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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빠진 한국당, 당 간판 언제 내릴까

갈수록 멀어지는 인적쇄신·정계개편 대안 없이 서로 ‘남 탓’에만 여념 없어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2(Fri) 11:00:00 | 1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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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이긴 당은 따로 있는데,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당은 자유한국당인 것 같다.”

 

촌철살인으로 유명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6월20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김 권한대행 앞에 몰린 취재진 규모를 보고 한 말이지만, 김 권한대행 입장에선 마냥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실제로 국민의 관심은 6·13 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보수야당에 쏠려 있다. 정작 승자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껏 자세를 낮추면서 시계(視界)에서 사라졌다. 그 자리를 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6·13 선거 이후 한국당 모습은 혼돈 그 자체다. 좀처럼 카오스에서 벗어날 기미 없이 갈수록 내홍만 키우고 있다.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백가쟁명(百家爭鳴)만 요란하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 재정립, 보수진영 전반의 새로운 질서 수립을 위한 고민은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참패에 대한 심도 있는 원인 진단이 선행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반성과 성찰 발언, 퍼포먼스만 앞세우고 있다. 또다시 꺼내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당명 교체 카드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남 탓만 하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혁신이 절실하다”는 허망한 구호만 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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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으로 외면받고 또 패거리 정치

 

선거 이튿날인 6월14일, 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전원 사퇴했다. 홍 전 대표는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하셔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신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수습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마지막 막말’이라며 올린 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 전 대표는 6월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청산 대상으로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등을 지목했다. 여의도 주변에선 홍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에서 파생된 여러 살생부가 돌며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김 권한대행이 발표한 쇄신안은 계파 싸움의 방아쇠를 당겼다. 김 권한대행은 6월18일 ‘중앙당 해체’와 ‘혁신비대위 설치’ 구상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친박계는 “우리만 청산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4선의 한선교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이 기회에 비주류에서 주류로 전환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견제했다. 김 권한대행 등 바른정당 복당파가 당권을 잡기 위해 중앙당 해체와 비대위 출범을 들고나왔다는 주장이다. 4선의 정우택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사실상 그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김무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당권 도전을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김 권한대행은 친박계를 겨냥해 “수술 전 몸부림치는 환자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다수 의원의 의견이 “친박 부활은 안 된다”는 것이라 보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 20여 명은 비공개 조찬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김 권한대행의 당 수습안에 대한 지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도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6월19일 단독 모임을 열고 수습방안 찾기에 나섰다.  초선 모임 간사 격인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비공개회의 직후 “당 혁신에 대한 진정성이 훼손돼서는 안 되고, 친박과 비박 간의 싸움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초선부터 중심 잡고 패거리 정치를 안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초선 모임 참석자 중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가 공개되면서 더 큰 화근이 됐다.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등의 표현이 적혔다.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에선 “결국 비박계가 복당파와 중도파를 규합해 친박계를 치고 당권을 잡겠다는 속셈”이라며 날을 세웠다. 초선 의원들은 논란이 커지자 다시 긴급 회동을 갖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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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인적 쇄신엔 “…”

 

김성태 권한대행은 6월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물러날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곪아 터진 아픈 상처는 후벼 파내고, 썩은 고름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일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반성문을 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인적 청산의 첫 단추로도 여겨지는 총선 불출마 선언은 김무성·윤상직 의원에서 그쳤다.

 

한국당 소속 대부분 의원은 선거 이후 기자들과 만나면 대부분 한숨부터 내쉬었다. 당이 사실상 간판을 내리게 됐는데 딱히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총선 불출마 이야기만 나오면 “인위적 인적 쇄신은 불가능하다” “한국당에서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직까지 “책임지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한 인사는 없다. 당내에서조차 “진정한 의미의 자기희생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퇴로 찾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초·재선과 중진, 바른정당 복당파 등으로 사분오열돼 ‘남 탓’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초·재선들이 뭐라도 좀 해 보려고 하는 것에 비해 중진 의원들은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홍 전 대표 시절 아무 소리도 못 하던 초·재선들이 이제 와서 중진까지 물러나라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을 선언할 것으로 일각에서 기대됐던 일부 중진들은 벌써 당권 경쟁 몸풀기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진한 인상을 풍긴다.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6월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인적 쇄신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듯했다. 서 의원은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책임이 크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다만 서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나 정계은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권한대행은 “당의 원로이자 대선배가 결심해 줬다”며 “건강한 정당으로 다시 일어설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비박계에선 이조차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혁신 비대위가 들어설 경우 어차피 자신에 대한 인적 쇄신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기 때문에 서 의원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자신이 책임지는 모양을 만들면서 비박계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사실상 차기 당권을 노린 한 수”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의원은 “탈당 이후 친박계를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느낌을 지우려면 아예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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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조차 정치적 셈법 작동

 

한국당은 2007년부터 당사로 사용한 서울 여의도 당사를 정리하고 이르면 6월 중 여의도 밖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경비 절감 차원”이라며 “이미 건물 계약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20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 등을 거치면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당사 이전을 검토해 왔다. 당사를 옮기면 매달 1억원씩 내던 임차료가 2000만원으로 준다. 과거 한나라당(현 한국당)은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몰리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펼치겠다며 천막 당사로 옮긴 바 있다.

 

한국당은 또 비대위를 통해 당 혁신을 꾀하고 당명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원투수’ 역할을 할 혁신 비대위원장 영입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 안팎에선 정의화·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작 당사자들은 “제안받은 적도 없고, 맡을 생각도 없다”며 손사래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 관계자는 “가급적 영남 출신이 아닌 40~50대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당 상황을 모르는 외부 인사보다 합리적이면서도 온화한 원내 인물이 나서 인적 청산 작업을 벌인 뒤 당을 해산하고 바른미래당을 포함해 새롭게 보수정당을 설립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 정계개편 움직임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모두 정계개편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으론 당내 혁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속내는 약간 다르다. 한국당에선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2등 정당”이라며 “문을 열어놓으면 바른미래당이 알아서 소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에선 자강파를 제외한 통합파들조차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는 이상 죽어가는 정당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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