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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시작인가, 동맹의 붕괴인가(上)

[양욱의 안보 브리핑] 한·미 연합연습·훈련, 연간 700억~800억원 투입…훈련 중단으로 美 아시아·태평양 영향력 약화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9(Mon) 11:06:14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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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자.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방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핵심전력은 ‘한·미 동맹’이었다. 주한미군 자체만으로 든든한 시절도 있었다. 6·25가 끝난 직후 미군은 전시에 파견한 14개 사단 중 겨우 2개만을 남겨놨지만 아무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7사단 펜토믹 사단은 핵무장을 시켜놓고 북한의 침공로였던 철원축선에 배치해 놓았다. 만에 하나 북한이 대규모 기갑부대를 이끌고 또다시 남침하더라도 핵무기로 일소해 버리겠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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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때 평시작전통제권 넘겨받아

 

그러나 주한미군 병력은 감소를 거듭했다. 우리 군의 베트남전 참전에도 불구하고 닉슨 행정부는 7사단을 철수시켰고, 박정희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던 카터 행정부에선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되기도 했다. 게다가 냉전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가 시작돼 노태우 정부에서 평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고, 참여정부에선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이 강력히 추진됐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감소를 거듭하면서 2004년엔 10대 주요 임무를 우리 군에 이양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국을 지향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갔다. 애초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국가로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야만 하는 대한민국으로선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유일한 전략적 방어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구적인 노력으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가 추진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핵국가의 자구노력이다. 결국 북핵을 막는 핵심은 확장억제였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국제분쟁 방지의 기본개념인 억제의 일환이다. 억제(Deterrence)란 상대로 하여금 어떤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것으로 초래할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그 행동을 단념케 하는 것을 뜻한다. 즉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 비용이 크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인식시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다. 통상 억제는 자국의 방어를 위한 것인데  확장억제란 그 억제의 메커니즘을 안보동맹국에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억제가 한반도에 얼마나 잘 전개될 수 있느냐는 역대 우리 정부들의 커다란 고민거리였다. 한국전쟁 이전엔 애치슨 선언으로 대한민국은 아예 확장억제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가 한국전쟁으로 겨우 전략적 중요성을 미국에 인지시켰다. 그나마 확장억제를 문서화하기 위해 이승만 정부는 반공을 내세우면서 반공포로 석방과 정전협정 서명 거부라는 강수를 두며 어렵사리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끌어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으로 소진된 국력을 회복해야만 하던 미국은 닉슨독트린으로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에 맡긴다면서 확장억제를 약화시키는 자세를 취했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미국의 추가적 군사원조를 받아내는 한편, 자주국방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중공업 기반이 약한 한국으로선 단기간 내에 자주국방을 이루기 어려웠고 결국 핵개발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양국의 불편한 관계는 카터 행정부에서 최악의 단계에 이르러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되다가 한미연합사령부라는 새로운 조직의 등장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이렇게 확장억제가 모양새를 갖춰 나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한·미 연합연습·훈련이었다. 한국전쟁 직후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사령부가 주관하는 지휘소 연습인 포커스렌즈 연습이 1954년 최초로 시작됐다. 1961년부턴 후방지역을 지키는 소규모 훈련으로 독수리(영어명 폴 이글· FE)훈련이 실시됐다. 한편 1986년 1·21 청와대 기습 사건 이후 우리 정부 연습인 을지연습이 시작됐고 이러한 연습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연합연습·훈련의 모양새가 점차 만들어졌다.

 

1970년대 한·미 관계가 복잡해지고 주한미군의 전력이 약해질수록 반대로 한·미 연합연습·훈련은 확대 발전했다. 한반도에 있는 미군 전력만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이 의심받던 1969년 미군은 한반도 증원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라는 이름으로 한·미 연합 공수기동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1971년 미국의 7사단이 한반도를 떠나면서 또다시 증원능력 검증을 위한 ‘프리덤 볼트(Freedom Bolt)’ 훈련이 실시됐다. 카터 행정부와 박정희 정부가 한창 반목하던 1976년엔 우리 정부의 을지연습과 유엔사의 포커스렌즈 연습이 합쳐진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이 실시됐다. 최대의 한·미 야외기동연습인 ‘팀 스피리트(Team Spirit)’ 연습이 최초로 실시된 것도 같은 해였다.

 

 

중단과 재개, 감축과 증강 반복

 

냉전이 종식되고 1990년 비핵화선언,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등의 화해기류 속에서 한·미 양국은 1992년 팀 스피리트 연습을 중지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몰래 핵개발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1993년 1차 핵위기가 시작되자 한·미는 다시 팀 스피리트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곤 이듬해부터 팀 스피리트보다 더욱 전시증원에 초점을 맞춘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한국군의 독자적 연습인 군단급 FTX(야외기동훈련)와 한국군 단독의 전구급 3군 통합 합동훈련인 ‘호국훈련’도 병행했다. 또한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로 1995년부터 처음 한국군 단독의 ‘태극연습’까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한·미 연합연습·훈련은 변화를 거듭했다. 2차 북핵 위기를 직감한 한·미 양국은 2002년 3월말부터 RSOI 훈련과 FE 훈련을 통합 실시했다. 또한 RSOI/FE 훈련을 상반기에,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하반기에 실시하도록 연합연습체제를 갖춘 것도 바로 2002년부터였다. 또한 참여정부의 전작권 전환 노력에 따라 한·미 연합연습을 전작권 전환의 계기로 삼기 위해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로 연합연습이 실시된 것도 이때다. 이와 함께 이름도 바뀌어 2006년부턴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이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으로, 2008년부턴 RSOI/FE 연습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으로 불리게 됐다.

 

한국군 주도의 훈련은 이후에도 계속됐지만 2008년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급변사태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보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자 훈련도 변화가 생긴다. 참여정부 시절 심지어 일주일로 줄어들었던 KR/FE 훈련이 2009년에는 무려 2개월이나 실시됐다. 그러나 이듬해에도 김정일이 건재하자 훈련일시는 한 달로 줄어들었는데, 훈련종료일에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해 10월말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이 집권하자 KR/FE 훈련은 2012년부터는 2개월로 늘어났다. 이후 김정은 정권의 계속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미 연합훈련은 2개월은 기본이고 그 규모가 조금씩 확대됐다.

 

※ 계속해서 평화의 시작인가, 동맹의 붕괴인가(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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