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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부른 아이들의 위험한 장난

고층 아파트서 장난삼아 물건 투척 인명피해…‘촉법소년’ 범죄 저질러도 처벌 안 받아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6(Wed) 10:00:00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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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꾸짖는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심코 던진 물건에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건이다. 

 

지난 5월21일 낮 12시40분쯤 경기도 평택시의 한 20층짜리 아파트에서 아령이 떨어져 A씨(여·50)가 크게 다쳤다. A씨가 다치기 전에 이미 또 다른 아령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아령 하나를 던진 상태에서 하나를 더 투척했다는 뜻이다. 

 

도대체 누가 고층 아파트에서 사람을 향해 아령을 던졌을까. 경찰은 아령이 떨어진 위치를 추적해 이 아파트 입주민인 B양(7)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B양의 가족들은 출동한 경찰에게 아파트에서 떨어진 아령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인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부모는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B양 혼자 아이 방에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인 A씨의 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어머님이 차에서 내린 후 핑크 덤벨 두 개가 떨어졌다”며 “지금 어머님은 오른쪽 늑골 3개가 금이 가고 쇄골도 3조각이 나서 응급실에 누워 계신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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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생

 

실제 고층에서 던진 물건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15년 10월8일 오후 4시쯤 같은 아파트 입주민인 박아무개씨(여·55)와 또 다른 박아무개씨(남·29)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18층 아파트 1층 화단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었다. 

 

이때 아파트 고층에서 1.82kg의 회색 시멘트 벽돌이 떨어져 박씨(50대)의 머리를 강타하고, 다시 튕겨 나와 옆에 있던 박씨(20대)의 머리를 가격했다. 벽돌을 직격으로 맞은 박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고, 또 다른 박씨는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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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박씨는 평소 길고양이들을 돕는 ‘캣맘’이었다. 경찰은 누군가 박씨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으나 이로 인한 주민 간의 갈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확한 벽돌 낙하지점을 추정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사건 현장 조경수의 나뭇가지가 부러진 상황을 토대로 투척 실험을 했는데, 자연 낙하가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던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토대로 사고발생 지점 위쪽 5·6라인 36세대 가운데 우측 6라인 18세대 상층부를 투척 장소로 특정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수배 전단을 배포하며 제보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3차원 스캐너를 이용, 아파트 건물을 스캔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입체 영상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되면 프로그램상에서 벽돌의 무게 값을 대입해 각 층별, 호수별로 벽돌이 일정한 힘으로 던졌을 때 부러진 조경수 나뭇가지 위치를 거쳐 현장에 이르는 거리와 각도를 추산했다. 

 

경찰은 사고현장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정밀 분석하고 동선을 추적하면서 용의자를 좁혀갔다. 그리고 범행시간대에 초등학생 3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서 출입구로 내려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경찰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C군(10)과 D군(11) 등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했다. 

 

그 결과, 옥상에서 벽돌을 던졌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들은 경찰에서 “학교에서 배운 낙하실험을 한 것이며 돌이 떨어지는 시간을 재기 위해서 벽돌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옥상에서 채취한 족적과 이들의 신발 문양도 일치했다. 

 

이에 앞선 2011년 9월8일 광주광역시 서구에서는 아파트 앞을 지나가던 김아무개씨(여·42)가 16층 옥상에서 초등학생(11)이 던진 벽돌에 맞아 뇌출혈 등으로 6일 만에 숨졌다. 

 

2007년 1월 서울 양천구의 한 15층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손아무개군(12) 등이 옥상에서 벽돌을 떨어뜨려 지나가던 주민 이아무개씨(44)의 머리에 맞았다. 이씨는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일주일 뒤 숨졌다. 이군은 경찰에서 “장난삼아 던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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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다친 사람만 억울한 현실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고층에서 가정용 칼, 의자와 컴퓨터, 운동기구 등이 마구 던져지고 있다. 4월27일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 18층에 사는 조아무개씨(남·47)는 집 안에 있던 물건을 밖으로 내던졌다. 크기와 무게로 볼 때 사람이 맞으면 위험한 물건들이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조씨는 정신질환의 하나인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 천안에서는 가정용 칼이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4월20일 오후 4시50분쯤 한 아파트 단지에서 30㎝ 길이의 식칼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칼이 떨어진 곳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아파트 고층 밖으로 무심히 던지는 투척사고는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 어느 때 어디서 어떤 물건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어린이들의 호기심이나 장난이 위험을 부르고 있다. 아무리 작고 가볍더라도 고층에서 낙하하는 물건은 떨어질 당시 충격 때문에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고층일수록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2016년 1월 충북 청주에서는 초등학생 2명이 15층 높이 아파트 옥상에서 낙하실험을 한다며 물풍선을 아래로 던졌는데, 고급승용차 뒷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같은 해 10월엔 경기 의왕의 한 아파트 21층에서 어린이 3명이 던진 감자 하나가 주차장에 있던 BMW 승용차 지붕을 파손시켰을 만큼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층 높이에서 떨어진 무게 1.5kg짜리 아령의 경우 충격이 차가 시속 100km의 속도로 와서 부딪히는 것과 맞먹는다. 어깨가 아닌 머리에 맞았을 경우 치명상을 입고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층에서 물건을 투척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일단 사람이나 재산 피해가 없다면 단순 무단 투기에 해당돼 벌금 5만원 정도가 부과된다. 사람이 다칠 경우 ‘특수상해죄’에 해당하고, 차량이 부서지는 등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재물손괴죄’로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이 죽었을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과실치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범인이 14세 미만의 어린이일 경우에는 인명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파트 투척 인명사고의 대부분은 초등학생 등 어린아이들에 의해 발생했다.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분류돼 범행의 고의성이 있어도 보호처분을 포함해 그 어떤 처분도 내릴 수 없다. 

 

평택에서 아령을 던진 B양의 경우 7세, 캣맘 사건의 C군도 만 9세여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소년원 생활을 하더라도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물론 가해자들이 형법상 처벌을 면한다고 해도 그 부모에게 민법상의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 장례비, 물질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특정한 직업이 없는 주부의 경우 소득 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민사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청구되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죽고 다친 사람만 억울한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행 소년법을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소년법 개정 목소리 높아

 

네티즌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을 어리다고만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소년법 적용 대상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성년자들의 범행은 갈수록 흉폭하고 잔인해지는 추세다. 재범률도 높다. 2012년 이후에 최근 5년 동안 보호관찰대상인 청소년의 재범률은 평균 10.9%로 파악된다. 성인 재범률 4.5%와 비교해 보면 무려 두 배가 넘는다. 때문에 더 이상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라고 해서 보호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은 중대범죄인 경우 소년법의 적용이 배제되고 일반 형사법정에서 성인범과 동일하게 재판과 처벌을 받는다. 소년 강력범에 대한 대응도 관할포기 제도를 활용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법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일본도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에는 소년범에 대한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높였다. 현재의 소년법 적용 연령을 19세에서 17세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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