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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정신이 낳은 일본 最古의 벚나무

[이인자 교수의 진짜 일본 이야기] 100년 넘긴 벚나무 400그루 ‘히로사키式 관리법’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6(Sat) 16: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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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필 벚꽃은 지금 나온 잎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얼마나 풍성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나무를 올려다봤을 때 잎으로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면 좋아요.”

 

벚꽃축제를 마친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6월1일 아오모리(?森)현 히로사키(弘前)시 공원에서 인터뷰에 응한 수목의(樹木醫)이며 히로사키시 공원녹지과 직원인 하시바 마키코(橋場眞紀子)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왜 벚꽃축제 때 오지 않고 끝난 뒤에 오셨나요? 지금은 히로사키를 찾는 손님이 가장 적은 때인데….”

 

인터뷰를 하러 간 저에게 오히려 질문합니다. 

 

“축제 땐 뵐 수 없잖아요. 너무 바쁘시고 또 제가 독점해서 이야기를 들어도 안 되고요. 축제 마치고 좀 한가하지 않을까 싶어 찾아왔어요.”

 

그렇게 말하자 납득이 되었다는 듯이 빙그레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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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벚꽃축제에 관광객 260만 명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히로사키 벚꽃축제(4월말에서 5월초 약 10일)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관광객이 최다임을 자랑하는 행사입니다. 인구 17만 명의 작은 지방도시에서 주최하는 축제에 260만 명의 관광객이 참가하니 놀라운 일이지요. 잘 알려진 도쿄 우에노(上野)공원의 벚꽃축제(3월말에서 4월초까지 약 2주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약 2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교통 또한 불편한 곳입니다. 고속철도가 지나가지 않는 곳이기에 도쿄에서 가려면 신칸센을 타고 다른 역에서 갈아타야 합니다. 빠른 수단으로 가도 약 5시간은 걸립니다. 맘먹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든 곳입니다. 

 

모든 지방도시들이 따라 하고 싶고 부러워할 만한 현상입니다. 그런 공원을 조성하는 데는 무슨 비결이 숨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벚꽃축제의 주인공인 탐스럽기 그지없는 히로사키 벚꽃의 배경에는 수목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우연한 기회에 알게 돼 만나러 왔지요. 한가로울 거라 생각했던 건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하시바씨에게 1년에 걸친 벚꽃 손질을 물어보니 사실은 벚꽃축제가 끝나고 1개월쯤 지난 뒤 6월부터 가장 바쁘고 중요한 때라고 합니다. 적절하게 비료를 주고 살충제를 살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히로사키시 공원녹지과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곳 공원의 자랑거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일본 최고(最古)인 135년 된 소메이요시노(일본의 일반적인 벚꽃 종류) 벚나무입니다. 또한 최대 줄기둘레를 자랑하는 소메이요시노 벚나무가 있는데, 이 또한 비슷한 연령이라 합니다. 벚나무의 수명은 보통 60년 정도로 인식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히로사키의 벚나무는 100년을 훌쩍 넘긴 소메이요시노가 400그루나 있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꽃가지에 꽃이 적지도 않습니다. 이는 독자적인 ‘히로사키식 관리법’ 덕이지요. 

 

히로사키식 관리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히로사키가 일본 최대의 사과 생산지임을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과와 벚나무는 장미과 나무라고 합니다. 히로사키식 관리법이란 사과나무와 같은 관리를 벚나무에 적용한 것이라 합니다. 일본의 식물에 관한 지식을 전하는 격언 중에 ‘벚 자르는 바보 살구 자르지 않는 바보’(櫻切るバカうめ切らぬバカ)라는 말이 있습니다. 벚나무는 가지가 잘리면 그곳으로 균이 들어가 병을 얻기 쉽기에 전정(가지치기)을 안 하는 게 상식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50년대 공원의 관리소장이 된 구도 나가마사(工藤長政)씨는 고목의 죽은 가지가 보기 흉해 사과나무 재배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방식으로 죽은 가지를 모두 잘라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 해 잘라낸 곳에서 새 가지가 올라오고 그 가지에 풍성한 꽃이 피었다고 합니다.

 

구도씨는 이런 우연한 계기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과농장을 다니면서 연구하고, 사과나무 관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죽어가는 벚나무를 살려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관리법은 기본이 안 됐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도쿄대를 졸업한 후 국립대인 히로사키대 교수로 온 이시카와 시게오(石川茂雄) 교수였습니다. 10년 후에는 공원의 벚나무가 모두 시들어버릴 거라고 해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신문지면을 통해 서로 싸웠고 결국엔 양자가 TV토론까지 하게 됐다고 합니다. 자료를 통해 알아보니 1973년의 일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매년 200만 명을 불러들이는 벚나무를 만들어냈으니 구도씨의 승리였음을 독자 여러분은 잠작하시리라 봅니다.

 

이시카와 교수가 시들어버릴 거라 했던 벚나무는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한 꽃을 맺게 돼 전국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저는 이 일화를 통해 일본의 아마추어들이 가진 실증주의적 강함을 보게 됩니다. 좀 더 알아보니 이시카와 교수는 식물도감은 물론 동북지역의 식물에 관한 연구 업적을 남긴 권위 있는 식물학자였습니다. 그런 ‘전문가’에게 시의 직원으로 공원 관리소장을 하던 구도씨가 자신의 실증적 경험과 지식으로 맞선 것입니다.

 

 

수목의(樹木醫) 직원으로 채용해 벚나무 관리

 

구도씨는 벚나무 관리만이 아니라 허가 없이 날림으로 장사하던 상인들과 오랜 시간 협상해서 그들의 협조를 얻어내 공원 환경 조성을 완성했습니다. 자가용이 늘어난 1960년대에 차들이 공원 안까지 들어와 벚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훼손하는 걸 막기 위해 주차장 시설을 세우는 등 나무를 지키도록 계몽했다고 합니다. 

 

제가 만난 공원녹지과 직원이면서 수목의인 하시바씨는 공원관리과 계보를 중요하다는 듯이 저에게 전했습니다. 수목의가 시의 직원으로 채용돼 수목을 관리하는 곳은 히로사키시밖에 없다고 합니다. 모두 구도씨가 만들어준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시민 모두가 히로사키 공원의 벚꽃축제를 1년 내내 준비하고 응원합니다. 

 

“벚꽃축제는 꽃이 피는 봄에만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시의 조명 관련 기업 직원인 가와무라 다카시(川村敬)씨는 사진을 보여주며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 핀 벚나무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 전체가 벚나무를 보물로 가꾸며 즐기고, 또 자랑거리로 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벚꽃축제 100년, 최고(最古)의 벚나무, 260만 명의 관광객, 공원녹지과 전문직인 수목의의 존재 등은 어쩌면 일본의 아마추어 정신이 낳은 산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수이기에 무언가의 전문가로 불리기 쉬운 저로서는 탄탄한 실증적 경험을 토대로 지식을 겸비한 아마추어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과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량이 진짜 실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러러봐도 하늘이 안 보이는 풍성한 벚나무 잎들을 올려다보며 내년엔 꽃을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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