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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시론] MB님께

정두언 국회의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5(Tue) 14:00:00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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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MB님께 수많은 보고서는 써 보았지만, 이렇게 편지글을 쓰는 것은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합니다. 먼저 나라의 정점에 계시다가 이제는 세상의 밑바닥에 가 계시는 MB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도 한동안 MB님을 주군(主君)으로 모셨던 사람으로서 내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책감이 드는 것은 진심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울시장 이명박이 MB님의 전성시대였습니다. 대한민국 고도성장 신화의 한 주역답게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 개혁 등 난제 등을 너끈히 해결하고 역대 가장 인기 있는 시장으로서 대통령 후보까지 뛰어올랐지요. 그때의 MB님은 굉장히 리버럴하고 소통이 원활한 멋쟁이 시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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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을 성공리에 마치고, 참으로 격렬했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MB님은 늘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중도실용적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그 덕분에 전통적인 보수층만이 아니라 중도층까지 MB님을 열렬히 지지했지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MB님은, 본인은 인정 않으시겠지만 경선 승리 후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MB께서는 과거와 달리 듣기보다는 말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정치적으로도 강경 우파적인 목소리에 경도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그동안 조용히 외조만 해 오던 ‘형님’께서 본격적으로 동생 일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대선자금 조달이라는 역할이 가장 큰 명분으로 작용했지요.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2007년 대선은 앞서 말했듯이 조직, 자금 등이 모두 불필요했던 ‘따 논 당상’ 선거였습니다. 공연히 훗날의 화근만 만든 것이지요.

 

MB께서는 드디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훗날 MB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너무 쉽게’ 당선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실천하기 힘든 것이 잘나갈 때 겸손하기라 합니다. 안타깝게도 MB께서는 곧 오만과 독선에 빠져버렸지요. 게다가 MB님은, 저도 미처 몰랐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의 것이다. 그런데 그 권력을 국민이 직접 행사할 수 없으므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에게 그 권력을 위임한다. 그러므로 권력은 공공재다. 그런데 MB께선 권력을 마치 비즈니스해서 번 사유물처럼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행사했습니다. 이른바 권력의 사유화지요. 제가 MB 정권 초에 ‘형님’ 불출마를 주장하며 소위 ‘50인 반란 사건’을 주도할 때 처음 썼던 말입니다. 

 

MB님은 지금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정권이 시작되고 형님이 인사에 개입하면서 MB 주변에 충신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간신들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양화를 구축한 그 악화들은 MB님과 나랏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이권에만 관심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제가 오죽하면 MB 정부는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은 것 같다고 비판했겠습니까.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를 겪으며 MB께서는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느 간신의 간언에 솔깃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가하셨지요. MB님 임기 중 최대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종의 업보를 만드신 것입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역으로 친노의 부활을 불러왔고, 그 결실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MB님께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했고 현실에 몸을 던졌습니다. 물론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MB께서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MB님을 비판한 벌인지는 몰라도 저도 그곳에서 한동안 지내보아서 좀 압니다. 그곳 생활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지옥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기도원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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