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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 쑈핑’이 ‘돈키호테’가 못 되는 이유

[르포] 삐에로 쑈핑 오픈 첫날 가보니…“신기해서 둘러봤지만 가격은 장점 아닌 듯”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Fri)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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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팔지만 백화점은 아니고, 과일을 팔지만 마트는 아니다. 이마트가 6월28일 개점한 ‘삐에로 쑈핑’은 스스로를 요지경 만물상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잡화 쇼핑몰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럼 삐에로 쑈핑은 돈키호테만큼 성공한 괴짜 쇼핑몰이 될 수 있을까. 


기자는 오픈 첫날 서울 강남 스타필드에 있는 삐에로 쑈핑을 찾았다. 평일 오후 2시인데도 사람들이 빼곡했다. 물건을 사기보다 신기한 것을 구경하러 온 듯한 눈빛이었다. 


“완전 일본 느낌 나네.” “뭔가 되게 어지럽다.” “중고 아니야?” 들어간 지 30분도 안 돼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인테리어부터 돈키호테의 느낌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돈키호테에 가는 손님은 상품이 규칙적으로 놓여 있을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 원래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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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닮은 이마트의 야심작 ‘삐에로 쑈핑’


일본의 돈키호테는 생필품부터 전자제품, 식음료, 옷, 스포츠 용품, 명품 등 온갖 물품을 다 판다. 상품 가짓수는 매장 규모에 따라 적게는 4만개에서 많게는 10만개가 넘는다. 삐에로 쑈핑도 다르지 않다.
 

먼저 입구 쪽엔 과자와 라면이 놓여 있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자 시계와 핸드백 등이 눈에 들어왔다. 뒤쪽엔 양주, 옆엔 캠핑용품이 보였다. 진열 자체가 반전의 연속이었다. 성인용품을 파는 것도 돈키호테와 똑같다. 삐에로 쑈핑의 상품 가짓수는 4만여개라고 한다. 


상품의 다양성은 돈키호테의 강력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이를 “에브리씽 언더 원 루프(everything-under-one-roof)”라고 표현했다. 모든 게 한 지붕 아래에 다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살 계획이 없던 제품에도 손이 가게 된다. 싼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삐에로 쑈핑을 둘러보던 디자인업 종사자 김기용(36)씨는 “소문 듣고 찾아왔는데 돈키호테만큼 상품이 다양해 맘에 든다”고 했다. 50대 주부 안아무개씨는 “확실히 다이소(국내 저가 잡화점)보다는 물품 종류가 많다”고 했다. 안씨는 장바구니에 있던 김밥말이를 들어 보이며 “어디서 파는지 몰랐는데 여기 와서 찾은 물건도 더러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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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규칙 없이 진열돼있는 다양한 상품들. 1000원짜리 과자부터 100만원이 넘는 명품백까지 팔고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확실히 다이소보다는 종류가 많다”

그럼 가격도 저렴할까. 삐에로 쑈핑은 오픈 전부터 ‘미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명품코너의 한 직원은 “백화점보다 20~30% 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고른 입생로랑 지갑 뒤엔 ‘정상가 54만원, 판매가 49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매장 곳곳엔 ‘이 가격 실화냐’ ‘인터넷보다 쌀껄요?’란 문구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싼 건 아니었다. 기자는 진열대의 제품을 임의로 골라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해봤다. ‘브라운 면도기 7840s’ 가격은 15만 9000원. 온라인 이마트몰 가격과 똑같고 인터넷 최저가(12만 4000원)보단 비쌌다. '컴팩트 크린백 30X45X100매'의 삐에로 쑈핑 가격은 3380원, 인터넷 최저가는 2860원이었다. 


이 밖에도 오리온 초코파이, 에너자이저 건전지, 쿠쿠 6인용 밥솥 등이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가격이 비싸게 책정됐다. 다이슨 무선청소기 ‘V10 앱솔루트 플러스’의 경우 할인해서 103만 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는 89만 9340원이다.


일부 고객들은 가격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패션마케터 김동준씨(43)는 “특별 할인하는 상품이 아니면 구매욕구가 들지 않는다”며 “고른 거라곤 전부 먹거리인데 이마저도 싸지 않다”고 했다. 역시 마케팅 쪽에서 일했다는 김정은씨(27)는 “신기해서 둘러보고 있지만 가격 측면에선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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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곳곳에 '이 가격 실화냐' '인터넷보다 쌀걸요?' 등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문구가 걸려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가격은 장점 못 된다는 분석 있어


돈키호테는 다르다. 다양성뿐만 아니라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재팬보다 싸게 판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건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재고 관리를 위해 따로 인력을 두지 않는다. 하나금융투자는 2015년 “돈키호테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9%로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다”고 발표했다. 또 직원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이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쥐어주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직원의 자율성은 돈키호테의 특징이다. 야스다 다카오 돈키오테 회장은 “우리는 굳이 말하자면 승부를 안 하지만, 직원에게 맡기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각 점포 물품의 40%를 지점장이 결정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단 가격 측면에선 엄격하다. 심지어 한 지점장이 마진을 많이 붙여 팔았다는 이유로 잘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정도 용단을 삐에로 쑈핑이 할 수 있겠나”라고 업계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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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부를 본따 만든 흡연실도 마련돼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비싸게 판 점장 자른 돈키호테…“삐에로 쑈핑도 그럴 수 있을까”


이 밖에도 돈키호테는 쇼핑의 재미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매장을 좁은 미로처럼 만들어 고객들이 보물찾기 하는 느낌을 주는 것. 삐에로 쑈핑도 이 부분을 그대로 옮겨왔다. 직원들 유니폼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란 익살스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실제로 직원에게 고무장갑의 위치를 물어보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펀 앤 크레이지(fun&crazy)’는 삐에로 쑈핑이 표방하는 콘셉트다.


그러나 유통업 종사자 한종완씨(47)는 “돈키호테에 비해 상품의 독창성이 떨어진다”며 “즐거운 요소는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부 안씨는 “돈키호테를 베낀 게 티가 나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다양성과 가격, 재미를 토대로 27년 동안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일본을 넘어 하와이와 싱가포르 등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전 세계 368개 매장에서 올린 총 연매출은 8288억엔(약 8조 4400억원). 회사가 밝힌 내년 목표는 1조엔(약 10조 1800억원)이다. 


삐에로 쑈핑도 포부를 밝혔다. 유진철 브랜드매니저는 “올해 3개 지점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짝퉁 돈키호테’ 이미지를 넘는 건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손님들은 “왜색이 짙어 국내 소비자에겐 다소 이질감이 들 것 같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세대는 안 올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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