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훈훈한 미담으로 ‘녹차茶王’ 오른 타이핑허우쿠이

[서영수의 Tea Road] 어미 시신 수습해 준 노인에 대한 흰털원숭이의 보은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9(Thu) 14:00:00 | 1500호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녹차차왕(綠茶茶王)’ 타이틀을 갖고 있는 타이핑허우쿠이(太平魁)는 118년 전에 처음 창제된 역사가 짧은 녹차다. 황산(山)으로 유명한 안후이성(安徽省) 타이핑(太平)현 허우컹(坑)에서 1900년 왕쿠이청(王魁成)이 만들기 시작한 허우쿠이는 독특한 외형과 은은한 난향으로 중국 10대 명차로 등극했다.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차의 세계에서 막내 격인 허우쿠이의 최대 경쟁력은 허우쿠이의 짧은 역사를 깜박 잊고 마치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차로 오인하게 만드는 다양한 버전의 전설이 한몫한다.

 

%uD669%uC0B0%28%20%u5C71%29%20%uC790%uB77D%uC778%20%uD0C0%uC774%uD551%28%u592A%u5E73%29%uD604%uC740%20%uC6B4%uBB34%uC5D0%20%uB36E%uC778%20%uB0A0%uC774%20%uB9CE%uB2E4.%20%A9%20%uC11C%uC601%uC218%20%uC81C%uACF5


 

독특한 외형과 은은한 향으로 10대 명차

 

허우쿠이보다 41년 전 먼저 생산돼 허우쿠이의 전신으로 공식 인정받는 타이핑젠차(太平尖茶)를 정수경(鄭守慶)이라는 차농이 타이핑현에서 1859년부터 만들고 있었다. 완성된 찻잎이 편평해 구부러지지 않고 쭉 펴진 외형이 허우쿠이와 똑같은 타이핑젠차는 정수경의 4대손이 지금도 만들고 있지만, 지역 명차로 머물고 있을 뿐이다. 같은 지역에서 먼저 만들어졌음에도 그럴듯한 설화가 없는 타이핑젠차는 전국적인 차로 발돋움할 이야기와 확장성 부재로 허우쿠이의 그늘에 가려 지역특산물에 머물고 있다.

 

후발주자였던 왕쿠이청은 좋은 찻잎을 선택하는 선구안과 부친에게 물려받은 기술을 응용해 최고 품질의 차를 선보였다. 왕쿠이청은 차를 만드는 기법을 표준화해 마을사람들과 공유하며 찻잎을 채취하는 엄격한 기준인 사간팔불채(四揀八不采) 원칙을 지켰다. 사간은 높은 산 음지를 골라 튼실한 가지에서 1아(芽) 2엽(葉)만 채취하는 기준이다. 팔불채는 싹이 나온 양이 적거나 잎이 너무 작거나 크면 채취하지 않고 말랐거나 구부러진 잎도 피하고 벌레 먹은 잎은 버리고 빛바랜 잎과 붉은 잎은 따지 않는 것이다. 

 

왕쿠이청은 해발 800m 이상의 다원이 운무로 뒤덮인 새벽부터 햇살이 들기 전까지 갓 나온 새싹을 감싼 2장의 어린 찻잎만 선별해 채취한 후 차를 만들었다. 완성된 찻잎의 양끝은 날렵하지만 몸체는 편평하고 조금도 구부러지지 않은 채 쭉 펴진 독특한 모양을 갖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념(捻·찻잎을 비벼 세포막을 파괴해 유효성분이 쉽게 용출되게 하는 기법)을 하지 않고 손으로 찻잎을 펼쳐서 만들었다. 유념 과정 없이 만들어진 차는 다른 녹차와 달리 여러 번 우려내도 맛이 있었다. 맛과 향도 뛰어나서 왕쿠이청의 허우쿠이는 타이핑젠차의 최고봉으로 알려졌다. 

 

최고가에 거래되는 허우쿠이를 구하려고 난징(南京)과 우한(武漢) 같은 대도시의 차 상인들은 허우컹에 상설지점을 운영했다. 허우쿠이가 생산되는 허우컹은 예전부터 원숭이의 집단 서식지여서 생긴 이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평탄한 지역보다 급경사면을 이룬 산등성이에서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가파른 절벽에 있는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취하기 위해 원숭이를 훈련시켜 차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원숭이가 은혜를 갚았다는 전설이 만들어지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이었다. 허우쿠이와 연관된 이야기는 산신령과 황제가 등장하는 설화도 그럴듯하지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전설은 원숭이가 등장하는 버전이다. 사람도 아닌 원숭이가 은혜를 갚는다는 설정은 사실과 관계없이 허우쿠이에 대한 호감을 급상승시켜준다. 

