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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는 北 비핵화 시간표에 속타는 文정부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금강산 찾아가자 非核 만들고~~~”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Fri) 14:00:45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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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모색하기 위해 정부가 시동을 걸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갈 길이 멀어 보였지만 본격적으로 추진해 볼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에서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올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합의로 한반도 정세가 화해와 협력 분위기로 급선회한 상황에 힘입어서다. 청와대는 물론 통일부·외교부 등 대북 부처들은 개성·금강산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정책 검토와 채비를 조심스레 진행 중이다. 여기에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회담이 착착 진도를 내고 있고, 북한 지역 철도와 도로를 보수 또는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시간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는 120여 개에 이르던 입주기업들이 가장 다급하게 목소리를 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미온적이던 통일부 등 관련 부처는 최근 들어 재가동 쪽으로 분위기를 탐색하는 모습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6월27일 ‘2018 한반도 국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개성공단은 재개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조 장관은 “가능하다면 빠르게 재개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풀어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통일부가 공단 재개의 ‘당위성’을 분명하게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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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권 돈줄로 비춰지는 금강산 관광

 

금강산 관광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대규모 현금(Bulk Cash)이 관광 대가로 건네진다는 점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7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에 의해 금강산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는 사태로 중단된 터라 재개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리 측 자산인 금강산 관광 시설과 이산가족면회소를 몰수·동결 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우리 측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일단 오는 8월 금강산에서 열릴 제21차 이산상봉 행사를 계기로 현지의 시설을 점검하고 관광 재개를 위한 애드벌룬을 띄워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월27일부터 사흘간에 걸쳐 우리 정부 당국자를 단장으로 한 시설점검단 20여 명이 다녀왔다. 금강산 현지의 이산가족면회소와 현대아산 소유의 호텔·식당 등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20차 상봉이 2015년 10월 치러졌기 때문에 시설이 3년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해 보수가 필요하다는 게 우리 측 판단이다.

 

6월28일에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 도로 협력 분과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문산(경기도 파주시 문산읍)과 북한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이 북측에 제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도로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에도 추진됐으나, 이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로 남북관계가 다시 꼬이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 문산과 북한의 개성 구간 19㎞ 정도를 연결하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고속도로로 달릴 수 있는 노선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남북 양측은 곧이어 철도 협력 회담을 하고 현지 실태조사 등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이산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명단 늑장 통보 같은 몽니를 부린 것과 달리, 철도·도로의 경우 북측이 더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선언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당시 남북한은 대화와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선언에 담으면서 특히 철도·도로 문제에 힘을 실었다. 선언문 6항은 특히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협 관련 프로젝트를 이행하자는 취지도 깔려 있다. 이는 당시 비서실장으로 회담의 전반적 상황을 지켜봤고 정권 말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들이 보수정부 집권으로 실행되지 않은 데 따른 안타까움을 갖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10·4 선언은 북한의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지원해 주는 방안을 담고 있어 그 이행을 둘러싸고 적절성과 비용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철도·도로와 항만 등의 기반을 그대로 두고서는 남북 간 규모 있는 경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북한도 10·4 선언의 이행 불발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대를 걸어왔다는 게 대북 협상을 지켜봐온 당국자와 북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은 철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실정을 공개 환담에서 솔직하게 털어놔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개마고원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등을 언급하자 김정은은 “우리 철도 사정이 불비(不備)하다”며 불편함이 따를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5월24일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방북한 한국과 서방 언론사 기자들은 강원도 원산에서 현지까지 무려 12시간이나 걸려 열차로 이동해야 했다. 전력난과 열차 노반 부실 등으로 시속 20~30km 수준인 북한의 열악한 철도 실태가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판문점 선언 서문에 민족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을 강조하면서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철도·도로 연결을 염두에 둔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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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관계 풀려야 전향적인 해제 가능

 

정부의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구상이 성사되려면 무엇보다 대북제재 문제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에 이어 1년 만에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재차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제재 해제 쪽으로는 당장 움직이지 않을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직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속도를 낼 것으로 생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측 파트너의 비핵화 협상도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미 논의를 지켜보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대북제재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예외적 사안의 경협이나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칫 민감한 이슈인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지나치게 부각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절한 수위를 고심 중이라는 게 당국자의 귀띔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월27일 제주포럼에서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북한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란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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