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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難民)보다 훨씬 더 두려운 난민(亂民)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상상된 공포는 실재가 아니다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6(Tue) 17:00:00 | 1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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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0일은 세계 난민(難民)의 날이었다. 제주도에 들어온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을 배척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무려 30만 명의 동조자를 얻으며 한국인의 양심에 칼을 겨눈 날이기도 하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이 난민 문제에 대해 온정적인 손길을 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까지도 의구심이 듭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유엔난민기구는 6·25전쟁 때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난민을 돕고자 만들어진 UNKRA가 그 모태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6·25전쟁 난민이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의 도움으로 전쟁의 참화를 견디고 경제대국이 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보다 더 명백한 위치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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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배척의 배후에 이슬람 혐오라는 인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지적을 했다. 막연한 피해심리도 있다. 머릿속에 구축된 허구적 무슬림의 이미지가 난민들에 대한 배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일부 여성들이 이 인종차별적 행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탈레반이 저질러온 끔찍한 여성박해를 중단시킬 기회라고 이 침공에 찬성했던 일련의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 실제로 탈레반의 여성박해는 처참했지만, 미국의 침공이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의 자구적 노력을 도왔다는 소식은 들어본 일이 없다. 아프간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명분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 명분이었을 뿐이다. 이번 예멘 난민들을 두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혐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 침략에 동조하고, 여성에게 공포를 준다는 명분으로 예멘 남성을 배격한다. 약자이고, 고립되어 있고, 자기 땅에서 쫓겨나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타인들의 온정에 내맡겨진 사람들을 왜 그렇게까지 두려워해야 할까. 그들이 저질렀거나 저지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범죄에의 공포를 들이미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과장이다. 

 

 

실체 없는 공포에서 시작된 난민 배척

 

나는 최근 폐쇄된 음란사이트 야딸TV의 무려 85만 명에 달한다는 한국 남성 회원들이 500명의 예멘 남성들보다 85만 배는 두렵다. 비공개촬영회라는 것이 언론에 소개되자 ‘출사’(촬영회에 참가하는 일) 하고자 벌떼처럼 달려든다는 남성들이 더 두렵다. 이들은 전란과 고통을 피해 떠도는 난민(難民)이 아니라, 세상을 어지럽히고 불안하게 만드는 난민(亂民)이다. 이들을 비판하고 기피하는 일과 예멘 남성들에게 모든 문화가 다 지니고 있는 여성혐오의 죄과를 뒤집어씌워 배척하는 일이 결코 같을 수가 없다. 

 

한밤중 올라탄 택시에서 느끼는 공포, 밀폐된 공간에 남성과 단둘이 있을 때 느끼는 공포가 난민 남성에게로 곧바로 투사되는 비밀이 뭘까. 남성 일반에 대한 구성된 공포가 실재하는 약한 난민 남성들을 박해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면, 피해자로 존재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제주도는 난민의 땅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육지에 난이 발생하면 피난처가 되었지만 정작 4·3 이후 일본으로, 오키나와로 도망쳐야 했던 난민들의 빼앗긴 고향이기도 했다. 그 제주도가 품고 있는 난민(難民)들을 상상된 공포로 배제하는 난민(亂民)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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