 

옛날 옛적 허우컹에 사는 어린 흰털원숭이가 어미 몰래 동굴 밖으로 멀리 놀러 나왔다가 안개 때문에 길을 잃고 동굴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미가 어린 흰털원숭이를 찾아 나섰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지쳐서 숨졌다. 야생차와 약초를 캐며 어렵게 사는 노인이 죽은 어미를 발견하고 산등성이에 묻어주고 야생차 나뭇가지와 들꽃을 꺾어 넋을 위로해 줬다. 산 아래로 내려오던 노인의 등 뒤로 메아리처럼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렸지만 뒤돌아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해 노인이 야생차를 찾아 산에 올랐더니 무덤을 중심으로 푸른 차나무가 산등성이를 가득 덮을 만큼 자라고 있었다. 산속에 흩어져 보석처럼 숨어 있어야 할 야생 차나무가 인공 차밭처럼 펼쳐진 모습에 놀란 노인의 귀에 “차나무들은 제 선물입니다. 이제부터 편안히 사시기 바랍니다”라는 소리가 무덤 쪽에서 들려왔다. 노인은 그제야 전년에 주검을 묻어준 원숭이가 보답으로 차나무를 선물한 것을 알게 됐다. 그해부터 노인은 야생차를 찾아 이 산 저 산을 힘들게 다니지 않고 이곳에 와서 손쉽게 찻잎을 채취해 좋은 차를 만들어 잘살게 됐다. 원숭이가 준 뛰어난 차라는 뜻에서 ‘허우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이 전설에 젖어들면 불과 100여 년 전에 이 차가 처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uD574%uC870%uB958%uCC98%uB7FC%20%uCDA4%uCD94%uB294%20%uCC28


 

허우쿠이는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 만국박람회 출품 직전에 차 생산지인 타이핑현을 뜻하는 ‘타이핑허우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게 됐다. 타이핑허우쿠이는 박람회에서 금상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했다. 허우쿠이는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지만 중국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었다. 청나라는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탄생했지만 중국 대륙은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사분오열하고 있었다. 40년에 걸친 혼란기 동안 허우쿠이도 길고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가 1955년 중국 10대 명차에 이름을 올리면서 명성을 되찾았다. 

 

1972년 2월 미국 대통령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양국 관계가 앞으로 ‘태평(太平)’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타이핑허우쿠이를 국가 공식 국예품으로 선물했다. 2004년 열린 상하이 국제 차박람회에서 ‘녹차차왕’에 오른 허우쿠이는 특등급 100g이 3000만원에 낙찰되면서 중국 전역을 놀라게 했다. 2007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이 우호증진 의지를 상징하는 뜻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허우쿠이를 증정했다. 생산량이 워낙 적기도 했지만 허우쿠이는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100g이 3000만원에 낙찰돼 이목 집중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생산량이 답보 상태였던 허우쿠이는 원산지인 타이핑현이 황산시 황산구로 속하면서 인근 10여 개 촌락에서도 차를 만들기 시작하며 생산량이 급증했다. 2003년까지 12.6톤이 거래되던 허우쿠이는 2009년 1310톤이 유통됐다. 판매액은 해마다 20%의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소비자의 선택장애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전통적인 품질분류법을 간소화한 허우쿠이의 판매등급은 극품(極品), 특급(特級), 1급, 2급, 3급으로 분류한다. 역사가 일천한 허우쿠이는 훈훈한 미담 덕분에 오늘도 중국 명차로 대접받고 있다. ​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Health > LIFE 2018.11.15 Thu
[치매②] “세계는 ‘親치매’ 커뮤니티 조성 중”
Health > LIFE 2018.11.15 Thu
충치보다 훨씬 무서운 ‘잇몸병’…멀쩡한 생니 뽑아야
사회 2018.11.15 Thu
“도시재생 사업의 출발점은 지역공동체”
경제 > 연재 >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2018.11.15 Thu
도시재생 사업, 일본에서 해답 찾는다
경제 > 연재 > 대기업 뺨치는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실태 2018.11.15 Thu
3세 승계 위해 ‘사돈댁 일감’까지 ‘땡긴’ 삼표그룹
한반도 > 연재 > 손기웅의 통일전망대 2018.11.15 Thu
‘다 함께 손잡고’ 가야 한반도 평화 온다
사회 2018.11.15 Thu
해외입양인 윤현경씨 가족 42년 만의 뜨거운 상봉
사회 2018.11.15 Thu
[시사픽업] 25살 ‘수능’ 톺아 보기
갤러리 > 포토뉴스 2018.11.14 Wed
[포토뉴스] 증선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결론'
국제 2018.11.14 수
환경 개선 위해 시멘트 뒤집어쓴 프랑스 파리
LIFE > Culture 2018.11.14 수
[인터뷰] 문채원, 《계룡선녀전》의 엉뚱발랄 선녀로 돌아오다
경제 2018.11.14 수
“당 줄여 건강 챙기자” 헬스케어 팔걷은 프랜차이즈
사회 2018.11.14 수
박종훈 교육감 “대입제도 개선 핵심은 고교 교육 정상화”
경제 > 한반도 2018.11.14 수
[르포] 폐허에서 번영으로, 독일 실리콘밸리 드레스덴
한반도 2018.11.14 수
“비핵화, 이제 입구에 막 들어섰을 뿐”
LIFE > Health 2018.11.14 수
비행기 타는 ‘위험한 모험’에 내몰린 뇌전증 환자들
LIFE > Health 2018.11.14 수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폐렴’, 사망률 4위
정치 2018.11.14 수
경제 2018.11.14 수
[시끌시끌 SNS] 삼성, 휴대폰 이제 접는다
정치 2018.11.14 수
[차별금지법①] 국회 문턱 못 넘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정치 2018.11.14 수
[차별금지법②] 금태섭 “동성애 반대는 표현의 자유 영역 아니다”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