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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계급장 떼고 붙다

새 시리즈 《프로듀스 48》에 일본 아이돌 스타 가세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1(Sun) 11:53:14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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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프로듀스’ 시리즈가 또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프로듀스 48》이다. 이 시리즈는 2016년 1월 《프로듀스 101》로 시작됐다. 각 기획사의 여자 연습생 101명 중에서 서바이벌 경쟁으로 11명을 선발해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내용이다. 1%대 시청률로 시작해 4.3%로 끝났다. 시청률로만 보면 한 자릿수지만 당시 화제성이 엄청났다. 데뷔 멤버들이 모두 스타덤에 올랐고, 프로그램 주제곡인 《픽미》가 수능 금지곡(중독성이 너무 강해 공부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수험생이 피해야 하는 노래)에 등극하기도 했다.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는 더 큰 성공을 거뒀다. 남자 연습생 101명을 모아 보이그룹으로 데뷔시키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아이돌 워너원이 탄생했다. 멤버인 강다니엘 등은 국내에선 방탄소년단에 필적할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야말로 아이돌계 최대 히트상품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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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습생이 일본에 앞선 이유

 

이번엔 다시 시즌1처럼 걸그룹을 뽑는다. 그런데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일본 최고 걸그룹 집단 AKB48이 함께한다. 그래서 제목이 ‘프로듀스 48’이다. AKB48의 각 지역별 프랜차이즈인 SKE48, NMB48, HKT48, NGT48 등의 멤버 중에서 48명이 도전한다. 한국 연습생도 48명이 참가해 총 96명 중에서 데뷔조 12명을 선발한다.

 

‘AKB48’은 일본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에 의해 2005년 시작된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로, 처음엔 도쿄 아키하바라를 근거지로 했다.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나고야·오사카·규슈 등을 거점으로 한 프랜차이즈 그룹들이 탄생했고, 일본 최대 최고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매년 총선거라는 인기투표 행사가 열리는데, 이것이 일본 아이돌계 최대 행사다. 

 

이번 《프로듀스 48》에서 놀라운 것은 AKB48 총선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스타급 아이돌들까지 지원했다는 점이다. HKT48 멤버로 2008년에 데뷔한 마쓰이 주리나는 올해 나고야돔에서 열린 ‘AKB48 제10회 총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SKE48 멤버로 2011년에 데뷔한 미야와키 사쿠라는 올 총선 3위에 올랐다. 이런 멤버들이 《프로듀스 48》에 나타났다. 일본에서 이미 데뷔한 프로들과 한국의 연습생들이 ‘계급장 떼고’ 경쟁하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프로듀스 48》이 한·일 양국 아이돌계의 실력을 보여주는 비교의 장이 됐다.

그런데 일본 최고 걸그룹 멤버들의 실력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일본의 몇 년 차 프로 아이돌이 우리나라 1년 차 연습생만도 못했다. 배윤정 댄스 트레이너가 AKB48 멤버들에게 “도대체 일본에서 뭐로 뽑힌 거냐? 이대로는 무대에 못 선다”면서 독설을 날릴 정도였다.

 

한때 인기를 누렸던 J팝 아이돌이 지고 K팝 아이돌이 국제 아이돌 시장을 석권한 이유가 극명히 나타난 순간이었다. 한국 연습생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일본 아이돌들은 인터뷰에서 한국 아이돌을 ‘아티스트’라고 표현하면서 부러움과 경외심을 나타냈다. 미야와키 사쿠라는 “한국분들은 일본에 와서도 인정받는데, 일본은 일본을 나가는 순간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알아버린 것 같아 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연습생들의 춤과 안무는 일본과 레벨이 다르다”식의 말도 일본 출연자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구분한다. 실력은 아티스트에게만 요구한다. 아이돌은 귀엽고 친근하고 사랑스러우면 그만이다. 엄청난 실력을 갖추기 위한 트레이닝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이돌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아이돌도 최고의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여지없이 질타를 받는다. 우리 네티즌은 세계 최고 뮤지션과 한국 아이돌을 비교하면서 채찍질을 가했다. 기획사들은 그런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기 위해 그동안 사력을 다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국 아이돌의 실력이 적어도 아이돌 시장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가 돼 버렸다.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의 차이가 두 나라 아이돌의 실력 차이를 만든 것이다. 한국의 많은 걸그룹 중에서 유독 카라, 트와이스 등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팀들이 일본에서 사랑받는 것도 이런 일본 팬들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

 

 

국제적 콘텐츠가 되는 ‘프로듀스’ 

 

한국에서 《프로듀스 48》이 시작된 후 일본에서 마쓰이 주리나와 미야와키 사쿠라의 불화설이 터지면서 화제성이 더 커졌다. 일본 출연자들의 실력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배려해 준다는 비난이 생겨나면서 논란도 터졌다. 이래저래 화제성이 커진 것이다. 

AKB48 입장에선 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자국 내에서의 스타성도 제고하고, 국제적으로 인기인 한국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권에서의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 한국의 선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 자신들의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일본만 좋은 일 시켜주는 프로그램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CJ E&M의 전략도 있다. AKB48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 프로그램의 일본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데뷔시킬 걸그룹의 활동무대도 넓힐 수 있다. CJ E&M은 자사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티빙(TVing)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는데, 여기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콘텐츠가 바로 《프로듀스 48》이다. 한·일 합작 프로젝트 콘텐츠로 OTT 플랫폼을 활성화시키고, 각국 시청자들의 호응도와 성향 등 빅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중국판인 《창조 101》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에선 이미 짝퉁 프로그램인 《우상연습생》이 큰 인기를 끌었다. 국제 포맷 인증 및 보호협회에서 이 프로그램과 《프로듀스 101》의 유사성 점수가 역대 최고점인 88점에 달한다며 표절 판정을 했지만 중국에서 성공했다. 이제 텐센트가 정식으로 ‘프로듀스’ 중국판을 시작하게 됐다. 앞으로 한·중·일 3국의 ‘프로듀스’ 공동 무대도 가능할 것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판이 커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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