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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안 막았나 못 막았나

여기저기 울린 ‘경고등’에도 무리한 사업추진이 禍 불러

박성의 기자 ㅣ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6(Fri) 10:55:57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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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기내식 대란’을 사전에 예측하고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시사저널은 2017년 8월 1450호 ‘☞[단독]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짜고 치는 고스톱’ 기사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부채를 갚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업체를 바꾸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의 계약이 회사에 득(得)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본지 보도 1년 뒤 GGK가 아시아나항공의 발목을 잡으면서 당시 해명도 힘을 잃게 됐다. 

 

노조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 촉발 한 달 전부터 기내식 대란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에서 발발한 참사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그룹 내·외부의 ‘경고 사인’을 무시하지 않고, 사전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더라면 이 같은 위기상황은 면할 수 있었을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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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울린 ‘기내식 경고 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15년 만에 기내식 공급(케이터링) 업체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시사저널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과 관련한 의문점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기사의 요지는 간단했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이 부족했다. 결국 이 돈을 메우기 위해 기내식 공장 건설공사 입찰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편법을 동원해 내부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내식 사업의 지분 20%만 남기고 나머지를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인 LSG그룹에 넘겼다. 2003년 7월1일부터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5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5년 단위로 두 차례 연장해 왔다. 그러던 중 케이터링 업체 변경을 결정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2018년 7월부터 새로운 업체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LSG코리아 측은 계약 연장을 위해 수차례 우위의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공정한 입찰 기회조차 없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업체 변경 과정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나왔다. 부채를 갚기 위해 허덕이는 회사가 ‘노른자 사업’을 장기간 다른 회사에 넘기는 데 저의(底意)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부터 기내식 공급을 맡게 될 GGK에 지분 40%(533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GGK는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의 한국 법인으로, 아시아나항공과 합작해 설립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케이터링 업체를 합작 형태로 설립하기 위해 533억원을 투자한다. 

 

왜 그랬을까. 실마리는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의 투자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3월 중국의 HNA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HNA그룹은 중국 4위 항공사인 하이난항공 및 힐튼호텔의 최대주주였다.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게 된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인 게이트고메스위스 또한 HNA그룹의 계열사다. HNA그룹은 금호홀딩스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했다. 금리 0%에 만기 20년 조건이었다. 20년 동안 무이자로 1600억원을 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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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을 HNA그룹에 내줬다. 2018년 7월1일부터 기내식을 납품한 뒤 공급 수익의 60%는 HNA그룹이, 40%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져가는 구조다. 기존 LSG코리아와 5년 단위 계약을 해 온 반면 GGK와는 30년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선 30년이라는 장기계약을 맺은 것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GGK 기내식 납품설비 건축공사 입찰 관련 문건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0%를 보유한 GGK는 5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한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인천국제공항 인근 2만5549.70㎡ 부지에 기내식 공급 시설을 건설하는 공사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입찰 과정은 통상적인 절차와 달랐다. 일정 수준 규모 건축사업의 경우 통상 시공능력 순위나 시평액 기준 등의 자격을 제시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입찰 일정도 계속 연기됐다. 당초 2017년 5월2일 입찰서류를 배포한 뒤 같은 달 26일에 입찰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이후 6월16일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축 설계가 늦어지면서 완성 도면이 미흡해 제출 일정이 변경됐다. 입찰서 제출 기한이 6월22일로 변경됐고, 시공사 선정도 7월14일로 미뤄졌다. 업계에선 특정 기업을 밀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GGK 측에서 제시한 조건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사업권을 넘긴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0%를 갖기 때문에 배당 이익도 늘어날 뿐 아니라 해당 공급업체 측에 부사장급 2명이 관여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규 설비 건설비용 등을 모두 GGK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설비 투자가 줄게 됐다”고 덧붙였다. GGK와의 계약은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에는 득이 될 것이란 해명이었다.

 

그러나 1년 뒤, 아시아나항공의 장담은 수포로 돌아갔다. 금호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한 GGK의 기내식 생산시설 공사현장에서 지난 3월 불이 나면서 납품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화재로 인해 기내식을 받을 수 없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라는 소규모 업체와 3개월간 단기로 기내식을 받기로 한다. 샤프도앤코는 3000식만 공급할 수 있는 업체였던 반면, 아시아나항공이 받아야 할 기내식은 3만 식이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제공에 ‘구멍’이 났고 뚜렷한 대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업체 변경부터 시설 시공사 선정 등 기내식 전반에 걸쳐 붙었던 물음표가 의혹을 넘어 재앙이 돼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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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문제 예견…“미리 막을 수 있었다”

 

이미 사측도 기내식 제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는 사태가 발발하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6일 ‘샤프도앤코 직원 수가 채 100명이 되지 않는데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아시아나항공 내부에 이미 팽배해 있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건 이미 작년부터고, 6월부터는 ‘이러다 큰일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던 게 사실”이라며 “작년 구설수가 나온 뒤나 적어도 올해 들어서라도 대책 마련에 온 조직이 힘을 기울였더라면 지금의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 

 

 

“경영진이 책임져라” 금호 직원들 분노  

 

‘기내식 대란’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직원들은 익명으로 경영진 비리 등을 제보 받고, 광장에 모여 경영진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들은 7월6일과 8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이번 기내식 사태를 촉발한 경영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에 신고 된 집회 인원은 500명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침묵하지 말자’는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 채팅방은 최대 수용 인원인 1000명을 넘겨 2, 3번째 방이 개설됐다. 채팅방에 참여한 총 인원만 2000명을 넘어선 셈이다.

 

직원들은 채팅방을 통해 박삼구 회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 채팅방에는 현재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회사의 대응 미숙, 하청업체 불공정 거래 의혹, 박삼구 회장 사익편취 의혹 등에 대한 내용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 관련기사

☞ '기내식 대란' 뒤에 숨은 하청업체의 비밀 

☞ 아시아나의 위기, 시작점은 '기내식 대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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