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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코노미스트의 ‘감’과 데이터

김경원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0(Wed) 10:59:34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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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와쇼스키(Wachowski) ‘자매’는 할리우드의 감독 중에서도 여러 면에서 유명한 ‘듀엣’이다. 예컨대 이들은 원래가 ‘형제’였고 각기 결혼해 아내까지 뒀는데 시차를 두고 성전환을 해 ‘자매’가 된 것이다. 이름도 ‘래리’와 ‘앤디’에서 각각 ‘라나’와 ‘릴리’로 바뀌게 됐다. 이들이 만든 영화들은 흥행성도 뛰어나지만 그들의 사생활만큼이나 스토리의 흐름이 기발하기도 하다. 1999년 개봉돼 이들에게 큰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기 시작한 《매트릭스(Matrix)》가 그 좋은 예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인간들의 생체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구동하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의 몸을 반군들이 ‘탈취’하는 대목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군의 전투함정에서 깨어난 주인공 니오(Neo)와 ‘매트릭스’를 감시하는 승무원 사이퍼(Cypher)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화면에 흘러가는 수많은 숫자들을 보며) 주인공: “이렇게 모두 숫자로 된 ‘암호(코드)’를 봐야 하나?” (중략) 사이퍼: “해독하는 기계(image translator)가 있기는 한데 매트릭스의 정보가 워낙 많아서 말이지. 익숙해지면 그냥 (‘코드’는 안 보이고) 금발, 갈색, 빨강 머리의 여자들만 보이지.” 

 

#장면2: 《매트릭스》와 같은 해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식스 센스(The Sixth Sense)》도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육감’이다. ‘육감을 가진’ 한 어린아이가 죽은 사람의 영을 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가는데, 그 묘사가 너무 설득력 있어 필자 자신도 오랜만에 정말로 무서운 영화로 봤던 기억이 있다. 이 육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했다고 알려진 인간의 오감, 즉 시각·청각·미각·촉각·후각 외에 또 다른 ‘감’이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육감을 ‘(사물을) 인지하는 오감 이외의 능력: 예리한 직관력’이라 정의하고 있다. 쉬운 말로 하자면 ‘뭔지 확실치 않지만 그냥 알아채는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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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이후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정책 기조를 ‘조심스럽게’ 재고할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발언했다. 최근 고용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조짐을 ‘감지하고’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다.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1만원 도달)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이다. 그런데 곧바로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실증적 분석 결과가 나온 다음에 속도조절을 판단해야 한다. 일자리가 몇 개 줄어들었는지, 줄어든 이유가 손님이 없어서인지 최저임금 때문인지 아직 제대로 된 통계도 없다. 경제부총리가 신의 영역에 있느냐” 등의 발언으로 반박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만 맞는 말이다. 현장에서 뛰는 소위 ‘필드 이코노미스트’에게는 정확한 예측이 관건이고 실제 활용 가능한 데이터란 상황이 벌어진 뒤 한참 뒤에나 가용하기 때문에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감’이 의외로 매우 정확하다.

 

20년 넘게 필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필자의 경험이다. 예전에 몸담았던 증권사는 최신 통계모델과 소프트웨어를 채용한 경제예측 모델을 미국의 명문 사립대에 의뢰해 만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이를 현업에 적용했더니 반년을 넘지 못하고 전혀 맞지 않았다. 반면 잘 훈련된 이코노미스트들이 감으로 하는 예측은 해를 거듭할수록 잘 맞았다. 부총리의 ‘감’ 발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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