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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먹튀’에 우는 건강보험

보험증 부정수급으로 고액진료…처벌 강화했다지만 브로커 여전히 활개

박성의 기자 ㅣ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1(Thu) 08:19:17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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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제도가 외국인 부정(不正)수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액진료를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해 건강보험 혜택만 누리고 빠져나가는 ‘먹튀’(먹고 도망감) 외국인 수가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최소 체류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복지부 내부에서조차 ‘구멍 뚫린’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문제를 뿌리 뽑을 방법은 찾지 못한 채, 근시안적인 해결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실제 친구의 보험 부정수급을 도왔다는 중국인 한 유학생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신분증을 위조해 보험금을 타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브로커만 통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20대 대학생부터 60대 할머니까지 한국(정부)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편법을 물어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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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의료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 대해 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1999년 건강보험법 제정 당시에는 본인 신청에 따라 적용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직장 가입 의무화와 지역 가입 대상 확대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왔다. 

 

이에 건강보험 적용 사업장에 임용이나 채용된 외국인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돼 내국인과 같은 혜택을 받게 했다. 입국일부터 3개월이 경과한 경우나 유학, 결혼 등의 이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이도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자격취득이 가능하다.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허들이 낮은 덕에, 국내에서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외국인도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외국인은 2012년 58만 명에서 2016년에는 87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0.6%씩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적용대상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부정수급 발생건수도 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외국인은 국내에 3개월만 체류해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고액진료 혜택을 받은 뒤 출국해 버린다. 또 3개월을 체류한 다른 외국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진료를 받는 사례도 흔하게 발생한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KiRi고령화리뷰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재외국민 및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 건수가 16만683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내국인 부정수급 건수(6만9549건)의 2.4배에 달한다.

 

이에 복지부는 6월7일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을 국가현안점검조정회의에 보고했다.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악용해 부정수급하는 외국인이 늘자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한 외국인 최소 체류 기간이 6개월로 바꾸고 가입 역시 의무로 전환된다. 임의 가입과 짧은 체류 기간을 악용, 단기간 입국해 고액의 진료를 받은 뒤 다시 출국하는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의 경우 현재와 같이 보유한 소득·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  

 

정경실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이번 방안으로 외국인과 재외국민 건강보험 자격관리의 미비점을 보완해 도덕적 해이를 막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련 법령개정 등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IC카드 발급 등 특단의 대안 고려해야

 

복지부가 부랴부랴 대안을 내놨지만, 정작 일선에서 근무하는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가장 문제가 됐던 외국인의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사례를 근절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 수준을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에서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강화했지만, 애초 건강보험증 도용을 잡아낼 방법이 없는 탓에, 강화된 처벌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건강보험공단의 한 직원은 “공단 직원들이 가장 꺼리는 게 외국인 관련 업무”라며 “특히 외국 정부와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중에서도 중국인들이 조작이 의심되는 공문서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에서 이를 바로바로 걸러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대안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4년간 체류하고 있는 한 중국인 유학생은 “(건강보험증 도용을) 도와주는 브로커가 있다. 1000위안(약 17만원) 정도만 주면 이런 일(부정수급)을 도와준다는 이들이 많다”며 “한국 정부가 처벌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그 사람(브로커) 말로는 ‘변한 거 없다’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말하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개인정보를 보다 체계적이고 세분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 부상하는 게 건강보험증을 IC카드(초소형 컴퓨터를 내장한 카드)로 발급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등 정부의 부담이 가중되겠지만, 10년 넘게 지적돼 온 건강보험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체류기간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서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묵은 문제니만큼 정부가 더 강한 의지를 가지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비급여 진료 내역을 포함한 IC카드를 발급해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외국처럼 건강보험료를 1년 이상 납부해야 건강보험증을 발급해 주는 등 건강보험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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