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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잊힌 죽음 ‘경찰 청년단원들’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에 편성돼 참전…경찰 인정 안 돼 제대로 평가·조명 못 받아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1(Thu) 08:23:37 |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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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한 경찰은 총 6만3427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전쟁의 범주로 규정하고 있는 제주 4·3사건과 여순반란사건, 공비 토벌 등에서 희생된 경찰까지 포함하면 경찰 전사자는 더 늘어난다. 당시 경찰은 각 시·도 경찰국 단위로 전투경찰대를 편성하고 전쟁에 참여했다. 전국 곳곳에 병력을 투입해 전투와 치안활동을 펼쳤다. 군경 합동작전 수행, 피난민 구호조치, 중요시설 경비 등이 경찰의 주요 임무였다.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이 있다. 비정치적 반공애국단체인 ‘대한애국청년단’ 등이다. 경찰청 추산 2만8000여 명이 지방치안의 부족한 경찰력을 도와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징집이 아니라 전쟁 상황에 의해 자발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거나 해당지역에서 치안을 맡아 활동했다. 대개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경찰이나 군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자체 치안을 담당했다. 산악지대에 은거해 있던 빨치산이나 공비 토벌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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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 수석부회장의 아버지 김영종씨도 27세의 나이에 청년단원으로 빨치산 토벌에 나섰다가 전사했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이 개시된 지 5개월 후 전남 장성지구 빨치산 토벌대로 참전했다가 교전 중 총탄에 맞았다. 

 

경찰과 청년단원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3년1개월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실종자를 포함해 전사한 경찰이 9091명, 부상자는 6168명에 달한다. 대한청년단 등 민간인 신분의 대원들도 상당수가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자료에는 대한청년단의 경우 경찰과 합동으로 나간 공비 토벌 과정에서 1014명의 대원이 전사한 것으로 나와 있다. 

 

청년단원들의 가족 또한 ‘경찰 가족’이나 ‘경찰 부역 가족’으로 분류돼 인민군과 좌익에 의해 집단 희생되는 등 추가적 피해도 잇따랐다. 김 부회장의 경우 아버지가 청년단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삼촌, 고모, 누나 등 직계가족 7명이 한꺼번에 학살됐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가족들의 손을 뒤로 묶은 뒤 깊은 구덩이를 파서 한꺼번에 6명을 던져놓고, 맨 마지막에 어린 누나를 던지고 곧바로 흙으로 묻어버렸다고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청년단원인 이창의씨 등 16명이 1950년 9월12일쯤 인민군에 의해 집단으로 납치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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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전투에 참여해 전공 세워

 

청년단원들은 한국전쟁 중 지역 곳곳에서 경찰을 도와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대로 된 평가나 조명을 받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경찰의 활동에 묻히기도 했다. 한국전쟁에서 이들은 ‘잊힌 죽음’이었고 ‘숨은 용사’였다.  

 

6·25 때 전쟁의 양상을 바꾼 중요한 전투 중 하나가 ‘춘천대첩’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38선을 넘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다. 소련제 탱크를 앞세워 단숨에 춘천 앞까지 진격했다. 

 

당시 춘천 방어를 맡고 있던 6사단은 춘천 일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북한군과 맞섰다. 여기에는 시민, 학생, 경찰, 청년단원 등이 합세했다. 당초 북한군은 3일 안에 남한 전역을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춘천을 지나 단숨에 서울을 점령하려고 했으나 ‘춘천방어선’에 막혔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북한군은 3일 동안이나 발목이 잡혔다. 한국전쟁의 첫 대승이었다. 

 

춘천대첩 승리의 밑거름은 ‘내평전투’였다. 38선 경비를 담당하던 춘천경찰서 내평지서는 춘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다. 북한군이 내려오자 인근 북산면에서는 대한청년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지역방위체제를 유지했다. 

 

김봉림 단장은 대원들에게 북산면 방어를 지시하고, 자신은 나머지 대원 2명과 함께 내평지서로 달려갔다. 지서에는 노종해 지서장(경위)을 비롯한 9명의 경찰관이 있었다. 김봉림 단장 등  청년단원 3명이 합류하면서 총 12명이 북한군과 맞섰다. 이들은 지서 주변에 마대를 쌓아 전투진지를 구축했다. 

 

전차와 박격포를 앞세운 북한군의 숫자는 3000여 명. 12명이 맞서기에는 압도적인 열세였다. 노 지서장은 길목을 차단하고 북한군과 결사 항전했다. 그리고 무려 1시간 동안 북한군의 발목을 잡았다. 내평지서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북한군은 박격포 등을 무차별 쏘아 일대를 완전 폐허로 만들었다. 결국 노 지서장을 비롯한 경찰관 9명과 청년단원 3명은 장렬하게 전사했다. 

