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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엔 방탄소년단, 북한엔 철통 경호단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통해 베일 벗은 김정은 경호 실태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9(Tue) 09:11:41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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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전문가들에게 최고 수준의 경호를 위한 조건을 한 가지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눈에 드러나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국가원수나 핵심 요인은 물론 연예인, 스포츠 선수 같은 셀럽을 경호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조용하면서도 거부감 없이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별히 경호 상황을 부각시켜 테러 시도를 위축시키거나 경고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있는 듯 없는 듯한 상태가 최고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펼친 김정은 국무위원장 경호는 일단 낙제점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란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연출한 데다, 과잉 통제와 세련되지 못한 대처로 거부감을 불렀기 때문이다. 이른바 ‘최고존엄’으로 불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한반도와 중국을 벗어나 서방 외교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신변 경호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도 지나친 대목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싱가포르엔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V자 형태를 유지하면서 김정은 전용 방탄 차량인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 가드’를 에워싸고 경호작전을 펼친 요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평양으로부터 항공편을 이용해 현지에 도착했고, 3일간에 걸친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체류 활동을 철통 방어했다. 현지 취재진들 사이에서 “북한엔 철통 경호단이, 남한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대미 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우리(북) 경호원을 몇 명 정도까지 회담이 열리는 현지에 데려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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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싱가포르 관광 때 벌어진 해프닝

 

이들은 김정은 근접경호를 전담하는 974부대 소속으로, 부대장인 신원철도 싱가포르에 동행했다는 말이 현지에서 나왔다. 짧은 스포츠형 헤어스타일을 한 경호원들은 35도를 오르내리는 푹푹 찌는 날씨에도 검은색 양복에 넥타이를 맨 상태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의 철통같은 경호막으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호텔에 도착해 로비로 들어가거나 나올 때의 모습은 아예 노출되지 않았다. 겹겹이 에워싸 이중 삼중의 저지선을 만든 데다, 대형 화초가 담긴 화분과 차량을 가림막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워낙 비밀리에 동선을 자주 바꿔가며 경호를 펼치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정상회담 전야인 6월11일 밤 김정은 위원장이 갑작스레 싱가포르 야경을 보기 위한 시내 관광에 나서자 북한 경호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싱가포르 공안 당국이 철저한 통제를 하고 있었지만, 심야에 김정은이 외출하는 건 경호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시야가 제한되는 밤에 일반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관광 명소를 찾는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북한 경호원 가운데 4명이 김정은 위원장을 놓쳐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출발해 마리나베이에 있는 초대형 식물원 가든즈 바이 더 베이를 시작으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스카이 파크)→주빌리 다리→싱가포르 항구 등을 관람했다. 사태는 김정은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스카이 파크 관광을 마친 뒤 호텔 밖으로 나온 밤 10시20분쯤 벌어졌다고 한다. 사복 차림으로 경호를 외곽 지원하던 싱가포르 경찰과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측 경호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상황이 일부 한국 언론사 취재기자들에게 포착됐다. 싱가포르 경찰은 마침 나타난 한국 기자에게 북한 경호원들의 이야기를 통 알아들을 수 없으니 통역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향후 경호와 의전 보완할 듯 

 

북한 측 경호원은 다급한 듯 “빨리 가야 한다고 싱가포르 경찰에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역을 도운 한국 기자들이 “숙소인 호텔로 가면 되느냐”고 묻자 북한 경호원들은 “호텔은 아닙니다”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는 게 한국 기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북측 경호원들은 “원수님(김정은을 지칭) 계신 곳으로 당장 빨리 가야 한다”고 다급하게 여러 번 말했지만, 정작 어디로 가느냐고 행선지를 묻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땀범벅이 된 북측 경호원들은 결국 “원수님 계신 곳을 모릅니다”라고 실토했다. 이들은 김정은과 수행원, 경호 인력 일행과 떨어져버렸다는 점에서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한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신변 경호를 각별하게 챙기게 된 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가 무너진 2003년 4월부터라고 한다. 같은 해 5월 미군 측 무인항공기가 탈레반 지도부의 지휘차량을 포격해 몰살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 과정이 소상하게 영상으로 공개되자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대나 공장·기업소 현지지도 날짜를 감추기 시작했다. 방문 소식 등은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다루면서도 정작 언제 이 같은 활동이 이뤄졌는지는 노출시키지 않았다. 

 

이후 우리 언론이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관련 동정을 보도하면서 “북한이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김정은 관련 보도가 나오면 ‘하루 이틀 전 실제 공개 활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 보는 수준이다.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빈소를 찾은 김정은 곁에는 권총을 찬 경호원이 밀착 수행했다. 유일한 후계자란 점에서 각별히 챙긴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북한군에선 보기 어려운 경량형 전투헬멧을 쓰고 기관총을 메고 있는 모습에서는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식의 사고가 느껴진다.

 

평양으로 귀환한 김정은 위원장과 핵심 측근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미비점에 대한 꼼꼼한 평가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경호나 의전 등에 대해서도 보완할 점을 파악해 대책마련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현지 등에서 눈여겨봐둔 미국과 서방국가의 경호·의전 노하우를 받아들여 적극 활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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