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개혁·개방에 설레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평양 중심부 부동산 시장 들썩…시민들 외식도 잦아져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2(Fri) 08:25:03 | 1497호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 이튿날인 5월27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에 강한 거부의사를 보이는 글을 실었다.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이 대북 경제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을 비난하며 “우리가 회담을 통하여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티끌만 한 기대도 걸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uBD81%uD55C%uC5D0%uB294%20%uD734%uB300%uC804%uD654%20%uC0AC%uC6A9%uC790%uAC00%20%uD06C%uAC8C%20%uB298%uC5C8%uB2E4.%20%uC62C%204%uC6D4%20%uD3C9%uC591%20%uACE0%uB824%uD638%uD154%uC5D0%uC11C%20%uBCF8%20%uD55C%20%uD3C9%uC591%20%uC2DC%uBBFC%20%uBAA8%uC2B5%20%A9%uC0AC%uC9C4%uACF5%uB3D9%uCDE8%uC7AC%uB2E8


 

 

北·美, 핵 폐기와 경제지원 맞바꾼다

 

그러나 북·미 간에는 이미 북한 핵 폐기와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맞바꾸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북 협의차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민간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걸 허용하겠다”(5월13일 폭스뉴스 인터뷰)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은둔 국가가 21세기로 나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미국 기업은 수천만 달러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에 줄 선물 보따리는 품목과 물량이 점점 늘어나는 형국이다. 단순한 대북지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경제적 보상이 거론된다. 특히 수교상황까지 내다볼 수 있는 국면이 될 경우 평양 대동강변의 트럼프 타워와 평양 시내 맥도날드 매장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평양의 엘리트·부유층과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기대감을 부풀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교포인사는 “지난해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초래된 제재 국면에서 한껏 움츠렸던 북한의 신흥자본가인 돈주와 특권층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미국과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개혁·개방을 향한 물꼬가 트일 경우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평양을 중심으로 번지는 식도락 문화다. 중산층 이상의 계층을 중심으로 생활형편이 나아지면서 외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기업소가 들어찬 평양 중심가엔 요즘 ‘한 딸라’ 식당들이 등장해 성업 중이라고 한다. 뉴타운인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도 각종 식당이 즐비하다. 53층 주상복합 건물을 비롯한 이곳 고층빌딩에는 모두 600여 개의 식당이 들어서 성업 중이라고 한다. 1달러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이들 식당은 점심때가 되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반찬 4가지와 국이 딸려 나오는 메뉴인데 밥값을 달러로 받는다고 한다. 달러가 없을 경우엔 암달러 시세로 환산한 북한 돈 7000원으로 치를 수도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피를 즐기는 문화도 퍼지고 있다. 과거엔 외교관·주재원 출신이거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이들이 주로 호텔이나 외화식당에서 제한적으로 커피를 맛봤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생·청년층이 커피 소비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얼마 전 김일성대 앞에 들어선 현대식 건물엔 커피숍만 무려 8개가 오픈했다”며 “평양에 불고 있는 커피 바람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2015%uB144%204%uC6D4%20%uC870%uC120%uC2E0%uBCF4%uC5D0%20%uC2E4%uB9B0%20%uD3C9%uC591%uD638%uD154%20%uB0B4%20%uCE74%uD398%20%u2018%uC804%uB9DD%uB300%20%uCEE4%uD53C%uC810%u2019%A0%A9%20%uC870%uC120%uC911%uC559%uD1B5%uC2E0%uC5F0%uD569


 

 

젊은 층, 커피 즐겨 마시는 문화 생겨나

 

돈주들은 부동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평양 중심부에서 서남쪽 강변에 자리한 강남 지역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개발지구라고 한다. 논밭과 과수원이 대부분이라 평양 시민들에게 과일·채소를 공급하는 지역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마치 1970년대 서울 압구정이나 개포 지구와 같은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해 12월말 이곳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만든 이래 22번째의 구역 지정이지만, 지방이 아닌 평양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경제개발구는 김정은 위원장의 작품이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6·28조치(2012년), 기업 자율권 부여 등을 담은 5·30조치(2014년)를 포함한 시장경제 요소 도입과 함께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정책의 한 축을 이뤘다. 지난해 말까지 경제특구 5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19개 등 모두 27개가 지정됐다. 하지만 대북제재 등으로 주목받지 못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제시한 당근 보따리를 챙겨 북한체제를 보장받고 경제적 부흥을 꾀할지, 아니면 핵과 미사일을 거머쥔 채 다시 고단한 시간을 보낼지는 전적으로 북한이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일단 북한이 미국과의 향후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α’를 챙기는 선택을 할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과 수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통해 11월말 이른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에겐 2018년 대미 협상의 시간표가 그려져 있었을 게 틀림없다.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특사를 파견해 문재인 정부와 대화 물꼬를 튼 것도 이런 빅 픽처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약대였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정상회담 파기’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낮춰 예정대로 회담 일정을 복원시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볼 수 있다.

