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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이 쏘아올릴 북한 개방의 작은 공

[손기웅의 통일전망대] 옛 서독의 동독 지원책은 통일독일의 마중물 역할

손기웅 통일연구원장(한국DMZ학회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Fri) 17:00:00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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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남북 간 교류협력이 물꼬를 틀 전망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을 체결하면서 “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고 선언한 것처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한반도에는 ‘잠정적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면서 다양한 만남과 교류가 준비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협력(경협)에 관심을 둘 것이다. 핵무기와 경제의 병진건설 노선을 채택했던 그가 핵 무력이 완성되었다고 선언한 이상, 이제는 경제난 극복이 절실한 과제다.  

 

사실 현재 그의 주된 관심은 북한 주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가 아닐 것이다. 그의 권력과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당·군·정 엘리트들의 기득권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필요한 통치자금, 통치자원의 확보다. 특히 대미 정책과 핵정책에 있어 일대 변화를 시도하려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들의 절대충성은 김정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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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철권통치, 히틀러 방식과 유사?

 

1923년 11월 독일 뮌헨에서 혁명을 기도했다 감방에 갇힌 히틀러는 《나의 투쟁(Mein Kampf)》을 쓰면서 생물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성장하려면 ‘생활권(Lebensraum)’이 넓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이 필요한 더 많은 생산물을 획득하기 위해 인구를 증가시키거나 토지의 생산력을 제고시키는 방법이 있으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산아 제한을 통해 인구를 줄이는 방법도 있으나, 우량인종인 독일인은 오히려 증가돼야 하므로 이는 부적절하다. 무역을 통해 국가가 필요한 자원을 외부로부터 수입하는 방법이 있으나, 국가가 수출국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결국 제국주의를 통해 해외 식민지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미 앞선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세계의 식민화가 대부분 진행돼 있으므로 후발주자인 독일은 이들과 싸워 빼앗거나 혹은 아직 남은 식민 대상인 ‘동쪽(Ostfront)’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내부적 식민지화(Innere Kolonisation)’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 내부에 있는 자본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유대인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즉 나치 시대에 벌어진 유대인 말살은 인종적 정리와 더불어 그들이 가진 자금·자원·권리를 약탈해 통치에 이용하고자 한 것이었다. 

 

숙청, 자원 수출, 관광, 인력 파견 등을 통치자금과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기득권의 욕구를 충족시켜 불만을 잠재웠던 김정은에게 감당키 어려운 시련이 닥쳤다. ‘최대한 압박(Maximum Pressure)’을 기치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중국도 합세한 강력한 대북 국제 제재다. 숙청을 통한 자금·자원·권리의 수탈도 한계에 이르렀고 자원 수출의 급감, 관광사업의 부진, 해외 송출 인력의 귀국으로 인해 통치자금과 자원이 전면적으로 막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핵무기 개발은 과학기술자를 독려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반면에 경제난의 극복은 체제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중·장기의 긴 시간이 요구된다.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이제 다음 과제인 경제력 건설에 성과를 거두어야 할 김정은, 무오류의 신과 같은 존재라 선전되는 수령의 목줄을 죄어오는 대북제재의 무게를 절감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은 평화공세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로부터 물질적인 무엇을 확보하고,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활용해 북·미 관계를 개선해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긴급히 필요한 통치자금·자원의 확보는 국제 제재의 완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므로 김정은 위원장에겐 절박한 것이었다.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경협을 중심으로 하는 남북 교류협력은 재활의 기지개를 켤 것이다. 더불어 사회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교류협력도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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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실리 차원에서 서독과 경협 

 

1961년 8월13일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면서 동·서독 간에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던 교류는 거의 단절됐다. 동독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對)서독 교류 ‘차단정책(Abgrenzungspolitik)’을 1950년대부터 시작했다. 서독 주민과 분단 이전에 공통의 문화와 의식을 가졌던 동독 주민이 교류를 통해 서독의 영향을 받아 동독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는 데 역작용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독이 비록 차단정책을 고수하기는 했지만 ‘기본조약’ 체결을 전기로 교류협력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대가에 관심이 있어서다.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서독의 대(對)동독 경제원조는 침체상황에 빠졌던 동독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따라서 동독 정권은 교류협력에 내재한, 독일 민족적 정체성 제고, 동독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의식변화를 지향하는 서독의 정치적 의도를 충분이 인식하면서도 양독 관계의 확대를 거부할 수 없었다.

 

서독이 주장한 문화의 공통성을 부인하며 사회주의문화의 독창성을 내세웠던 동독이 문화 분야에서 교류 협력했던 주요 동기는 세계적 문화 수준을 가진 서독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으로 동독의 문화 수준을 과시하고 문화 수준 면에서 서독과 대등한 관계임을 알리려는 데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동독의 문화 분야 종사자들이 외부세계, 특히 같은 언어권인 서독과의 접촉제한으로 고립감과 정신적인 소외감에 빠지고, 이들의 불만이 체제유지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서독과의 문화교류를 이를 해소시켜주는 ‘배출기능(Ventilfunktion)’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또한 동독은 과학기술 분야 교류협력을 통해 서독으로부터 과학기술 및 노하우를 도입해 동독 경제를 재건설하고 사회주의경제체제를 고수했다. 동독 정부가 청소년단체의 서독 접촉을 허용한 이유는 이를 통해 서독으로부터 물질적인 도움을 받고, 동독 청소년들이 서독 체제와 접함으로써 자본주의 서독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고자 한 것이었다.  

 

스포츠의 정치성을 강조한 동독이 양독 간 체육교류를 통해 노렸던 효과는 무엇보다도 국제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였으며, 특히 서독보다 우위에 있는 체육 분야 교류를 통해 동독 주민에게는 자의식과 자긍심을 불어넣고, 대외적으로는 동독의 국가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있었다. 인도적 지원이 중심을 이룬 종교계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동독은 성직자의 봉급 및 교회와 부속건물의 유지를 위한 물질을 획득했음은 물론이고 병원, 양로원, 기타 기관들에 대한 물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빌리 브란트가 “우리는 (새로운 양 독일 관계를) 나란히 만들었고 이제 함께이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고 말한 바와 같이 교류협력을 통해 우선 서로를 알아가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평화적 공존에 머물지 않고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한반도 전역에 실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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