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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버림받은 억울한 군인들

부상 방치해 난치병 걸리고, 식물인간 됐는데 진상규명도 없어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4(Thu) 08:00:00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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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다친 군인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제2, 제3의 사고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가에 버림받고 고통 속에 사는 군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는 여전히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렸다. 같은 해 12월26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사고 원인을 ‘기계적 문제’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조사인 한화 측이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 자신들의 참여가 배제됐다며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육군이 제시한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 가설 중 하나며, 그 또한 정확하게 검증된 것이라기보다 추정에 기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군 당국이 거대 규모의 조사위를 꾸렸지만 실질적인 진상은 규명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숨진 장병들과 유족들만 억울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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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후 치료 과정에서 순직한 위동민 병장의 아버지는 “군 당국과 장비제조사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우리 아들들이 왜 죽었는지 아직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 점 의혹이 남지 않게 규명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씨는 “자주포 폭발사고의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렸으나 답변 기준인 2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부상자 중 한 명인 이찬호 병장은 전신 55%에 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해 10년간 키워온 배우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 병장은 또 치료를 위해 전역을 미뤘고,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재 몸 상태와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다”며 “치료 과정에서 몇 번을 기절하면서 생사를 오갔다”고 토로했다. 

 

이 병장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을 넘었고,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지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우선 순직자 3명에 대해 6월5일 열린 보훈심사를 통해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매달 보훈급여를 받게 되며 교육과 취업, 의료, 주거 등 보훈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한 달 치료비 100만원, 국가 지원 30만원

 

군 복무 중 난치병에 걸린 군인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2015년 6월1일 군에 입대한 홍인표씨(24)는 같은 해 8월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 있는 7군단 공병여단에 배치됐다. 그는 한 달 뒤 자대 연병장에서 실시한 유격훈련(PT체조)을 받다가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고, 제때 치료하지 않아 난치병인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홍씨의 부모는 절망했다. 한창 꿈 많은 20대 초반인 아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CRPS는 슬쩍 스치기만 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옷이나 양말을 걸칠 수도 신을 수도 없다. 바람만 불어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칼로 살을 베는 듯하고, 살가죽이 찢기는 듯한 느낌, 몸이 불에 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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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의병전역을 미룰 수 없다는 담당 군의관의 말에 따라 의무심사를 받고 상병 때인 2016년 9월 전역했다. 사실상 강제전역이다. 군에서는 평생 장애보상금으로 530만원을 주고 척수자극기 시술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끝냈다. 현행법상 사병이 복무 중 부상 등을 입으면 전역 후 6개월까지만 군 병원에서 무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모두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홍씨의 경우 지난 2월에 군 병원 무상치료가 끝나 모든 것을 자비로 부담하는 상황이다.

 

가정도 풍비박산 났다. 홍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아버지는 치료비를 벌기 위해 새벽 3시에 출근해 일을 하고, 동생도 형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대학 가는 것을 포기했다. 한 달 순수 치료비만 100만원이 넘는다. 유일한 희망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받는 방법밖에는 없다. 홍씨의 경우 의병제대 후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다. 보훈대상자 신청을 했지만 최하등급(상이등급호수 7급 4115호)을 받았다. 이에 따라 홍씨에게는 매월 30만7000원만 지급된다. 치료비에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홍씨와 그의 가족은 지금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어머니는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소재 ‘희연요양병원’에는 올해 30세의 안준현씨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 있다. 안씨의 곁은 어머니가 지키고 있다. 안씨는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식물인간’이 된 지 8년이 넘었다. 곁에 있는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하고, 병실 천장을 바라본 채 눈만 깜빡일 뿐이다. 대뇌가 손상돼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 안씨는 가끔 무엇엔가 놀란 것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입술을 깨무는 일이 있는데, 이때 빨리 조치를 안 하면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흥건하게 나온다. 

 

이럴 때마다 어머니는 “준현아! 준현아!”를 부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그런 아들을 보고 있는 어머니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있다. 

