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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굴 기적’ 칭송 속에 떠오르는 아픔, 세월호

태국 ‘동굴소년들’ 고립 17일 만에 전원 구조…모든 면에서 세월호 사건과 비교돼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1(Wed) 17: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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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동굴 속.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단단한 회색빛 돌과 그 아래 찰랑이는 흙탕물뿐이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다. 이 상태로 18일을 버티는 게 가능할까. 그것도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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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일이 태국에서 실제 일어났다. 이른바 ‘동굴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태국의 유소년 축구팀 ‘야생 멧돼지(태국어로 무 빠)’의 얘기다. 11살에서 16살 사이 남학생 12명과 이들의 코치 엑까뽄 찬따웡(25) 등 13명은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탐루앙 동굴에 고립됐다가 18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이 기적에 도움을 준 이는 1000명이 넘는다. 소년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태국과 미국군의 잠수대원 1000여 명이 수색에 나섰고, 영국 잠수사와 호주 의사 등 수십 명의 전문가가 파견돼 국제 구조팀이 꾸려졌다. “동굴의 기적에 전 세계가 공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구조를 지휘한 나롱삭 오솟타나꼰 치앙라이 주지사와 구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SNS에 전달한 태국 해군은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 기적은 어떻게 전개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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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 12명 새끼 멧돼지 끝까지 품은 코치 

 

소년들을 동굴로 데려간 건 ‘야생 멧돼지’ 팀의 코치 엑까뽄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6월23일 축구 훈련을 마친 뒤 구경을 하러 동굴 속으로 갔다. 문제는 폭우였다. 일주일 넘게 비가 내려 동굴은 잠겼고, 소년들과 코치는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입구에서 5km 떨어진 동굴 내 가장 넓은 공간인 ‘파타야 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실종 초기 엑까뽄은 “아이들을 왜 동굴로 데려갔느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구조가 시작된 이후 “코치가 아이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오보가 나면서 비난은 포화 상태가 됐다.

 

그러나 먼저 구조된 아이들의 증언은 달랐다.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코치덕이었다. 파타야 비치에 아이들을 올려준 것은 엑까본 코치였다. 과자를 쪼개 하루 먹을 양을 정했고, 흙탕물 대신 천장에 고인 맑은 물을 마시라고 알려줬다.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 그는 아이들을 모두 내보낸 후 가장 마지막에 구조됐다.

 

이 부분에서 오버랩되는 우리의 아픔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선 아이들을 배에 남겨둔 채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먼저 빠져나왔다.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항해사와 기관장 등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안내 음성을 남긴 채, 속옷 차림으로 해경 함정에 올라탔다. 책임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이 선장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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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 - 영국에서 온 잠수사, 직업은 IT기술자

 

열흘 만에 바깥세상과 연이 닿은 소년들이 먼저 내뱉은 말은 “고마워요.” 이 음성을 처음 들은 건 영국인 잠수사 두 명이었다. 이전까지 생존이 불투명했던 소년들의 위치가 파악된 첫 순간이다. 소년들의 모습은 태국 해군이 SNS에 공개한 영상에 담겼다. 

 

잠수부들을 보자 야윈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고, 빨간 옷을 입은 소년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 영상을 본 영국동굴탐험협회는 영상에 등장한 잠수부가 영국 출신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던이라고 밝혔다. 스탠턴은 소방관 출신이고, 볼랜던은 컴퓨터 기술자다. 이들은 동굴탐험가로서는 ‘세계 최고’로 통한다고 한다. 특히 스탠턴은 2004년 멕시코에서 홍수로 지하에 갇힌 영국 병사 6명을 구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9일 동안 조난당한 군인들에게 잠수를 가르쳐 9시간 만에 모두를 구조했다.

 

 

■ 건강 - 호주 의사, 소년들 모두 구조된 날 아버지 사망

 

13명이 모두 구조될 때까지 옆에서 건강을 체크한 건 호주 출신 마취과 의사, 리처드 해리스였다. 동굴 잠수 경력은 30년이나 된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해리스는 5km를 잠수해 동굴로 들어가 아이들 곁을 지켰다. 몸 상태에 따라 구조 순위를 정한 것도 해리스였다. 그는 탈출을 위해서 수km를 스스로 헤엄쳐 나와야 하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소년들이 모두 구조된 7월10일 같은 시각 해리스의 부친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 구조 - SNS 통해 실시간 중계한 태국 해군

 

영국·호주·​중국·​일본 등 다국적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구조 작전을 실행한 주역은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다. 태국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수천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또 전 세계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머리를 맞댔다.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밤낮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 불안을 달래기 위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사건을 인지한 6월25일부터 페이스북 태국 네이비실(Thai NavySEAL) 계정에는 60여개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과 영상도 수십 건에 달한다. 게시물은 최대 80만명의 공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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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아픔 세월호 사건, 전혀 다른 결과

 

컨트롤타워는 나롱삭 오솟타나꼰 치앙라이 주지사였다. 나롱삭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구조 계획을 총괄했다. 당초 쇠약해진 소년들이 수영해 동굴을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구조를 장기화할 걸로 예상했지만, 주지사는 구조를 강행했다. 폭우가 다시 한 번 예상돼서다. 수위가 높아지면 동굴 내 산소가 사라져 잠수사들의 목숨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나롱삭 주지사는 “모든 게 준비됐다. 우리는 모두를 구조할 것이다”라며 강하게 말했다. 결국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태국의 기적에 대해 전 세계가 감동하고 있고, 이는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14년 4월16일, 절대 잊히지 않는 그날이 생각나서다. 아이들이 물속에 고립됐다는 점에서 결이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명확한 컨트롤타워 부재와 발 빠른 대처 실패, 사고 현장 리더의 책임감 결여. 수백명 청춘의 목숨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그 날, 우리 사회가 기적을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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