 

%uC62C%205%uC6D4%20%uD3C9%uC591%uBD04%uCCA0%uAD6D%uC81C%uC0C1%uD488%uC804%uB78C%uD68C%uC5D0%uC11C%20%uC2DC%uBBFC%uB4E4%uC774%20%uD654%uC7A5%uD488%20%u2018%uC740%uD558%uC218%u2019%uC5D0%20%uAD00%uC2EC%uC744%20%uBCF4%uC774%uACE0%20%uC788%uB2E4.%A0%A9%20%uC870%uC120%uC911%uC559%uD1B5%uC2E0%uC5F0%uD569


 

평양 길거리의 트럼프 타워나 맥도날드 매장이 현실화한다는 건 북한체제가 돌이킬 수 없는 개혁과 개방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 ‘주체 혁명의 수도이자 성지’로 선전되는 평양 중심부에 자리한다는 점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핵 폐기를 언급하며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주민들에게 약속했지만 공수표가 된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지상낙원’이 미국에 의해 현실로 다가올 순간이 닥친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불구대천의 원수 미 제국주의’의 대통령을 만나 체제보장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핵무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국제 제재의 굴레 속에서 낙후된 체제를 힘겹게 이끌어갈지, 정상국가의 길로 걸어 나와 번영과 공존의 기회를 잡을지는 김정은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국제 2018.09.25 Tue
[동영상] “방탄소년단 유엔 연설은 역사적 순간”
국제 > 한반도 2018.09.25 Tue
트럼프 만난 文대통령…비공개 회담선 무슨 대화 오갔나
경제 2018.09.25 Tue
평양 대신 워싱턴行 택한 정의선 홀로서기 가능할까
LIFE > Sports 2018.09.25 Tue
숫자로 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흥망사
경제 > 사회 2018.09.24 Mon
 ‘추석은 가족과 함께’ 옛말...호텔·항공업계 ‘金특수’ 누린다
사회 > 연재 >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2018.09.24 Mon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려면
갤러리 > 만평 2018.09.24 Mon
[시사 TOON] 평양 정상회담, 추석상 착륙
Health > 연재 > LIFE > 이경제의 불로장생 2018.09.24 Mon
[이경제의 불로장생] 총명은 불로장생의 길
Culture > LIFE 2018.09.24 Mon
한반도를 둘러싼  세 개의 《애국가》
연재 > 서영수의 Tea Road 2018.09.25 화
‘6대차(茶)류’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백차(白茶)
LIFE > Health 2018.09.25 화
의사가 권하는 ‘명절 증후군’ 싹 날려버리는 법
국제 > 연재 > 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 2018.09.24 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도운 후세 다쓰지 변호사 추모제
경제 > 국제 2018.09.23 일
혼돈의 미국 11월 중간선거…한국경제 먹구름
LIFE > Health 2018.09.23 일
당뇨엔 과일, 고혈압엔 술, 신장병엔 곶감 조심
한반도 2018.09.23 일
北
사회 > OPINION 2018.09.23 일
[시끌시끌 SNS] 퓨마 ‘호롱이’ 죽음과 맞바꾼 자유
LIFE > Culture 2018.09.23 일
헬프엑스 여행기 담은 김소담 작가  《모모야 어디 가?》
LIFE > 연재 > Health > 노진섭 기자의 the 건강 2018.09.23 일
[노진섭의 the건강] 급할 땐 129와 보건복지부를 기억하세요
LIFE > Sports 2018.09.23 일
세계 최강 여자 골프 “홈코스에서  우승해야죠”
OPINION 2018.09.23 일
[Up&Down] 백두산 오른 문재인 vs 실형 선고 받은 이윤택
연재 > 유재욱의 생활건강 2018.09.23 일
[유재욱의 생활건강] 수영의 장단점 베스트3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