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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진 속 ‘북한군 제73광수’란 인물은 바로 나다”

[인터뷰] 38년 만에 침묵 깬 5·18 시민군 지용씨 “지만원씨가 사람 잘못 찍었다”

정성환 호남취재본부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4(Thu) 11:00:00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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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에 사는 지용씨(76). 광주의 4대 부잣집 중에서도 첫손 꼽히는 집안의 후손인 지씨의 조부는 호남의 항일 부호였고, 형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반공 인사였다. 그는 지역 명문고인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정외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학과 동기이자 레슬링 운동 파트너가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이었다. 그는 1980년 5·18 때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을 보면서 울분을 잡지 못해 광주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5·18 항쟁 기간에는 전남도청에서 박남선 시민군 상황실장 등과 함께 총기를 들고 외곽순찰과 도청 경계 업무를 봤다. 그는 1980년 5월27일 도청이 진압된 후 지명수배를 받았으나, 29일쯤 보안대 합동수사본부에 자수했다. 그는 운 좋게도 당시 사업을 하며 쌓은 인맥과 재산 덕분에 사면돼 풀려났다. 이후 38년 동안 그는 ‘침묵’했다. 그런 그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보수 논객 지만원씨로부터 자신이 북한 특수군인 ‘제73광수’로 지목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용씨는 6월4일 지만원씨를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와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를 통해 지용씨의 38년 전 행적이 드러나면서 광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유력 재력가 집안 출신인 그의 5·18민주화운동 참여는 5·18이 기층 민중만의 항쟁이 아닌 모든 시민의 항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시사해 준다. 하지만 지용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시사저널의 계속된 요청에 그는 고심 끝에 40년 지기(知己) ‘절친’인 박남선 5·18항쟁구속자동지회장의 주선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6월5일 오후 2시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박 회장의 사무실에서다. 지만원씨를 광주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지 하루 만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을 위해 박 회장도 동석했다. 지용씨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나를 현실로 이끌어냈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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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침묵했는데 이유가 뭔가.

 

“원래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내 사업과 가족들에게 혹시나 불이익이 올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다 알 것이다. 한편으론 뭐랄까, 산자로서 부끄러움도 있고…(착잡한 표정으로). 그래서 5·18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고 시민군 참여 사실도 일절 언급하지 않으며 사업에만 몰두하며 지냈다.” 

 

그렇다면 침묵을 깬 계기는 무엇인가.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얼마 전 큰딸이 지만원씨가 ‘제75광수 리선권’으로 지목한 5·18 사진 속에 함께 있던 ‘73광수’가 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과 똑같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너무 화가 나서 도대체 광수가 무엇인지, 최소한의 ‘팩트 체크(사실 확인)’도 없이 누가 이따위 사진을 돌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같은 성당에 다니는 5·18기념문화재단 임종수 소장을 찾았다가 언론에 출가 아닌 출가(?)를 당했다.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지만원씨는 추호의 반성도 없이 끊임없이 새로운 ‘광수’를 조작하면서 5·18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저와 가족들은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을 고통받았지만 광주 시민들은 38년간 왜곡과 폄훼에 고통받았다. 이런 점에서 5·18 역사를 왜곡하도록 그냥 놔두면 정의와 보편적 상식을 해치는 ‘사회적 흉기’가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시민들이 제대로 된 진실을 알고 지씨의 왜곡 선동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다.” 

 

지만원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구속하라고 쓴소리했는데. 

 

“지만원씨가 역사 왜곡을 일삼는 데 검찰도 일조했다는 생각이다. 지난 2015년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은 진실을 밝히고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지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불구속 기소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는 허술한 법망에서 벗어난 지금 이 순간에도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이제 새롭게 고소한 만큼 지씨의 만행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해 주길 바란다.”

 


 

지만원씨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5·18 북한 개입론을 어떻게 보고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박남선 5·18항쟁구속자동지회장의 이에 대한 얘기다. 

 

“‘5·18 북한 개입론’의 중심에는 지만원씨가 있다. 그는 5·18은 광주에 남파된 북한 특수군(일명 광수)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5·18은 사회에 불만을 가진 기층세력(양아치계급)에 의한 폭동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이른바 북한 개입설은 그 근거가 전무하고 저의가 가장 악랄하며 논리의 수준이 매우 저열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반공주의와 레드콤플렉스의 힘을 받아 그 파급 효과가 가장 큰 대표적인 왜곡담론이다. 북한군 개입설의 확산 의도는 5·18 당시 국군이 양민을 학살한 적이 없다는 논리를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만원씨 등의 허위주장처럼 북한군이 개입되면 광주 시민들은 양민이 아니고 불순분자가 된다. 살상해도 무관한 대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용씨는 사진 속 ‘제73광수’가 아니다”는 지만원씨의 반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건 터무니없는 2차 왜곡이다. 사진에 등장한 인물은 내가 맞다. 사실 나도 처음에 (사진 인물의) 얼굴과 긴 머리만 보고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소장하고 있던 젊은 시절 사진과 입고 있는 하와이 상의 셔츠를 보면서 ‘나’라고 확신했다. 야자수 무늬가 들어 있는 셔츠는 사업상 자주 머물렀던 서울의 한 호텔 내 쇼핑센터에서 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지씨가 원한다면 사진 분석 등 검증에 기꺼이 응할 용의가 있다. 그는 나를 ‘잘못 찍었다’.”

 

잘못 찍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내가 평생 이런저런 사업을 펼치다 보니 전국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나를 ‘광수’로 둔갑시킨 것이 거짓으로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허구의 광수를 생산하려면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을 내세워야 했었는데 지씨가 미처 거기까진 신경을 못 쓴 것 같다.”

 

지만원씨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검찰 고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5·18 역사왜곡 행위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해결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행위를 사죄하고 모든 왜곡을 중단한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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