을, 지배집단의 일원에서 피지배집단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도기적 현상은 불가피하고,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국면으로 한국 사회는 접어들었다. 

 

주류 기독교 교단들도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새로운 적을 안으로는 ‘동성애’와 밖으로는 ‘이슬람’으로 재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시류에 적절히 영합하지 못하는, 영리하지 못한 사람들만이 시대에 역행해 ‘극우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군 출신 극우주의자들은 전쟁이 끝났는데도 동남아시아 어느 밀림 속에서 태평양전쟁을 치르던 일본군 병사와 다르지 않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정치군인들은 권력 유지를 위해 오히려 ‘빨갱이’와도 협력할 수 있지만, ‘순수한’ 군인들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신감을 느끼거나 음모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재판에서 군 출신 국정원장들이 보인 태도도 그랬다. 배신감을 느끼거나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그런 순수한 군인들은 어떻게 보면 반공주의의 희생자다. 우직하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충성했던 군인들과 위에서 가르치는 대로 믿었던 기독교인들이 마지막까지 광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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