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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①] 시장 많아지고 주유소도 늘었다

北 친시장적 태도, 주민생활 향상·경제 활기…본격적인 대북제재 효과 나타나 향후 주목 (上)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8(Mon) 17:00:00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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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력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는 북한 당국의 경제 운용 및 북한 경제의 진행과정에 있어 적어도 2016년까진 실질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하에서도 북한 경제는 소폭이지만 나름의 성장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북한 경제는 3.9%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해 그야말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시대의 경제 성적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여전히 견고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2017년 북한 경제는 여러 면에서 그 이전 시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대북제재 조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면서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북한 경제는 수출 관련 산업을 필두로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경제침체를 보인 2017년은 북한 경제가 김정은 등장 이래 처음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한 해가 됐다. 더구나 최근 본격화된 대북제재가 지속된다면 향후 북한에서 심각한 경제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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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경제성장을 보면서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는 일부 견해도 있지만,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반응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경협이 중단됐을 때 북한은 중국과의 무역에 주력하면서 제재의 효과를 상쇄하고자 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이 중국 일변도로 고착화된 것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빚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의 임가공무역 확대 및 대중 자원 수출용 수송기기의 수입 증가도 대북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의 선택이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경제성장을 막지는 못했지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기간 성장세를 구가한 반면, 효과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침체로 돌아섰다.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시기 북한 경제성장의 동인은 북한의 대내외 경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을 가능토록 한 일등공신 중 대내 요인으론 시장화 및 이로 인한 사경제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 확대를 통해 외화 획득이 순조롭게 진행된 점은 성장의 대외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에선 계획경제 시스템의 작동이 멈추고 시장은 자생적으로 성장·발전해 왔다. 시장화의 확산은 2000년대 후반의 반(反)시장적 조치와 화폐개혁으로 다소 주춤해졌지만, 2010년부터 북한 당국의 태도는 시장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런 시장 친화적 기조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한층 강화돼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공식적인 정책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의 친시장적 태도와 방향성은 전반적인 주민생활 수준의 향상과 경제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북한에서 시장화와 사경제의 확대는 경제회복과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시장 확대와 사경제 활성화에는 2012년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운영되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란 나름의 개혁정책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식 방법의 기본방향은 국영부문의 운영에 있어서 시장 경제적 요소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 경제관리방법의 실시로 국영기업·기관들 중에도 개인사업가와 연계를 맺으며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개인기업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국가와 시장의 공생관계가 형성됨으로써 북한에서 비공식 사경제는 날로 성장했다.

 


 

북한 내부로부터 흘러나온 소식들 대부분은 시장을 중심으로 경제가 활기 있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상상했던 북한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현상들이 전해지기도 한다. 시장에서 재산을 모은 신흥부자가 등장했고, 이들 중에는 국가기관과 결탁해 각종 이권사업을 벌이는 ‘돈주’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동전화가 빠르게 보급돼 가입자가 수백만 명을 넘어선 것은 벌써 옛날얘기가 됐다. 아직까지 시장화로 인한 사경제의 발달은 서비스·유통부문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 생산부문의 발전도 자극하고 있다.

 

종합시장의 증가 추세는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장화의 확대를 잘 대변하고 있다. 위성사진 분석 및 북한이탈주민 면담 등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공식 시장의 숫자는 2010년 200여 개에서 2016년 400여 개로 늘어났고, 2017년 한 해에만 약 46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시장의 장세(자리세)를 직접 수취하는 지방정부가 세수확충을 위해 시장의 신설·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김정은 시대에 진행된 평양 일대의 뉴타운사업이 상당 정도 민간자본(돈주들의 자금)에 의해 건설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2년부터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북·중 무역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2010년대 초반 급격히 증가했다. 2013년 양국 무역액은 북한의 대중 수출(29억1000만여 달러)과 수입(36억3000만여 달러)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65억5000만 달러 늘어났다. 2010년에 비해 불과 3년 사이에 기록적인 신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후 2015년까지 북·중 무역은 다소 부진했으나 2016년엔 회복세를 보여 60억6000만 달러(수출 26억3000만여 달러, 수입 34억2000만여 달러)를 달성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 대외무역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대중국 무역의존도(남북교역 제외)가 90% 내외에서 유지됐다는 점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05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6년엔 92.7%까지 높아졌다. 대북제재가 진행되면서 북한의 대외무역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또 다른 특징으론 2011년 이후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일정한 수준(25억~29억 달러)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북제재 아래서도 북한이 중국을 통해 국가경제 운용에 필요한 외화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왔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양질의 노동력을 적절히 활용해 중국에 대한 광산물과 의류제품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2011~16년 주요 3대 수출품(석탄·철광석·의류제품)의 수출 비중은 75%(73.9~77.9%) 내외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북한은 특히 석탄과 의류제품 수출에 매진했다. 대중 석탄 수출의 확대는 북한의 지하자원 생산능력이 확충됨으로써 가능했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자원 수입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대북 자원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이후 북한도 자원 수출을 위한 설비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 의류제품의 대중국 수출 증가는 북한이 ‘5·24 조치’에 따라 남북 위탁가공교역이 중단되자 거래선을 한국에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는 중국으로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중국 임가공업자 확보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1~16년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은 13억8000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연 11억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이 기간 석탄 수출량(1117만톤→2250만톤)은 약 2배 늘어난 반면, 연평균 톤당 수출 단가(약 102달러→53달러)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북한은 지속적인 가격 하락에 따라 예상되는 외화 수입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계속 늘림으로써 석탄 수출을 통해 일정 수준의 외화를 확보할 수 있었다.

 

※ 계속해서 (下)편 ‘[북한경제②] 中 무역 확대 통한 외화 획득도 순조’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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