 

안씨는 어쩌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일까. 부산이 고향인 안씨는 동의과학대 경찰행정학과 1학년에 다니다 2010년 3월13일 공수특전단에 자원입대했다. 기초 훈련을 마친 안씨는 3개월 후인 6월25일 하사로 임관 후 인천의 제9공수특전여단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안씨는 자대 배치 후에 실시되는 ‘주특기 훈련’에 동료 대원들과 참여했다. 그는 자원입대한 만큼 ‘특전사 대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 어느덧 5주의 주특기 훈련기간도 막바지에 왔다. 훈련 마지막 주인 7월10일 금요일 아침 동료 대원들과 교관들이 연병장에 집합해 힘찬 구령과 함께 체력단련 구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구보를 하던 중 대원 한 명이 갑자기 연병장에 쓰러졌다. 이때가 오전 8시57분쯤이었는데, 그가 바로 안준현씨였다. 훈련교관인 이아무개 중사가 안씨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이 중사는 온 힘을 다해 60여 회에 걸쳐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안씨는 깨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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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

 

당시 현장에는 훈련 중인데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의무차량이나 후송차량이 배치돼 있지 않았다. 때문에 1초가 다급했던 때에 후송차량이 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군은 부대 의무대로 후송된 안씨에게 즉각적인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 군의관은 외상이 있는지만 살피면서 침대에 눕혀놓았고, 상급 병원으로 신속히 후송하지도 않았다. 의식이 없는 안씨를 물 건너 불구경하듯 방치해 놓았던 것이다. 

 

당시 중대장은 안씨 부모에게 “동료 병사들을 동원해 얼음으로 열을 식히면서 손발을 주물러줬다”고 말했을 뿐이다. 안씨의 경우 심폐소생술을 실시해도 깨어나지 않은 응급상황이었다.  그러나 군은 안씨가 쓰러진 지 1시간 후인 오전 9시58분쯤(군의 주장)에야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했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초기 1~2시간이다. 심폐소생술의 경우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생명이 위험할 뿐 아니라 살린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수도병원 측의 대처도 미흡했다. 수도병원은 응급환자로 후송된 안씨에게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담당 군의관은 CT촬영을 하고 출혈 등 외상이 있는지를 살펴보며 아까운 시간만을 보냈다. 심폐소생술을 해도 깨어나지 않는 안씨를 부대에서 무려 1시간이나 방치한 것이다. 

 

안씨의 어머니는 “준현이가 몸을 비틀며 몸부림치자 1층 중환자실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결박하고, ‘미세하게 자가 호흡을 하고 있으니 지켜보자’고 하다가, 토요일이라고 오후 2시쯤 간부 군의관들이 다 퇴근했다고 한다”며 “간부들이 퇴근한 후에 김아무개 군의관의 지시로 3층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여전히 침대에 결박한 상태로 눕혀놓는 것 외에 다른 조치는 없었다”며 기막혀 했다. 

 

군은 다급한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민간병원 후송 요구를 했는데도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런 사이 안씨의 몸에서는 고열이 났고, 고통스러운지 침대에서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족들이 “빨리 큰 병원으로 후송시켜 달라”고 재차 강력하게 요구하자 그때서야 군협력병원인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후송했다. 

 

민간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미 골든타임은 지난 상태였고, 너무 늦은 후송이었다. 안씨 어머니는 “조금만 더 빨리 후송했으면 내 아들이 이 지경이 안 됐을 텐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한다. 

 

안씨는 몇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다. 정상인으로 돌아가기에는 머리 부분이 너무 많이 손상됐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더 이상의 회복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력을 잃었고, 소리를 듣는 기능은 살아 있으나 판단능력이 없다. 음식은 관을 통해 식도에 투입하고 있으며, 대·소변은 받아내고 있다. 

 

군에서는 안 하사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사고 후 8개월쯤인 2011년 3월 안씨가 더 이상의 군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 강제 의병제대를 시키고, 국가유공자 1급으로 지정했다. 그가 갑자기 쓰러진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으나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신속하게 종결했다. 

 

안씨 어머니는 “잘못을 가려내거나 책임자 처벌 없이 신속히 마무리했다. 우리 준현이가 왜 저런 상태가 됐는지 아무도 말해 주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고통은 우리 가족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며 “군은 우리에게 ‘원래 지병이 있었지 않냐’고 말하며 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고 씁쓸해했다. 

 

안씨의 부모는 지난해 국가에 아들 사건을 재조사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재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군에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끝냈고 의심되거나 확실히 알고 싶은 내용도 사건 종결로 더 이상 알 수 없어 부모는 너무 억울하다며 군 생활을 하다가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불쌍히 여겨 철저한 재조사를 간곡히 호소했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헌신짝 버리듯이 내팽개치는 국가라면 어느 누구의 가슴에서 충성심이 우러나올 수 있을까. 국가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한 군인들에 대해 억울함이 없도록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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