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김경수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4 10: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수, 경남지사 선거 승리 요인은 ‘싱가포르발 훈풍, 보수 분열, 경제 살리기’

‘싱가포르발 훈풍, 보수 분열, 경제 살리기’

 

경남지사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당선인의 승리 요인은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더 공고해진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비행 지지율,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잠재운 부동층의 정부·여당 지지 등 복합적 변수들이 어우러져 승리로 이어졌다. 

 

6월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 당선인은 94만1491표(52.8%)를 얻었다. 접전을 벌인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는 76만5809표(43.0%), 김유근 바른미래당 후보는 7만5418표(4.2%)의 지지를 얻었다. 당초 ‘샤이 보수’가 선거 막판 김태호 후보에게 몰릴 것이란 예측은 기우였다. 오히려 4년 전 지방선거보다 높은 투표율(65.8%)을 기록하며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유도하면서 승패를 결정지었다.

 

경남지사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연합뉴스

김경수, ‘경제 살리기’ 올인 주효…‘보수 환멸’ 반사이익도 한 몫

 

김경수 당선인은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겼다. 새로움이 낡음을 이겼다”며 “이제 새로운 경남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남경제는 정말 위기다. 도민들께서는 변화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계셨다”며 “우리부터 완전히 새롭게 달라지지 않으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이 ‘드루킹 파문’이란 악재를 딛고 승리를 거둔 데는 보수 정당이 자멸한 탓이 크다. 문재인 정권 중간 평가를 외치던 한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막말과 궤변’에 발목이 잡혀 지지율 상승을 꾀하지 못했다. 한국당 관계자들의 극단적 억지가 보수 몰락으로 이어졌다. 

 

당초 한국당의 창원시장 후보로 유력했던 안상수 현 창원시장 대신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졌던 조진래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도전자로 나선 점도 호재였다. 인구 106만 명인 창원시장 선거는 경남지사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지역이다. 안 시장이 공천에서 배제되자 홍준표 대표의 ‘사천’ 논란을 제기하며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한국당이 자체 분열로 경남지사 선거 참패를 자초한 꼴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정치인들이 오판했다. 창원시장 공천 후유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놨다. 

 

‘경제 살리기’를 지향하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던 행보도 부동층을 껴안는데 일조했다. 김 당선인은 근로시간단축 등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조선업 부진 등 경제 위기를 감안해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과 경제특별회계 조성을 공약하며 보수 표심을 끌어안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당선인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문제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며 “경제단체와 기업현장, 재래시장을 누비며 다듬은 지역발전 정책들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김 당선인의 ‘경제 살리기’ 공약은 전통적 열세지역인 마산회원구와 진주, 통영, 고성, 함안 등에서도 김태호 후보에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됐다.  

 

경남지사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김경수 후보 제공

남북관계 훈풍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도 호재 작용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도 김 당선인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 대북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분 남북관계 훈풍이 경남지사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남북 해빙 무드는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담판에서 비핵화 성과물이 나오면서 김 당선인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됐다고 볼 수 있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드루킹 특검’ 등 야권의 공세를 다 빨아들일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김 당선인에게 유리한 이슈임에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 환멸’이라는 반사이익에 따른 승리는 김 당선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지난해 대선(77.2%)에 비해 낮다. 경남 유권자들의 정치 환멸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지역 정치권은 “김 당선인을 찍은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가 보수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김 당선인이 확실한 비전을 펼쳐야 한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김 당선인이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면 2020년 총선에서 또 다른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

 

역대 경남지사는 항상 대권주자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지역에서는 김경수 당선자가 향후 지역을 대표해 새로운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감도 낳고 있다. 실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경남지사를 거쳐간 4명의 전직 경남지사들(김혁규·​김태호·​김두관·​홍준표)은 모두 여야에서 대권주자로 발돋움했고, 또 실제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 당선자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벌써부터 차기 대권에 쏠려 있다. 더군다나 강력한 차기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파문으로 급락한 이후여서 더더욱 김 당선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김 당선자 또한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지금은 차기 대권의 꿈보다는 성공한 경남지사의 꿈이 더 절실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