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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 신랑감은 ‘열대메기, 신붓감은 ‘손오공’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변화의 바람 불어닥친 북한 결혼 풍속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3(Fri) 08:56:46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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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입는데 신부가 화장을 제대로 해야지요. 이제는 남조선식이 돼서…한국식으로 따라 하다 보니 생각들도 많이 바뀌었어요.”

최근 입국해 정착 생활에 들어간 한 탈북 여성은 북한에 불고 있는 결혼문화의 변화 바람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북한판 한류문화의 확산이 결혼식에까지 번졌다는 얘기다. 한류의 북한 유입을 연구해 온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헤어스타일과 화장법 같은 결혼 당일의 모습은 물론 배우자의 선택이나 혼전순결 같은 결혼관까지도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풍조가 번진 데다, 일부 특권층은 물론 장마당 경제를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이 결혼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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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보단 연애결혼이 ‘딱’이야”

 

그동안 북한에선 노동당에서 정해 준 배우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왔다. 당과 수령이 모든 걸 결정하는 체제의 특성상 직장도 ‘배치’라는 이름으로 정해지고, 혼인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엔 연애를 통해 결혼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혼인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와 탈북 인사들에 따르면, 신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매결혼보다 생활 속에서 맺어진 연애결혼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중매로 결혼하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서로 파악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신식이고 앞선 생각이란 의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부도덕한 행실’로 매도되던 대학생들의 연애나 혼전관계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고 한다. 오히려 대학 시절에 연애를 못 하면 ‘깨지 못한 바보’란 말을 듣게 된다고 한다.

 

자연스레 사랑과 결혼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퍼졌다. 연애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결혼은 생활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상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에서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풍조가 비난의 대상이 됐다. 평양에서 발간되는 영화 전문잡지인 ‘조선영화’(1993년 9월호)는 “…사람들 속에서는 사랑과 결혼을 동일한 것으로가 아니라 서로 별개의 문제로 간주하면서 사랑은 사랑대로, 결혼은 결혼대로 분리시켜 생각하는 현상도 없지 않다. … 결혼을 이기적 선택의 자유로 생각하는 것 역시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불행에로 끌고 갈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요즘 와서는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결혼 상대에 대한 선호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당 일꾼, 보위원(정보기관 요원), 인민보안부원(경찰)을 선호하던 중상류층이 이제는 무역일꾼이나 외화벌이 관계자, 외교관 등 해외여행이 잦거나 외화를 가질 수 있는 부문의 근무자들을 선호하고 있다. 달러벌이가 최고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화바람이 휩쓸게 되자 나타난 현상이다.

 

여성이 원하는 이상적 배우자를 지칭하는 다양한 표현들도 등장해 세태를 엿보게 한다. 과거에는 ‘군당지도원’으로 지칭되는 인물이 최고 신랑감으로 꼽혔다. 군당지도원은 ‘군’복무자, ‘당’원, ‘지’식인, ‘도’덕인, ‘돈(북한 화폐의 단위는 우리와 같은 원)’이 있는 자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게 최근에 와선 ‘열대메기’로 바뀌었다. 이는 ‘여’자를 열렬히 사랑할 줄 알고, ‘대’학을 졸업하고, 당증을 ‘메’고 있으며, ‘기’술이 있는 남성을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식량난 해결을 위해 열대메기 양어를 적극 권장한 데서 이런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남성들의 경우 ‘현대가재미’를 최고의 신붓감으로 꼽았지만 최근엔 ‘손오공’이 뜨고 있다고 한다. 현대가재미는 ‘현’화(달러)가 많고, ‘대’학을 졸업하고, ‘가’풍이 좋고, ‘재’간이 많으며, 아름다운(한자로 이름다울 미(美)를 의미) 여성을 가리킨다. 손오공은 ‘손’전화기(휴대전화)와 ‘오’토바이, 제대 후 대학 ‘공’부를 지원해 줄 여성을 말한다. 

 

최근 평양시 중·상류층 가정들에서는 집보다 결혼식장에서 예식을 올리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전용 결혼식장은 평양의 경흥거리(경흥관)와 문수거리에 있으며, 이외에도 이름난 음식점들인 청류관과 옥류관에서 결혼식이 비교적 많이 진행되고 있다. 서구식으로 웨딩드레스까지 차려입고 연미복 형태의 정장을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양장 차림의 신부도 눈에 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붉은색 계열의 한복 차림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호화판 결혼식도 일부에선 벌어지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전언도 있다. 일부 노동당 고위 간부나 부유층이 세력 과시를 위해 결혼식을 떠들썩하게 치렀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2013년 말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과거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시절 휘하 직원들이 자녀의 결혼식을 호화스럽게 치른 게 문제가 돼 처남인 김정일로부터 한동안 문책성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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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녀와 결혼·부부 이혼도 늘어나 

 

최근 들어선 북한에서도 연상녀와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두가 여성이 독립적인 경제력을 갖추고 사회적 지위가 신장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북한에선 배우자의 간통행위가 엄격히 처벌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통일대비 남북한 여성·가족 관련 법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형법상 ‘비법혼인 및 가정파탄죄’(제257조)와 행정처벌법상 ‘부당한 이혼, 부화방탕한 행위죄’(제221조) 처벌 규정으로 간통죄를 두고 있다. 형법 제257조는 ‘여러 대상과 혼인하였거나 남의 가정을 파탄시킨 경우 1년 이하의 노동 단련형에, 정상이 무거운 경우 2년 이하의 노동 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행정처벌법’ 제221조는 부당한 목적과 동기에서 이혼을 하거나 상습적으로 부화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또는 이혼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부부생활을 한 자에 대해 벌금형 또는 3개월 이하의 노동교양 처벌을 내리고 있다. 

 

북한에 번지고 있는 새로운 결혼 풍속도는 김정은 체제 들어 주민들의 인식과 생활상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노동당의 통제보단 자유연애를 통한 결혼을 선호하고, 경제력을 지닌 배우자를 만나 안락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풍조가 북한 사회에 번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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