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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vs애경, 가습기살균제 원료 진실 공방

시중 유통된 탈취제 등서 인체 유해한 PHMG 검출…원료 제공한 AK켐텍 경찰 고발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3(Tue) 08:00:00 |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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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전담수사팀의 수사가 한창일 때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는 2016년 8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주원료인 가습기살균제(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혐의였다. 

 

이 단체에 따르면,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가 39명에 이른다. 옥시(70명)에 이어 사망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단 한 번도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별도 보상도 없었다. 오히려 원료 공급업체인 SK케미칼에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문제가 된 제품의 원료는 SK케미칼이 제조했고, 자사는 판매만 했다는 게 애경 측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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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vs AK켐텍 ‘갑론을박’ 여전 

 

애경그룹이 최근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계열사인 AK켐텍이 피죤에 공급한 탈취제 원료에서 인체에 유해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검출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PHMG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당시 후두와 폐를 손상시키는 물질로 지목됐다. 피죤은 AK켐텍에서 공급받은 탈취제 원료에서 PHMG가 검출됐다는 시험 결과를 근거로 AK켐텍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AK켐텍과 환경부는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대체 환경부와 AK켐텍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곗바늘을 올해 3월로 돌려보자. 환경부는 3월12일 PHMG 등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 53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회수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피죤이 판매하는 스프레이형 탈취제 2개도 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피죤은 곧바로 제품을 회수했다. 아울러 원료 공급처인 AK켐텍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AK켐텍은 환경부의 PHMG 시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PHMG를 구매하거나 취급한 적이 없는 만큼 검사에 문제가 있다는 게 AK켐텍 측의 주장이었다. 회사 측은 그 근거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정부 출연기관이나 대학 연구소 7곳에서 받는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문제의 원료인 베타인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PHMG를 포함한 위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게 요지였다. 

 

오히려 AK켐텍 측은 환경부가 시험을 의뢰한 FITI시험연구원 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회사 관계자는 “PHMG는 화학반응의 부산물로 생성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베타인에 PHMG가 존재한다면 6개의 원료 물질에 PHMG가 포함돼 있어야 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환경부나 FITI시험연구원의 시험 결과가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정한 위해우려제품 시험분석 기관은 현재 FITI시험연구원을 포함해 모두 8곳이다. 하지만 실제 PHMG 분석을 수행하는 기관은 FITI시험연구원 한 곳뿐이다. 다른 기관이 아직 PHMG 분석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시험을 독점하는 구조다. 

 

환경부 측은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이 아닌 곳에서 임의로 실시한 분석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환경부는 이례적으로 4월과 5월 두 차례 해명자료를 내고 “환경부가 지정한 PHMG 공인분석기관은 FITI시험연구원이다. AK켐텍 측이 시험을 의뢰한 7곳 중 2곳만이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화학시험분야 인정을 받았다. 그나마 인정범위도 방사성과 수질, 폐수, 폐기물 등으로 화학제품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FITI시험연구원 측도 “PHMG 시험분석법은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개발돼 전문가 검토까지 거친 신뢰성 있는 시험 방법”이라며 “AK켐텍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자사 제품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여러 기관에 의뢰해 ‘불검출’ 시험 결과를 급조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KIST, ‘비검출’서 ‘분석불가’ 선회 왜?

 

실제로 AK켐텍이 제시한 7개 기관의 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환경부 발표 초기인 3월 중순까지만 해도 AK켐텍 측이 제시한 PHMG 미검출 기관의 명단에는 KIST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4월 들어 KIST의 이름이 조용히 사라졌다. AK켐텍 측은 “‘PHMG 미검출’로 공문을 보냈던 KIST가 돌연 ‘분석 불가’로 입장을 번복했다. 그 이유에 대한 답변이 없어 명단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신뢰성 부분에서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AK켐텍이 시험을 의뢰한 나머지 기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학의 경우 PHMG를 검출하는 데 부적절한 기기들이 사용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험에 앞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이 생략된 곳도 적지 않았다. AK켐텍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험을 의뢰할 때는 원료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며 “이 전처리 과정만 생략해도 시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시험기관이 아니라 의뢰인이 전처리를 해서 넘겨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AK켐텍은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 재시험 통해 소모적 논쟁 막아야”

 

공은 현재 경찰로 넘어간 상태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과 피고발인을 불러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의견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공개적으로 재시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성능으로 보면 AK켐텍의 의뢰를 받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장비가 가장 정밀하다. 아울러 원료의 전처리 능력은 FITI시험연구원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 기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재시험을 하는 것도 소모적인 논쟁을 막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 관련기사

☞AK켐텍 유해성 논란에 채형석 부회장 리더십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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