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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선거서 탄생한 8만3000명의 ‘신지예’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선거운동이 남긴 것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9(Tue) 17: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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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언제나 운동이었지만, 그 운동이 현실정치의 영역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모든 페미니즘 사조들은 당대의 가장 심각한 정치적 도전이었고, 인권의 신장이라는 본질적 의제에 천착하는 정치적 실천이었다. 그럼에도, 선거에 페미니즘 이슈가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이다. 그것도 겨우 구색으로 등장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시장이라는 어젠다를 들고나온 신지예 후보가 선전한 일이 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무려 8만3000명의 서울 시민이 신지예에게 투표한 것이다. 이 8만3000명을 83만 명으로, 100만, 200만 명으로 늘려가는 일이 과제로 남았으나, 씨앗은 제대로 뿌려졌다. 이 8만3000명은 모든 중요한 의제들을 다 제치고 심지어 정당 소속감을 이겨내고 페미니스트 시장이라는 슬로건에 투표한 강골들이다.  

 

신지예 후보가 6636만5700원의 후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빚을 지지도 않았고, 200여 장의 현수막을 걸었고, 유세차 단 한 대로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다. 물론 SNS상의 “시건방지다” 소동이라든가 벽보와 현수막 훼손 같은 일들이 신지예 후보의 지명도를 더 높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수정당 페미니스트 후보란 그런 공격을 당할 소지가 언제나 높다. 그러니 우연한 사건들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모든 본질적 이슈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정치도 저항이 따른다. 크고 작고 높고 낮은 기득권의 저항은 잔인한 것이 오히려 상수다. 돈보다 어젠다, 돈보다 미래를 향한 방향성, 다가올 미래를 낙관하는 힘이야말로 신지예‘들’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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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의 페미니즘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녹색당은 비록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정치가 배워야 할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페미니스트 후보 신지예가 지닌 의미는, 탄핵촛불과 지난 대선 때 안으로 타올랐으나 옆으로 치워지기만 했던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정면으로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길에서 민트빛 도는 초록 포스터와 ‘시건방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얼굴과 페미니스트 시장이라는 글씨에 담긴 하얀 리본을 보았을 때 세상의 변화를 예감한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반드시 만날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4년 총선 때 모든 정당이 여성 비례대표 후보를 홀수 번호에 배정해 51% 이상 당선이 가능하게끔 했던 일이 여성의 정치권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이는 이번 지자체 선거에도 이어져, 여성 구청장으로 당선된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국회의원·시도의원·구군의원 비례로 정치를 시작한 분들이다. 정치권의 높은 진입장벽을 할당제의 손을 잡고 넘어선 여성들이다. 이는 분명 페미니즘 운동의 열매였지만, 이분들에게 페미니스트 정치는 여전히 1순위가 아니다. 이번 선거의 중요 어젠다가 페미니즘은 아니어서였다고 이해하기로 한다. 어디까지나 분단체제 극복과 적폐청산이라는 큰 의제가 장악한, 소위 말하는 구도가 짜인 선거였다. 그랬기에, 신지예 후보의 득표가 더욱 의미심장하다.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1.7%라는 조그마한 숫자의 커다란 의미 아니겠는가. 

 

비록 과거청산의 과제에 매달려 승리를 일구어냈지만, 미래를 향한 고민은 이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 페미니즘 어젠다를 외면하다 보면 눈부신 속도로 진짜 과거의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또한 보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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