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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시작인가 동맹의 붕괴인가 (下)

[양욱의 안보 브리핑] 한·미 연합연습·훈련, 연간 700억~800억원 투입…훈련 중단으로 美 아시아·태평양 영향력 약화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9(Mon) 11:09:37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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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평화의 시작인가, 동맹의 붕괴인가(上)편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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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13일 공군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공군 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 활주로에서 전투기들이 출격을 위해 지상 활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쟁의 큰 그림 그리는 한·미 연합연습·훈련

 

한·미 연합연습·훈련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우선 연습과 훈련은 다르다. 훈련이란 임무에 필요한 기술이나 행동을 체득하는 과정인 데 반해, 연습이란 실제 모든 절차를 훑어보는 것이다. 훈련은 단위부대별로 충분히 숙달할 수 있지만 군사연습은 전쟁의 국면을 절차에 따라 진행해보는 것이므로 홀로 할 수도 없다. 연합훈련의 중지보다 연합연습의 중단이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대표적인 한·미 연합연습은 두 가지다. 상반기에 실시되는 KR/FE(키리졸브/독수리) 연습과 하반기의 UFG(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다. 상반기의 KR/FE 연습은 통상 3~4월에 이뤄지는데 KR 연습은 통상 2주간 펼쳐지는 지휘소 연습이다. 즉 KR 연습은 군단급 이상 주요 부대들의 지휘부가 참가해 지휘통신망을 통해 전쟁의 상황을 묘사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도상 워 게임을 실시하는 것이다. KR 연습 자체가 엄청난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병력이 대규모로 동원되는 것은 독수리 연습이다. 독수리 연습은 애초엔 후방지역에 대한 북한의 침투에 대비하는 소규모 대침투 연습이었지만 이후 북한의 침공 전반에 대비하는 실기동 연습으로 확대돼 연합전력증원훈련, 대침투작전연습, 야외기동훈련, 연합상륙작전까지 포괄하는 대표적인 한·미 연합연습이 됐다. 미국 입장에서도 독수리 연습은 중요한 연습 기회가 되는데, 현재 미국이 실시하고 있는 실기동 연습·훈련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이 독수리 연습이기도 하다.

 

한편 하반기에 실시되는 UFG 연습은 통상 8월에 실시되는 지휘소 연습으로 역시 2주간 실시되는 훈련이다. 지휘소 연습이기에 병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되지 않지만 UFG는 대한민국 정부의 전쟁연습인 을지연습과 지휘소 연습인 프리덤가디언이 결합됐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특히 전작권 전환 논의가 구체화된 이후부턴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점차 바뀌고 있다.

 

한·미 연합연습은 전쟁의 모든 국면을 훑어본다는 점에서 분명히 전쟁을 대비하는 전쟁연습이 맞다. 그러나 여기서의 전쟁이란 북한의 침공에 대비하는 방어적 전쟁이며, 전쟁연습에서 중요한 지휘소 연습은 실제 병력이 동원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전쟁의 모든 국면을 묘사하고 연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매년 중점이 될 만한 각기 다른 상황을 상정하고 특정한 국면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연습하게 된다.

 

연습이 전체 절차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면, 훈련은 특정한 싸움의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전쟁을 같이 수행해야 하는 한·미로선 현장에서 손발을 맞추고 전쟁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 바로 한·미 연합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훈련으로는 맥스 선더·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쌍용·KMEP 훈련, 나이프 시리즈 훈련 등 다양하다.

 

우선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으로는 맥스 선더 훈련과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있다. 애초에 공군력에서 한·미와 비교할 수 없는 북한으로선 공군훈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맥스 선더 훈련은 2009년부터 시작된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으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하면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던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규모 가상공중전인 레드플랙 훈련을 참조해 만든 훈련으로, 애초엔 작은 규모로 실시됐지만 북한의 핵도발이 구체화되면서 100대가 넘는 항공기들이 참가하는 훈련으로 발전했다.

 

2016년부턴 아예 독수리 연습의 일부로 포함되기까지 했었다.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맥스 선더 훈련 중 하반기 훈련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2017년 말엔 무려 230대의 항공기가 참여하는 사상 최대의 연합훈련으로 발전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또 다른 대상은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이다. 우선 쌍용훈련이 있는데, 이는 팀 스피리트의 상륙훈련과 RSOI상륙훈련을 거쳐 KR/FE로 훈련명이 바뀌면서 쌍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애초에 상륙작전은 북한의 공격을 막아낸 후 반격 단계에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팀 스피리트 시절부터도 연합상륙훈련은 한·미 연합연습의 정점이기도 했다. 또한 KMEP 훈련은 미 해병대원들의 한국 적응훈련으로 1976년부터 실시해 온 기초전지훈련의 이름이 2011년 KMEP으로 바뀐 것이다. KMEP은 상륙 이외에 전투사격, 시가지교전, 헬기강습, 산악훈련 등 전투에 필요한 각종 기술들을 한·미 해병대원들끼리 공유하는 기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한편 나이프 시리즈 훈련이란 발리언트 나이프, 티크 나이프, 그리폰 나이프 등 한·미 특수부대들이 수행하는 연합훈련이다. 이렇게 나이프가 붙는 것은 특수부대의 상징인 단검을 의미해 특수부대 훈련이라는 뜻이다. 각 나이프 훈련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과 일정으로 수행되는지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우리 특수부대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미군의 우수한 침투자산과 전구급 통신능력의 지원 없이 특수작전의 원활한 수행은 어려우며 나이프 훈련들이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연합연습·훈련 중지 발표는 기존 한·미 정부의 입장과도 어긋난다. 한·미 양국은 연합연습·훈련은 일국의 주권적 판단에 의한 거래의 대상이 아님을 꾸준히 밝혀왔다. 소위 ‘쌍중단(雙中斷)’을 요구한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꽤나 명확히 반대해 왔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 회담 직후 트럼프는 선제적으로 한·미 연합연습·훈련의 중단을 들고나왔다.

 

 

트럼프 “평화협상 중 전쟁연습 부적절”

 

중단에 관한 트럼프의 논리는 평화협상 중에 ‘전쟁연습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쌍중단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연합연습·훈련에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도 트럼프의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는 전쟁연습 중단으로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첨언하기까지 했다. 여태까지의 연합연습이나 훈련에 들인 돈을 보면 연간 1000억원 미만으로 평균 700억~8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훈련비용은 참가하는 군대가 각각 부담하는 것인데 미국 본토에서 항공편이나 해상수송으로 병력과 장비를 전개시켜야만 한다. 게다가 병력이 부족한 미군은 예비군이나 주방위군을 별도로 동원해야만 하는데 이는 모두 별도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은 훈련비 전체의 8할 정도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러한 훈련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속전개를 꾸준히 연습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군사위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훈련을 하는 것 자체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견제로도 기능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군은 전 세계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병력이 계속 순환된다. 매년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을 통해 한국을 익숙하게 만들어야 어떠한 병력이 와도 제대로 싸울 수 있다. 우리 군으로선 한·미 연합연습이 수많은 전쟁경험을 가진 미군에게서 1대1로 ‘족집게 과외교육’을 받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얘기만 했을 뿐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한 바 없다. 핵실험장이나 로켓발사장 폐쇄는 이미 개발이 끝난 핵무기를 내려놓는 행위가 아니다. 북한이 자신이 가진 핵물질을 제3국이나 국제기관이 관리토록 하면서 진정한 비핵화로 나오지 않는 한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의 중단은 아군의 방어태세만 약화시키는 악수(惡手)다. 특히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지휘소 훈련마저 중단하는 것은 현명한 조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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