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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참패 주역들, 역사 뒤안길로 물러날까

[엇갈린 6·13 명암] (下) 홍준표·안철수·남경필 권토중래에 관심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Fri) 17: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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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없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등이 동시에 치러진 6·13 결과도 진보 바람을 탄 시대 흐름을 따랐다.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12대 1. 재·보궐 선거 11대 1. 이견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 간, 진보와 보수 간 희비가 명확히 엇갈린 선거였다. 투표일 직전까지 광역단체장 17곳 중 절반 이상이 ‘초박빙’이었던 2010년·2014년 선거와는 애초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선거기간 이어진 보수 야당의 반격은 미풍에 그쳤다. 도도한 민심(民心)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한바탕 선거가 끝나면 여야 잠룡들의 정치적 운명도 자연히 엇갈린다. 누군가는 전에 없던 묵직한 존재감을 얻는 반면, 묵직했던 누군가의 존재감은 한없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후 각 진영에서 차세대 주자로 단단히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반대로 같은 해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낙선 후 정치 생명에 치명적 위기를 맞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어진 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못 잡은 새정치민주연합(옛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가 몽땅 교체되기도 했다. 한 선거가 끝난 후 각 진영을 이끌 대표 주자가 뜨고 지는 건 이처럼 매우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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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렴청정 이후 컴백 노리는 홍준표 

 

6월13일 오후 6시, 선거 출구조사가 공개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곧장 자리를 떠 당대표실로 올라갔다. “바닥 민심은 다르다”며 선거 직전까지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과 상반된, 한껏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이내 ‘자유한국당 재건 비상행동’이라는 이름의 당 전·현직 의원 모임은 “홍준표 체제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해체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패가 현실화되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홍 대표를 둘러싼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것이다. 홍 대표 역시 출구조사 공개 직후 SNS에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다음 날 그는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거기간 동안 이미 정우택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홍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불거진 바 있었다. 여론과 사뭇 다른 홍 대표의 거친 발언이 연일 이슈가 되면서 선거에 출마한 당 후보들 사이에 그의 지원 유세를 피하는 ‘홍준표 패싱’ 기류가 확산되기도 했다. 보수진영에선 차기 총선과 대선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당권 장악과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 나아가 차기 대선에 대한 그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그동안 측근 위주로 당 조직을 구성해 놓은 데다 조기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당권에 재도전하겠냐는 질문에 그간 확답을 피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참패로 치명타를 입긴 했지만 이대로 완전히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게 홍 전 대표를 둘러싼 대체적인 시각이다.

 

 

■ ​또 3위…차기 대선까지 아득해진 안철수

 

그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정치 인생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듯하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그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경쟁자 김문수 후보에게도 밀린 3위로 마무리했다. 득표율은 19.6%. 지난 대선 당시 얻은 22.7%의 득표율보다 낮았다. 그의 정치적 뿌리인 전 지역구 서울 노원 병에서도 같은 당 이준석 후보가 낙선하면서 더욱 자존심을 구겼다. 선거를 치를수록 점점 더 정치적 입지가 작아지면서 그는 이제 차기 대선 전망까지 아득해진 상황이다.

 

바른정당·국민의당 합당 후 당대표로 나서진 않았지만 그는 당내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그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기에 향후 야권의 정계개편에서도 이제 그의 목소리는 한층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재·보궐 선거의 일부 지역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유승민계에서 정계 은퇴 요구와 같은 강한 비토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은퇴가 아니더라도 당분간은 정치 전면에 나서진 못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선거 전패로 당의 미래까지 캄캄해진 상황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바른미래당과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은 안 전 대표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 ​선거 내내 존재감 미미했던 유승민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다. 정치권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것보다 욕을 먹더라도 존재감이 큰 것이 훨씬 더 메리트로 여겨진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선거 과정에서도 결과에서도 미미한 존재감을 보였다. 직접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뒤에서 지원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선거 내내 유 전 대표가 이슈가 된 건 재·보궐 공천을 둔 당내 계파갈등 얘기가 나왔을 때뿐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오랜 텃밭이자 정치적 고향인 대구 지역에서도 표심을 끌어오지 못하면서 그 역시 책임론에서 배제될 수 없게 됐다. 유 전 대표는 선거 다음 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보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날까지 저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로 야권의 또 다른 대권주자 홍준표·안철수 전 대표의 상황이 더 심각한 탓에, 당분간 보수진영에서 유 전 대표의 역할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역시 선거 결과의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보수 야권에 선거 참패를 수습할 ‘대선주자급’ 인물이 없는 지금, 유 전 대표의 역할론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자유한국당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변에서 그를 더욱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그가 오히려 이번 선거를 발판 삼아 정계개편의 지휘자로 도약할지, 당대표를 내려놓은 후 한동안 몸을 숙이며 관망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 ​네거티브 혈투에서 패한 남경필

 

경기지사 선거는 그 어떤 곳보다 네거티브 대결이 치열하게 난무했다. 여야 대권 잠룡들이 맞붙은 경쟁이었던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만큼 실망도 큰 승부였다. 이재명·남경필 두 후보는 각자의 사생활과 가정사를 공격 수단으로 삼으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선거 막판까지 이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과 남 지사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이 맞붙었다. 양측 모두 향후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의 대결은 선거 후에도 이어질 듯 보인다.

 

거친 공방전 끝에 결국 남 지사는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막판 ‘골든크로스’를 기대했지만 기존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떠안았다. 현역 프리미엄도 선거 내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금수저 정치인’으로 비교적 순탄한 정치 행보를 걸어온 그에게 가장 큰 정치적 고비가 닥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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