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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대기업 공익법인에 칼 들었다

공익법인 본래 설립 취지 벗어난 운용 지적…의결권 제한 가능성 높아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ㅣ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09(Mon) 14:0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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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의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개혁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결국 대기업 공익법인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다수의 대기업 공익법인이 본래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쟁 당국의 수장으로 승선하자 재계 안팎에서는 ‘공익법인 제재’가 재벌 개혁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곳곳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입성하기 전 10여 년간 수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편법승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적 논평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낸 바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취임 1년이 지나서야 나온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7월1일 발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공정위가 이번 발표에서 특정 회사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그간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김 위원장의 이력을 감안할 때, 2016년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과 이번 발표를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를 매입했다. 문제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점이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지분 매입 덕에 이 부회장의 실질적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났다는 게 당시 업계의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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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지배력 억제’가 관건

 

공정위의 이번 발표를 꼼꼼히 뜯어보면 향후 공익법인의 제재가 어떻게 흘러갈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전체 공익법인 9082개 가운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165개고, 총수가 있는 집단(44개)이 가진 공익법인은 149개(90.3%)다. 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가운데 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한 경우가 165개 중 138개(83.6%), 총수와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대표인 경우는 98개(59.4%)에 달한다. 이는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의 지배력 아래 놓여 있다는 의미다. 

 

눈여겨볼 부분은 내부거래 현황이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165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거래, 주식 등 증권거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중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공익법인은 100개(60.6%)로 나타났다. 특히, 상품용역 거래가 있는 공익법인은 92개(55.8%), 공익법인들의 동일인 관련자와의 평균 상품용역 거래 비중은 18.7%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 중 112개가 출연 주식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들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100%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결국 핵심은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을 억제하는 데 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세제혜택을 받고 공익법인을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공익법인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또한 총수 2세 출자회사에 집중돼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전 정권부터 꾸준히 제기된 공익법인의 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확대 등이 포함된 개선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대기업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성환 세연회계법인 회계사는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이 주식이 총수 일가에게는 오히려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의결권 행사 제한에 따른 지배력 변화 효과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재벌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2건(박영선·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각각 발의)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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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어떤 혜택 받나

  

재벌들은 왜 공익법인 설립에 목을 매는 것일까. 현행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에 현금이나 부동산(주택·건물·토지) 등 재산을 출연했을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만약 주식을 출연할 경우 해당 기업 전체 지분의 5%(5%룰)를 넘는 부분만 증여세를 부과한다. 공익법인 중에서도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목적 사업에 쓰고 외부감사를 받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돼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일반공익법인에 적용되는 5%룰이 성실공익법인이 될 경우 10%까지 확대된다. 

 

다만 지난해 7월부터 성실공익법인이라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 5%룰을 적용하고 있다. 공익법인이 편법 상속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후 개선됐다. 또한 일반공익법인은 특수관계가 있는 내국법인의 주식을 총 재산가액의 30%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성실공익법인은 제한이 없다. 

 

올해 1월1일부터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정관에 명시하고 자선·장학·사회복지 사업 등을 실시하는 공익법인의 경우 특정 기업 보유 지분을 최대 20%까지 보유해도 상속·증여세를 면제하고 있다. 이런 맹점을 악용해 그동안 재벌들이 공익법인을 설립했고, 그 폐해가 최근 드러난 만큼 공정위의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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