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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 공들이는 김정은, 女心 사로잡기 나섰나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김정은, 화장품에 각별한 관심…리설주-김여정 조언한 듯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6(Fri) 14:0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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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후속조치인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샅바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의주를 찾았다.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2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6월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났던 김정은 위원장이 상반기 격랑 속의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하반기 통치구상을 짜는 장소로 북·중 접경도시를 찾은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한 거점으로 신의주를 낙점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의 신의주 행보는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과 3차 중국 방문(6월19~20일) 직후 이뤄졌다. 특히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정한 경제특구라는 측면에서 김정은이 신의주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접근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경협과 대북 지원에 입김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과 손잡고 가겠다는 뜻도 읽힌다. 이는 앞서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복원하고 ‘하나의 참모부’에서 함께 공조해 나가겠다고 한 김정은-시진핑의 의기투합을 이행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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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의기투합…김정은 신의주行

 

김정은의 신의주 체류 행보는 민생 쪽에 맞춰졌다. 공장·기업소 방문 일정도 그렇고, 조선중앙TV를 비롯한 관영매체들이 쏟아내는 보도의 논조만 살펴봐도 김정은이 낙후된 경공업 분야를 챙기려 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게 감지된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화려한 회담 테이블에 앉고 연일 한국과 미국의 고위인사들과 만나고 연회를 즐겼던 김정은이 주민들의 생활을 챙기는 쪽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뜻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방문지는 신의주화장품공장이다. 이곳은 김일성이 1949년 설립을 지시한 북한 최초의 화장품 생산시설이다. 북한 최대 규모의 화장품공장으로  ‘봄향기’라는 브랜드로 북한 여성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는 게 탈북 인사들의 전언이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신의주화장품공장 관계자들에게 “이미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계속 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 공정에서 손노동을 완전히 없애고 공업화하기 위한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라”며 “평양 시내에 ‘봄향기’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을 건설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김정은의 방문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다는 점이다. 앞서 신의주와 인근지역 공장과 군부대 등을 방문할 때는 함께하지 않았던 리설주의 등장은 북한 화장품 생산라인 현대화에 대한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각별한 관심과 맞물려 있다.

 

김정은의 화장품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집권 초반부터 이어졌다. 북한 내 양대 생산시설인 신의주화장품공장과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한 건 물론이고 평양 시내 쇼핑몰의 화장품 판매 코너에도 들렀다. 집권 이듬해인 2013년엔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 해당화관 쇼핑몰을 둘러보는 장면이 북한 TV에 공개됐는데, 한국 브랜드인 ‘라네즈’ 간판이 포착되기도 했다.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가도 유지되는데 우리 제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질타했다. 눈 화장 제품에 방수 효과가 부족해 눈가로 검게 번지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이 화장품 품질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개선방안 등을 언급할 수 있는 건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조언이 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낙후된 화장품 생산시설과 떨어지는 품질과 관련한 여성들의 불만을 있는 그대로 김정은에게 직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란 얘기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의 유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품질의 화장품을 생산하라며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공개 연설 등을 통해 경공업 제품 질 향상과 함께 외국산을 선호하는 ‘수입병(病)’ 타파를 강조한 김정은이 화장품을 시범 분야로 삼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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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병 타파”, 화장품을 시범 분야로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 정상급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과 샤넬·시세이도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해 가면서 북한 화장품의 품질향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대북 정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 방문 때는 “은하수 화장품 인기가 괜찮은데 여기에 만족 말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품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투쟁하라”고 말했다. 이번에 신의주화장품공장을 방문해 쏟아낸 언급과 유사한 논조다. 

 

이런 김정은의 재촉에 힘입은 듯 화장품 분야에서 품질향상과 함께 용기 디자인과 포장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의주화장품공장은 ‘봄향기’ 상표를 내세워 스킨·로션은 물론 안티에이징 제품과 향수·립스틱 등으로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개성 고려인삼 한 뿌리를 스킨에 넣은 파격을 보였던 봄향기는 인삼 성분의 자외선 차단 기능 제품과 미백·주름 개선을 내세운 분 크림을 최근 선보였다. 

 

북한 경제 수준으로 보면 화장품은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에 가깝다. 평양 광복거리상업중심 쇼핑센터에선 스킨과 로션 등으로 구성된 ‘미래’ 브랜드 화장품 6종 세트가 북한 돈 36만5100원에 팔린다. 일반 근로자 월급(3000원 수준) 10년 치를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하는 많은 금액이다. 달러당 8000원 안팎인 암달러 시세로 환산해도 45달러 수준이다. 달러를 손에 만질 수 있는 특별한 계층이 아니고선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화장품 수요는 고급 수입품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132만6000달러 수준이던 북한의 화장품 수입액은 2014년 1138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대북제재가 한창이던 2016년에도 990만 달러 선을 기록했다.    

 

화장품은 과거 북한 여성의 삶과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체제 특성상 화려한 색조 화장은 물론 일상적 피부 가꾸기도 사치로 여겨져 온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한 여성들의 패션·헤어스타일 유행을 만들어내는 리설주·김여정의 등장과 신흥 부유층인 ‘돈주(錢主)’의 구매력, 사회적 개방 풍조 확산에 힘입은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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