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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②] 5G 시대에 와이브로 쓰려고 5조원 쓰는 軍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1(Wed) 10:5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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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방산)비리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다. 방산비리는 단순히 부패범죄에 국한되지 않고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산비리가 잇따르자 정부는 2014년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조사인력을 꾸려 범정부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합동수사단에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의 정예 인력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합동수사단은 1년여의 활동 끝에 비리 규모 총 1조원대의 방산비리를 적발해 사법조치를 취했다. 전·현직 고위급 장성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러나 합동수사단의 활동을 두고 체면치레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방산비리를 적발했지만 빙산의 일각만 밝혀냈을 것이란 의미다. 그 후로도 합동수사단이 밝혀내지 못했던 방산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007년 군 통신망 개선 사업에 착수했다. 무전기를 사용해 음성으로 정보를 주고받던 기존 군 통신망(아날로그 방식 스파이더 체계)을 대용량 정보 유통이 가능한 디지털 방식의 통신망으로 교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른바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으로 불렸다. 3.5세대 통신망, 즉 와이브로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의미였다. 

 

TICN 사업에 들어가는 전체 예산은 대략 5조6000억원,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매머드급 사업이었다. 망 관리·교환체계, 대용량 무선전송체계, 소용량 무선전송체계, 전술이동통신체계, 전투무선체계 등으로 나뉜다. TICN 사업 중 망관리 및 교환접속체계, 소용량무선전송체계, 전술이동통신체계, 보안관제체계 등 4개 체계는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가, 대용량무선전송체계는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전투무선체계는 LIG넥스원이 각각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삼성탈레스가 모든 사업 부문에서 앞섰으나, 전투무선체계 사업을 LIG넥스원에 넘기자고 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갔었다. 해당 사업을 따낸 삼성탈레스와 LIG넥스원은 또다시 소형 방산업체와 분야별로 계약을 맺고 개발·양산 등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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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차세대 통신망으로 불리는 TICN 체계가 사양화에 들어선 와이브로 기반으로 이뤄졌다는점이다. 이미 시장에선 LTE(4세대 통신)를 넘어 5G(5세대 통신)까지 상용화에 들어선 마당에 전송속도나 용량에서 한참 뒤처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양산 완료 목표시점인 2023년엔 시장에서 사실상 와이브로 기반 통신망이 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7년 당시엔 신기술에 가까웠지만 통신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개발 완료 시점엔 사실상 시장에서 폐기될 처지다. 밖에선 KTX를 타고 다니며 반나절 시대가 열린 마당에, 길을 걷던 사람이 더 많은 짐을 싣고 빠르게 가겠다며 마차를 개발하고 있는 격이다.

 

왜 이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방산업체 전직 임원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직 임원에 따르면, 국방산업 구조는 △탐색개발 △체계개발 △전력화 추진 △양산개발 등 4단계로 이뤄진다. TICN 사업의 경우 2008년에 탐색개발에 착수한 뒤 필요성을 인정받아 2009년 10월 체계개발 사업자를 선정했고 법적 문제로 지연되다가 2011년 본격 착수했다. 2013년 전력화를 추진해 납품을 받은 뒤 테스트하는 데 2년이 소요됐다. 이후 2015년 가을 전력화 판정을 받아 2016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사업 필요성이 제기된 시점이 200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데 10년의 세월이 흘러간 셈이다. 그 사이 신기술에 가까웠던 와이브로 기술은 잠시 시장에서 상용화된 뒤 4세대·5세대 통신 기술에 밀려 사실상 사라진 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을 상대하려고 해도 답답한 데 그보다 더 꽉 막힌 조직이 방사청인 것 같다. 답답한 점이 많다”며 “민간 기업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TICN은 우리군의 작전운용에 적합하도록 이미 개발됐으며, 현재 와이브로 기술을 적용한 군 통신망은 문제 없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므로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 관련기사

☞ [방산비리①] [단독] ‘5조원대 차세대통신망 사업’ 단가 부풀리기 의혹

☞ [방산비리③] [단독] 비리 부풀리는 먹이사슬 구조

☞ [방산비리④] [단독] “프랑스 나흘 머물며 1시간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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