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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주 52시간 재원, ‘고용보험기금’서 마련하나

당·정·청,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일자리 재원 조달’ 핵심 과제로 논의

김종일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7(Thu) 10:53:48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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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청와대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5월31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모였다. 매년 본격적인 예산 편성에 앞서 대통령과 총리, 국무위원 등이 모여 국가재정 운용의 큰 방향 등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인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정·청(黨政靑)은 이날 재정운용 방향에 대한 토론과 함께 일자리 재원 조달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시사저널은 국가재정전략회의의 핵심 안건으로 ‘고용기금 보험료 인상 여부’가 올라와 다뤄진 사실을 단독 확인해 5월29일 보도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대책에 따른 일자리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재정운용 방향의 총론, 분야별 재원배분 방향, 핵심 과제 등 총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고용보험료 안건은 ‘핵심 과제’라고 명명된 3세션에서 저출산 관련 논의에 이어 맨 마지막 순서에 올라와 논의됐다.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사회를 보고,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재정 혁신 방향과 추진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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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재원 마련이 일자리 대책의 핵심”

 

당·정·청은 이 자리에서 고용기금 보험료 중 기업과 노동자가 절반씩 내는 실업급여 요율을 기존 1.3%에서 1.6%(회사, 노동자 각각 0.8%)로 인상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더불어 최근 고용보험기금 고갈 속도를 감안해 기업이 부담하는 고용안정 요율(0.25~0.85%) 인상안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2020년 고갈돼 2025년에는 적자 폭이 2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고용보험료 인상은 실업 요율 인상(1.3%→1.6%)에 한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고용보험기금의 고갈 속도를 감안하면 실업급여 요율의 추가 인상이나 고용안정 요율 인상도 추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일자리 대책은 늘어만 가는데 나갈 돈이 충분치 않다”며 “일자리 재원 마련이 일자리 대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최대 주 68시간→주 52시간)에 따른 기업의 부담 등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함께하기 지원사업’에 총 4700억원이 투입된다. 기존에 있던 사업이지만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맞춰 대상과 금액이 대폭 확대됐다. 과거에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최대 2년간 월 80만원씩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월 100만원씩 최대 3년을 주는 식이다. 

 

문제는 재원 4700억원 전액이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된다는 점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절반씩 내는 돈으로 조성된다. 주로 실업급여 재원 등으로 활용된다. 즉 국민의 지갑에서 근로시간 단축 비용이 나가는 셈이다. 정부 측은 고용보험기금이 노동자 고용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지원해 주기 위해 만든 기금이니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노사가 모은 돈을 정부가 쌈짓돈 쓰듯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 분야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대책에 곶감 빼먹듯 고용보험기금을 헐어서 쓰는 이유는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야 하는 예산보다 갖다 쓰기가 손쉽기 때문”이라며 “재원이 부족하면 보험료율을 올리면 된다는 식인데, 결국 부담은 기업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고용기금서 4700억 사용…2020년 고갈 전망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지금처럼 일자리 대책을 만들 때마다 고용보험기금을 가져다 쓰면 조만간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고용부 추계에 따르면, 고용보험은 2020년에 적자(-2000억원)로 돌아선 이후 2025년에는 적자 폭이 2조6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지출은 역대 가장 많은 9조4558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계정과 고용안정계정으로 나뉜다.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원하는 실업급여계정에서는 지난해 7조1476억원이 걷혀 6조2858억원이 집행됐다. 고용안정계정은 지난해 수입 2조9795억원보다 1905억원 많은 3조1700억원이 지출됐다. 고용안정계정의 적자는 7년 만이다. 그동안 이 계정은 실업급여계정에 비해 재정이 안정됐다는 평가 때문에 2011년, 2013년 실업급여계정의 보험료율이 오를 때도 기존 요율(기업 규모에 따라 0.25~0.85%)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실업급여계정 못지않게 지출 증가세가 커지다 보니 이제는 두 계정의 재정건전성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 악화 우려 때문에 정부는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기존 1.3%에서 1.6%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업의 지출 확대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3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신규채용 인건비와 노동자 임금 감소분 지원을 위해 “향후 필요하다면 고용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신규 채용 인건비와 임금 감소분을 지원한다면 세율을 올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고용보험기금으로 가능하다고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고용보험료를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실제 사업장 정착 여부를 봐야 하며 추가적인 인상 요인이 있다면 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에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의 지원금 규모가 향후 5년간 470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이게 얼마나 늘어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며 “결국 고용보험료를 추가적으로 인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보고받은 근로시간 단축 대책에 따른 긍정적 효과와 고용보험기금 고갈이라는 리스크(위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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