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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특집] ② 보수 집회 때 성조기 사라지나

보수층 “트럼프가 우릴 배신할까” 우려…‘한·미 동맹’ 균열 조짐도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8(Fri) 11:10:28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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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경제·군사적 동맹 관계였던 과거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현재까진 조짐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일반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를 가정하면 쉽게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이럴 경우 당장 걱정스러운 것이 한·미 양국 보수층 반발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 결과가 자칫 한·미 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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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수교하면 남·북한 美·中과 교차 수교

 

특히 이번 6·12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은 표면적으로 전쟁 종식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세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정치적 합의나 신사협정에 해당할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전례를 놓고 볼 때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보단 평화협정이 더 중요한 안건이다. 하지만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현행 헌법 제3조는 우리나라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을 정식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1일(이하 현지 시각) 김영철 북한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전 관련 논의를 할 것이며, 회담 결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그것”이라고 밝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자 미국 내에선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정교한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종전선언 카드를 빼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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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선 우리 보수층의 우려가 많다. 물론 최근 트럼프의 돌출 행동을 보면서 미국 내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취임 이후 트럼프는 줄곧 “전통적인 동맹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미군 주둔의 모든 의미를 손익계산 측면에서 따져보겠다”고 공언해 왔다. 수잔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6월4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와 정책연구소 스팀슨센터가 공동 개최한 북·미 정상회담 토론회에서 “김정은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경우 트럼프가 즉각적으로 수락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그 책임을 우리 정부로 돌린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6월1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문제 개선에) 남한 정부가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 그들은 미국을 박스 안에 가두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한반도 문제 중재자’를 자처해 온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의문부호를 단 의견은 최근 워싱턴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5월30일 세종연구소가 펴낸《남북 평가 및 북미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한 워싱턴 현지 조사 보고서》는 “남북정상회담 후 한국 사회가 도취된 상태에 빠졌으며 이러한 상황이 매우 걱정된다”는 워싱턴 조야(朝野)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앞으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적 기대와 희망적 사고 대신 현실주의적 시각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측 인사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President Moon put Trump in a box)”고 설명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실장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놓고 보면서 ‘한국이 과연 미국 편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 실장은 “아직은 양국관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미국 측에선 수면 아래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 보수층의 혼란도 마찬가지다. 일간베스트 등 보수층의 목소리가 많이 실리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트럼프 배신자’ ‘트럼프가 북한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성토성 글이 크게 늘고 있다. 한 보수 성향의 북한학 전문가는 “5월말 트럼프가 회담 취소를 선언할 때만 해도 ‘미국이 제대로 북한과 협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과거 실패를 답습한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매체들도 최근 사설과 주요 칼럼을 통해 급하게 서두르는 트럼프식(式) 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조중식 조선일보 국제부장은 6월4일자 ‘미국, 때론 우리를 배신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한제국을 배신했던 루스벨트는 러일전쟁 종결을 중재한 공로로 19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키신저도 월맹의 레 득 토 총리와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파리협정을 맺은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 협정으로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으나 월맹은 2년 뒤 베트남을 침공해 함락했다. 협정은 사기였다”며 트럼프의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잘못된 만남’이 ‘잘못된 선택’ 될까 우려

 

우리 보수층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다를지 모른다는 것이다. 가령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중단거리 미사일은 놔둔 채 미국을 겨냥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폐기 처분에만 주력한다면 한국 보수층이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성토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동맹 모델 중 안보자주성 교환 모델(Autonomy-Security Trade-off Model)이라는 게 있는데 쉽게 말해 강대국은 약소국에 안보를 제공하는 대신 약소국은 강대국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면서 “최근 한·미 동맹이 삐걱대는 것은 트럼프의 문제라기보다 1990년대 이후 계속된 한·미 동맹 균열 때문이며, 그것이 트럼프 집권 후 노골화된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보수 세력의 정치 집회 때마다 등장했던 성조기가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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