 

내평전투에서 노 지서장 등은 20명 이상의 북한군을 사살했고,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이들이 벌어준 1시간 동안 국군 6사단은 소양강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노 지서장은 경감 계급이, 함께 전사한 경찰관들도 1계급씩 추서됐다.  

 

정부는 2014년 6월 노 지서장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하고, ‘6·25전쟁 영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함께 전사한 8명의 경찰관과 김봉림 단장 등 3명의 청년단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한국전쟁 당시 경북 김천시 증산면 장전리에도 북한군이 밀려 들어왔다. 산간오지였던 이곳은 빨치산의 잦은 출몰지였다. 당시 증산주재소(현 증산파출소)에는 경찰관 5명 정도가 있었으나 마을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경찰은 대한청년단에 요청해 마을 청년 100여 명을 차출해 향토방어에 투입했다. 당시 20대 후반의 오상봉씨도 청년단원 특공대 수색대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오씨는 경찰이 임시 순경으로 임용할 만큼 활약을 보였으나 북한군에 붙잡혀 총살당했다. 

 

오씨는 ‘참전용사’로서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했다. 면사무소와 파출소가 불에 타면서 그의 참전을 증명할 서류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씨의 유족들은 고인의 활동에 걸맞은 예우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단원 활동 재조명해야

 

한국전쟁에 참전한 청년단원의 경우 경찰과 같은 활동을 했지만 경찰로 인정받고 있지는 않다. 국립 서울현충원 봉안관과 전쟁기념관 경찰명비 등에는 호국영령으로 예우해 위패가 모셔져 있다. 경찰 유족단체와 후손들은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 경찰명비에도 전사한 청년단원들의 위패를 봉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이들을 경찰로 인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옥자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 회장은 “6·25 당시 청년단원들은 경찰 역할을 수행했다. 단지 ‘공무원 경찰’과 ‘민간인 청년단원’이라는 차이밖에 없었다. 이분들의 공적 또한 정규 경찰에 비해 낮다고 볼 수 없다”며 “마땅히 직급을 추서해 경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단원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김영종씨 유족 또한 “경찰에 준하는 직급을 부여해 고인의 명예는 물론 후손들도 자긍심을 갖게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일단 유족회나 유족의 뜻대로 경찰에 준하는 직급을 추서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형평성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대상을 ‘전사자’로 할 것인지 청년단원 전체로 확대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만약 전사자로 국한한다면 일반 청년단원 출신이나 유족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한국전쟁 때 참전한 민간인들이 청년단원뿐 아니라 향토방위대원, 학도병, 국민방위군, 유격대원 등이 있기 때문에 이들도 같은 요구를 할 경우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경찰청 관계자도 “청년단원은 경찰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기념공원에 명패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회와 유족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할 문제”라고 밝혔다.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에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조국 수호를 위해 헌신했다. 청년단원들도 무명의 용사나 다름없다. 이들의 활동을 재조명하고, 아직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단원들에 대해 정부가 적극 발굴에 나서야 한다. ​ 

 

 

“경찰 신분에 맞는 직급 부여해야”  - 권옥자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 회장 인터뷰

 

지난 2009년에 발족한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는 2013년 12월16일 경찰청 NGO단체로 등록됐다. 권옥자 회장은 2012년 3월에 취임해 7년째 경찰 유족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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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단원들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다. 


“전쟁 당시에는 목숨을 내걸고 가족의 위험까지 담보하며 적과 싸웠다. 그런데 정규 경찰관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라 기록에 남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참전 기록이 불에 타거나 소실된 청년단원들은 서류상 입증을 못 하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억울한 사람들이 없도록 보훈처 등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청년단원들에게 직급을 준다면 어떤 직급을 줘야 하는가.

 

“전쟁 당시 경찰관들과 동일한 일을 하다가 순국한 청년단원 국가유공자들에게 ‘순경’이라는 직급만 달아줘도 억만금을 받은 것 못지않게 기뻐할 것이다. 사후 특채나 추서 형식으로 1계급 특진제도를 적용해 경찰로 분류된 청년단원을 예우해야 한다. 그게 어려울 경우 ‘명예순경’도 고려해 볼 만하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 같다. 군에도 민간 참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청과 국방부, 보훈처 등 관계기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도록 노력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경찰유가족회의 추진 계획은 있는가.

 

“우선 왜 순경 직급을 부여해야 하는지 적극 알리려고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내용을 유족회가 매년 발행하는 ‘님은 먼곳에~’에 자세히 실었다. 언론에도 알리고 향후 국민청원 등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정부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최상의 보상과 예우를 하겠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함이 없다. 국가에 헌신한 청년단원들과 그 후손들이 ‘경찰 가족’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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