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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었지만 풍자 코미디는 더 어려워졌다

《개그콘서트》 시사풍자 코너 왜 시들해졌나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4(Sat) 11:30:19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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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사풍자 코미디가 시작됐다. KBS 《개그콘서트》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코너다. 한동안 《개그콘서트》를 떠나 있었던 김원효가 복귀하면서 스탠딩 개그 형식으로 선보였다. 시사풍자의 실종이 한국 코미디의 질적 저하를 부르고, 《개그콘서트》의 인기 하락으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던 시점이다. 침체기를 겪던 《개그콘서트》 입장에선 활로 모색 차원에서 시사풍자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과 3회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쏟아지는 비난이 문제였다. 처음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파문이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무릎 사죄 퍼포먼스 등을 풍자했을 때부터 비난이 나왔다. 그러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풍자한 후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이 지사가 지방선거 당선 직후 방송사 인터뷰 도중 연결을 끊으며 인터뷰를 거부한 사건을 풍자했는데, 이 지사를 지지하는 네티즌의 비난이 폭주했고 개그맨은 위축됐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이후 민감한 정치 현안이 아닌 월드컵 풍경을 풍자하거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기상천외한 글들을 소개하는 정도로 코너가 진행됐다. 비난을 염려한 개그맨의 자기검열 때문에 풍자의 칼날이 무뎌진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이 코너가 직면한 더 큰 어려움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점이다. 모처럼 정치풍자가 다시 등장했는데 시청자의 호응이 크지 않다. 시청자들이 모두 알 만큼 뜨거운 정치 현안도 별로 없다. 소재가 빈곤한 것이다. 인기도 없고 소재가 없어 만들기도 어려운 터에, 기껏 만들면 비난이 쏟아지기 일쑤니 시사풍자가 코미디 프로그램의 계륵이 돼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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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코미디, 고난의 길

 

흑백TV 시절에 시사풍자는 계륵 정도가 아니라 훨씬 열악한 처지였다. 코미디언들은 감히 권력 풍자를 상상하지도 못하고 1차원적 코미디에 만족해야 했다. 군사정권은 그런 코미디를 저질이라고 폄하하면서도 코미디에 시민적 각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억눌렀다. 영화계에서는 1968년 이승만 정권을 풍자한 《잘 돼갑니다》를 제작했다. 제작사가 검열을 신경 쓰면서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전날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극장에 들이닥쳐 개봉을 무산시켰다. 빚을 진 제작자는 병사(病死)했고 그 아들은 청와대를 찾아갔다가 구타당하고 정신병원에서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유화정책으로 대중문화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면서 김병조의 ‘지구를 떠나거라~’ 같은 풍자 유행어가 탄생했다. 그리고 ‘잘 돼야 될 텐데’를 유행시킨 김형곤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최양락의 ‘네로 24시’ 같은 코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정치풍자는 아니었다.

 

김영삼 문민정부 이후에 코미디언들이 조금씩 정치 권력자를 자유롭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현직 대통령의 성대모사가 개그계 기본 품목이 됐다. 점점 수위를 높여가던 풍자 코미디의 인기는 2012년 tvN 《SNL 코리아-여의도 텔레토비》에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을 희화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2013년 《개그콘서트》에서 정태호가 ‘박근혜’를 언급한 후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SBS 《웃음을찾는사람들》에선 수다맨 강성범이 세월호를 언급했다가 행사가 끊어지는 등 고초를 겪었다고 알려졌다. 풍자 코미디가 사라진 시대에 풍자 역할을 대신한 건 MBC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에서 시사이슈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과 자막이 간간이 등장해 네티즌이 열광했다.

 

탄핵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풍자 코미디가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풍자코너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이번에 오랜만에 등장한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풍자 수준이 높아지려면

 

과거엔 정권의 억압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네티즌 공격이 문제다. 정치 팬덤이 극렬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에 집단공격을 가한다. 이번 이 지사 풍자도, 정작 이 지사는 포용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지지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러면 개그맨은 위축되고 풍자의 강도가 약해진다. 강도가 약해지면 시시하다고 외면당하고, 강도를 높이면 집단공격당하는 딜레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과거보다 풍자의 인기 자체가 떨어진다는 점도 개그맨을 힘들게 한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가 고전하는 배경엔 스탠딩 개그라는 낯선 형식의 문제도 있지만, 풍자 자체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과거 엄혹했던 시절엔 권력자를 은유적으로 언급만 해 줘도 인기가 폭발했다. 요즘은 권력자를 대놓고 언급해도 새삼 통쾌해하는 국민이 없다. 젊은 층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시절엔 국회의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정도로도 박수를 받았다. 촛불집회 이후 관심도와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풍자의 수준도 더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우리 개그맨들이 풍자에 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경험해야 능력이 축적되고 수준이 올라간다. 독재정권 때는 살짝 언급만 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수준 향상이 불가능했고, 1990년대 이후로도 누군가의 눈치 때문에 수위를 조절하거나 어느 정도 하다가 폐지되는 일들이 반복됐기 때문에 언제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시청자들이 풍자를 좀 더 관대하게 봐주는 분위기에서 개그맨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수준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절대주의, 권위주의 체제에서 풍자는 불가능하다. 풍자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개그맨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우리 사회의 수준이 올라가고 그것이 풍자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려면 시청자가 수준 높은 풍자를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시청자의 수준이 낮으면 풍자가 피상적으로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 사회 현안을 충분히 이해할 때 그것의 풍자도 즐길 수 있다. 고도의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시청자들이 많아야 풍자가 고도화된다.

 

개그맨도 정치사회적 통찰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풍자는 근본적으로 강자의 문제점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것이다. 이것을 잘하려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절대권력 체제에선 파악이 간단했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선 복잡한 문제다. 개그맨과 시청자의 높은 수준, 그리고 권력자와 네티즌의 관대함이 어우러질 때 풍자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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