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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좌우하는 ‘근육 저금’

[유재욱의 생활건강] 한·중·일 하체 근육 만들기 열풍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6(Sat) 10: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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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이 근육 만들기 열풍이다. 떡 벌어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 유지를 위한 근육 즉,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 만들기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웬만하면 100세를 사는 시대가 됐다. 어지간한 질병은 의학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오히려 퇴행성질환의 시대 즉, 노인이 돼서 근육이 줄어들어 못 걷게 되는 것 때문에 건강을 잃고 병에 걸리는 시대다. 

 

하체 근육은 40대가 되면 매년 1%씩 줄어든다. 계산상으론 80대가 되면 원래 근육량의 60%, 100세가 되면 40%밖에 남지 않는다. 이 정도 근육량으로는 건강 유지는커녕 제대로 걷기도 힘들다. 나이가 들어도 어떻게 근육량을 유지하느냐가 건강의 핵심이다.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는 사코페니아(sarcopenia)라는 단어에 질병분류 코드를 부여했다. 사코페니아는 근육이란 뜻의 사코(sarco)와 부족하다는 의미의 페니아(penia)의 합성어다. WHO가 노령인구의 근육감소증을 하나의 정식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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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만들기 열풍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가 넘는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시작됐다. 매스컴에서는 ‘근육 저금’ ‘근육 부도’라는 말이 유행하고, ‘노년의 삶은 연금과 근육이 결정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일본은 이미 노인의 근육량 감소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노인의 근육량 유지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자치단체별로 노인을 위한 근육 강화 교실을 열어 노인들을 운동시키고, 가라오케 회사들은 음악에 맞춰 근육을 강화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예전부터 이른 아침 공원에 많은 노인들이 모여 기체조를 한다. 새벽에 공원에 가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음악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이면서 기를 순환시키다 보면 건강도 좋아지고 근육도 튼튼해진다. 다이내믹한 동작도 좋지만 느리게 몸의 균형을 맞춰가며 움직이는 것이 노인들 건강 유지에 안성맞춤이다. 정적인 운동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세유지근육을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의 젊은 사람들은 저녁에 광장에 모여 광장무(廣場舞)를 즐긴다. 기체조보다 훨씬 동적이고 신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두 가지 모두 범국민적으로 즐길 수 있는 건강증진 체조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체조라는 게 있었다. 학생들은 누구나 체육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국민체조를 했다. 어른들도 국민체조 음악과 구령만 나오면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국민체조를 구시대의 잔재라고 폄하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번씩 온몸 구석구석 평소에 안 쓰던 관절과 근육을 움직여 주면 전신 스트레칭도 되고 혈액순환도 좋아져 국민 건강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인들의 근육량 유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듯한 어설픈 복지 혜택을 늘어놓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노인 근육 만들기 캠페인을 벌였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받는 경제적 혜택도 쏠쏠하지만, 노인들을 건강하게 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훨씬 가성비도 좋고 생산적이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잘 유지되면 건강해지고 각종 성인병도 예방되며, 안 아프고 웃으며 살 수 있다. 행복한 사회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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