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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 너머 진심을 찾는 한·일 작가의 하모니

韓·日 홍보맨 장상인·이토 슌이치 《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

조창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9(Mon) 11:10:25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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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당(後唐)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는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는 신랄한 표현을 썼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은 가장 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지만, 때로는 공포스러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국내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1세대인 장상인 작가와 일본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이토 슌이치 작가가 같이 쓴 《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통로인 말을 넘어, 진심을 통한 대화법을 담고 있다.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이 같이 만든 이번 책은 사람 사이에 있는 말은 물론이고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진심이 바탕이 돼야 온전히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한국 저자 장상인 작가를 만났다. 

 

“명문대 출신들이 주도하는 직장 세계에서 제 출구가 돼 준 것은 꾸준하게 익힌 일본어입니다. 전문 통역조차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제가 역할을 하면서 윗사람들이 저를 다시 보게 됐고, 그때 인연을 맺은 일본인들과의 관계가 저를 이끄는 힘이 됐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상대에게 제 진심을 다하려는 모습이 작용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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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팬택 출신의 홍보 전문가

 

점심시간을 아껴가며 배운 일본어는 그가 일본을 통해 발전하는 통로가 됐다. 대우건설이 쟁쟁한 일본 기업을 제치고, 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을 짓는 공사를 수주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언론은 ‘폐쇄된 일본 건설시장에 파란’이라는 제목으로 그 성과를 극찬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일본어가 있지만 일본인들을 이해하려는 성실함과 감각도 많이 작용했다. 이후 그에게 일본은 삶의 한 부분이 됐고, 그가 진심으로 사귀는 일본 친구들과는 지금도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대우건설에서 문화홍보실장을 지내고, 팬택 전무 등을 지내면서 30년간의 직장인을 끝낸 장상인 작가는 이후 홍보 컨설팅회사 운영과 부동산 신문을 만드는 한편으로, 에세이집과 소설 등을 내는 작가로 지내고 있다. 

 

이 책은 인생, 사회, 가족, 대화, 사는 이야기 등을 담고 있는데, 한 주제에 천착하기보다는 저자가 겪었던 진솔한 순간을 책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의 깊게 다룬 것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다. 두 저자는 ‘말’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 문화를 탐구한다. 이 차이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가령 장상인 작가는 “일본인은 겉으로는 친절하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강한 자존심이 내재돼 있다”고 말하는 반면, 이토 슌이치는 “각 나라의 문화를 아는 것에 대해서는 섬세한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양국의 저류에는 같은 문화가 흐르고 있다”며 두 나라의 공통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두 나라 문화의 차이를 나타내는 사례로 1985년 520명이 희생된 일본 군마(群馬)현 항공기 사고의 처리 과정을 예로 든다. 이 사건은 수색 종료에 반년이 걸렸고, 보상 교섭은 10년을 훌쩍 넘겼는데, 이유는 일본인들의 사생관 때문이라고 봤다. 당시 일본인들은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손가락 한 개, 이 한 조각이라도 더 찾으려고 애를 썼다. 죽은 사람도 산 사람으로 취급하고, 이것이 결국 현세에서 미움을 사는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과도 연결됐다고 본다. 

 

이번 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저자의 다양한 독서 습관이다. 이 책에는 인간관계나 삶의 철학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에도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여행가 신야 후지와라, 엔도 슈사쿠 등에 깊이 공감했는데, 그런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이 책에도 많이 소개된다. 

 

이런 독서 습관은 그에게 다양한 삶을 만나게 했고, 스토리텔러의 길도 가게 만들었다. 그를 매혹시킨 이야기에는 일본 에도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실이 되라는 조건을 거부하고 숨진 조선 여인부터 덕혜옹주까지 한·일 간을 오간 수많은 이야기도 있다.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가 출간됐을 때는 일본 관련 글을 쓰는 조선 펍에 ‘비운(悲運)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소설과 덕혜옹주 유적을 소개했는데, 6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 글뿐만 아니라 조선 펍 ‘세계’ 부분에 쓰는 일본 이야기 중심의 칼럼은 이제 200회를 바라본다. 그는 이 칼럼의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이제 마음 가는 대로 해도 흐트러짐이 없다는 70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로 가는 길을 열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 천착하는 것은 일본 가톨릭 문학의 거장 엔도 슈사쿠다.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담은 책

 

“90도의 펄펄 끓는 온천에 거꾸로 매달면서 ‘배교하라!’고 외치는 막부의 ‘갑질’ 속에서도 순교자의 길을 걷는 사람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일본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침묵》을 통해서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숭고한 진실을 생각합니다.” 

 

필자가 이번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말을 넘어선 진심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한 소녀의 말처럼 아이도 어떤 사람과 15분만 있으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경청입니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 사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이청득심이라는 말처럼 경청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상대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깊게 보는 것 또한 가정과 직장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사람을 보는 따스한 시선에 관한 것이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는 ‘오타쿠’, 은둔형 삶을 사는 ‘히키코모리’, 우리의 왕따에 해당하는 ‘이지메’ 등 다양한 사람과 현상이 나타나는 일본이든, 비슷한 여정을 따라가는 한국이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건강한 마음과 배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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