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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청률을 겨냥해야 지상파 예능이 산다?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 지상파 예능의 새로운 도전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4(Sun) 10:00:00 | 1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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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서 시청률 3%는 망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 3%대 시청률을 내면서도 화제와 호평을 받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선을 끈다. MBC 《두니아》와 KBS 《거기가 어딘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MBC에서 새롭게 방영되고 있는 《두니아》는 주말예능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이름이 익숙한 박진경, 이재석 PD의 새 프로그램으로 먼저 관심을 잡아 끈 《두니아》는 그 독특한 세계로 인해 시작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관찰카메라라 불리는 리얼리티쇼 시대로 들어온 지금, 갑자기 허구의 공간인 ‘두니아’라는 곳에서 여러 인물들이 벌이는 모험(?)을 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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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니아》, 《무한도전》 이후의 세계를 찾아 나서다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은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살던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워프돼 가게 된 이 두니아라는 공간에서의 사건들은 그래서 대본과 실제가 겹쳐질 수밖에 없다. 공룡이 등장하는 건 누가 봐도 CG지만 그들은 거기 공룡이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하지만 무인도 같은 이 공간에서 먹거리를 찾고 잠자리를 만들어 생존해야 하는 건 연기가 아닌 실제다. 

 

《두니아》는 그 가상과 경계 사이의 공간에 들어가 때론 적응하지만 때론 적응하지 못하는 실제 인물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며 게임적인 자막과 편집을 더해 독특한 병맛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런 웃음의 코드는 지상파에서는 낯설 수 있지만 유튜브 같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동영상들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시청률은 3%대에 머물러 있다. 주말 예능 시간대에 너무 낯선 풍경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하지만 과거 《무한도전》의 조연출로 활약하며 그들이 해 왔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을 과감히 뒤집기라도 하겠다는 듯, 아예 대놓고 ‘언리얼 버라이어티’라고 내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무한도전》이 한 시대를 풍미하며 종영한 지금, 《두니아》는 마치 그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러 나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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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낯선 도전은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거기가 어딘데》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과거 《1박2일》을 연출하기도 했던 유호진 PD는 《거기가 어딘데》에서 아라비아 사막이라는 오지를 예능의 공간으로 끌어왔다. 왜 하필 사막까지 찾아가게 되었냐는 필자의 질문에 유호진 PD는 “이제 예능에서 가보지 않은 곳은 거의 없어졌다”는 말로 그 답변을 대신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도 이제는 익숙한 여행지가 돼 버린 지금, 유럽이든 남미든 예능의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고, 심지어 정글 같은 곳도 들어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찾다 찾다 결국 예능에서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은 사막을 선택했다는 것. 

 

모래와 햇볕만이 계속 이어지는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과연 예능 프로그램이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이 없었을 리 없다. 하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공간에 들어가면 그 공간에 맞는 예능의 문법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지진희와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이 함께 걸어가는 그 길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나, 너무 뜨거워 견디기 힘든 그 힘겨움들은 고스란히 예능의 웃음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를테면 화장실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나 사막 한가운데서 먹는 골뱅이 비빔면은 그 오지의 힘겨움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있는 요소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1박2일》을 연출했을 때부터 국내 여행이라는 소재가 갖는 한계를 넘고 싶었다는 유호진 PD는 그저 외국 여행이 아니라 오지라는 더 낯선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저 여행이 아니라 ‘탐험’이라고 불러도 좋을 새로운 여행의 풍경들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 역시 《두니아》가 그랬던 것처럼 이 프로그램도 그 스케일과 투자에 비해 3%대 시청률이라는 지상파로서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니아》나 《거기가 어딘데》 같은 프로그램들의 도전이 의미 없는 일일까.

 

지금껏 지상파가 누려온 플랫폼 우위는 이제 다채널 시대를 맞아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지상파 시청률이 뚝 떨어져 이제 비지상파 프로그램과 비교해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제 더 중요해진 건 시청률보다 화제성이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고르게 높은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유의 프로그램들만 반복해서 기획하고 만든다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렸다. 

 

 

‘시청률의 덫’에 빠진 지상파 예능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건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시청률의 덫’이다. 지금껏 플랫폼 우위를 기반으로 해 왔던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항상 ‘보편적 시청층’을 추구하는 기획안들만 내놓고 프로그램화한 면이 있다. 말이 좋아 ‘보편적 시청층’이지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각이 서 있지 않은 ‘두루뭉술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보다 확실한 취향을 가진 지금의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프로그램들이다. 비지상파가 오히려 예능의 헤게모니를 가져간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목표시청률이 낮아서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비지상파는 5% 시청률을 목표로 만들기 때문에 보다 타깃이 명확하고 추구하는 취향 또한 분명한 면이 있다. 그러니 지금껏 지상파가 시도하지 않았던 개성적인 프로그램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빠지는 건 지상파가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청률의 목표치를 낮추고 달라진 다채널 시대에 맞는 개성적인 프로그램들이 시도돼야 한다. 오히려 3% 시청률을 겨냥하는 프로그램들이 나와야 지상파 예능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의 시도가, 한때 지상파 플랫폼 시대를 이끌었던 《무한도전》과 《1박2일》 그 이후를 그려보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상파 프로그램의 가능성으로 보이는 건 그래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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