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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가 위태롭다’는 건 ‘경제가 위태롭다’는 말

[신동기의 잉여Talk] 과거 왕조시대에도 ‘정치는 밥이다’

신동기 인문경영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4(Mon) 17: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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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사극을 보다보면 “종사가 위태롭습니다”라는 대사를 자주 듣는다. 이때 종사는 다름 아닌 ‘종묘사직(宗廟社稷)’의 줄임말이다. 종묘사직은 종묘와 사직을 합해서 이르는 말이다. 그러면 먼저 종묘는 무엇일까? 

 

종묘는 죽은 왕의 신위(神位)를 모시는 곳이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 대신 그 사람의 혼이 깃들어있다고 여기는 표식인 신위를 모시는데, 그 모시는 장소를 일반 집안에서는 가묘(家廟) 또는 사당(祠堂)이라 하고, 왕가에서는 종묘라 한다. 그렇다면 사직은 무엇일까?

 

사직은 사(社)와 직(稷)으로 나눠지는데, 사는 토지의 신, 직은 곡식의 신을 가리킨다. 따라서 사직은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로, 오늘날로 치면 바로 ‘경제’를 말한다. 

 

고대시대에는 농사가 경제활동의 전부고, 그 농사는 다름 아닌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 의해 좌우되니 사직은 바로 경제다. 종묘는 왕 조상의 신위, 사직은 경제다. 따라서 ‘종사가 위태롭습니다’라는 말은 바로 왕 조상의 신위가 위태롭고 경제가 위태롭다는 이야기다. 왕 조상의 신위가 위태롭다는 것은 정권이 바뀔 위험에 처해 있거나, 임진왜란 때처럼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있어 왕위가 끊길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니 왕과 지배세력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대의 위기인 셈이다. 

 

경제가 위태롭다는 것은 가뭄 또는 병충해로 인해 흉년이 들 위험에 처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포인트는 각각의 강조에 있지 않다. 군주시대 때 백성이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를 왕권의 존속 여부와 동등한 차원으로 인식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바꿔 말하면 흉년이 드는 것을 왕이 왕위에서 쫓겨나는 것과 같은 비상 상황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뭄이 들면 왕은 무(舞雩)에 올라 목숨을 걸고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서 백성들에게 ‘과인이 부덕한 탓이다’고 되뇌었던 것이다. 괜한 말이 아니라 진짜였던 것이다. 

 

따라서 ‘종사가 위태롭습니다’에는 왕이 군주로서 해야 할 일의 모든 것이 다름 아닌 경제, 즉 백성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는 정치의 핵심을 군주와 신하 간에 끊임없이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 즉 경제가 정치와 별도로 부가되는 것이 아닌 바로 정치 자체가, 정치의 핵심이 경제라는 것이다. 지금 21세기 이야기가 아닌, 오래 전 군림하는 왕이 있던 그 시대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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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예나 지금이나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동양 철학의 출발은 ‘홍범구주(洪範九疇)’다. 홍범구주는 한자 의미 그대로 ‘큰 규범이 되는 아홉 가지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 된 최초 헌법이라 할 수 있는 1894년 갑오경장 때의 ‘홍범14조’의 ‘홍범’이라는 말도 바로 이 홍범구주에서 가져왔다. 홍범구주는 다음과 같은 9가지다.  

 

 ① 5행(五行):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② 5사(五事): 모(貌), 언(言), 시(視), 청(聽), 사(思)

 ③ 8정(八政): 식(食), 화(貨), 사(祀), 사공(司空), 사도(司徒), 사구(司寇), 빈(賓), 사(師)

 ④ 5기(五紀): 세(歲), 월(月), 일(日), 성신(星辰), 역수(曆數)

 ⑤ 황극(皇極)

 ⑥ 3덕(三德): 정직(正直), 강극(剛克), 유극(柔克)

 ⑦ 계의(稽疑): 우(雨), 제(霽), 몽(蒙), 역(驛), 극(克), 정(貞), 회(悔) 

 ⑧ 서징(庶徵): 우(雨), 양(暘), 욱(燠), 한(寒), 풍(風), 시(時)

 ⑨ 5복(五福) / 6극(六極):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 흉단절(凶短折), 질(疾), 우(憂), 빈(貧), 악(惡), 약(弱)

 

이 홍범9조에서 정치를 언급하는 부분은 ‘8가지 정치의 핵심’이라는 3번째의 ‘8정’이다. 8정에서 첫째는 바로 식(食)이다. 백성들을 먹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재화인 화(貨)이다. 당시에는 TV나 스마트폰도 없었고 생활용품이 단순했으니 재화는 당연히 ‘옷’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사(祠), 바로 제사다. 당시 제사는 중요한 정치 행위였다. 제사를 통해 한 가정, 집안, 마을의 안정과 화목을 꾀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가 전체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네 번째는 ‘건설’을 의미하는 사공(司空)이었다. 건설의 출발은 다름 아닌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어서 교육인 사도(司徒), 범죄를 다스리는 사구(司寇), 외교인 빈(賓), 군사를 기르는 사(師)였다. 정치에서 첫째는 밥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네 번째가 입는 것 그리고 편히 쉴 곳이었다.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아니다. 바로 먹고 사는 것, 즉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왕조시대 때 지배세력의 입에 붙은 말이 ‘종사(宗社)’였고, 오늘날 정치지도자들의 입에 붙은 말이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복지는 다름 아니다.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의 복지는 바로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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