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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슈틸리케 뽑는 건 아니겠죠?

유능하고 유명한 감독 찾겠다는 축구협회, 기준·연봉 다 높였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5(Sun) 08:30:11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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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대0으로 꺾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러시아월드컵은 냉정한 기준에서 한국 축구의 실패였다.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은 상대의 전력 우위보다 우리 스스로의 패착으로 무너진 결과였다. 

 

브라질월드컵의 학습효과 없이 같은 패턴으로 실패한 게 더 뼈아팠다. 월드컵 본선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축구의 두 유망한 지도자(홍명보·신태용)에게 희망을 걸고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두 감독은 실패자라는 낙인만 찍혔다. 미래 자산의 가치마저 잃어버린 셈이다.

 

4년 전 대한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실패를 만회하겠다고 외쳤다. 브라질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3명의 국내 지도자(조광래·최강희·홍명보)를 허비한 후유증으로 인해 외국인 감독 선임에 나섰다. 선택은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선수 시절 명성으로는 역대 최고의 감독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맹활약에 독일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부임 6개월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의 결과물을 내자 ‘갓(God)틸리케 열풍’이 불었다. 동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3차 예선까지 전승 기록이 나왔다. 그는 역대 대표팀 최장수 재임 감독이 됐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실체는 대표팀이 가장 위급하던 시점에 만천하에 드러났다. 월드컵 최종예선 수준의 경쟁에서부터 그는 무전술, 무원칙, 무대책의 ‘3무(無) 축구’로 일관했다. 결국 그는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지 3개월 만인 2017년 6월 ‘사실상’ 경질되고 말았다.

 

역대 대표팀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15억원)을 투자하고도 실패로 끝난 ‘슈틸리케 케이스’는 향후 한국 축구가 대표팀 감독 선임에서 되새겨야 할 교훈을 알려준다. 4년 전 대표팀 감독 선임을 책임진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은 검증된 성과가 아닌 진정성과 인성을 높이 샀다. 부임 초기에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실수와 실패를 감싸는 모습으로 월드컵 실패 후 무너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적 배려는 익숙해지고, 능력에 대한 의문만 남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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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슈틸리케의 리더십은 갈수록 흔들렸나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기 전 1년 가까이 선수들은 감독의 능력에 강한 의문을 품었다. 최종예선 내내 상대에 대한 분석과 그에 따른 전술 대응은 완전히 빗나갔다. 훈련 프로그램도 수준 이하였다. 현대축구의 중요 요소인 간격 유지와 압박 위치조차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위 ‘밑천’이 드러났다. 게다가 패인을 선수 탓으로 돌리는 몇 차례 인터뷰로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은 완전히 주저앉았다. 

 

선수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감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며 팀은 와해됐다. 경기 중 몇몇 선수의 행동이나 인터뷰 내용에서 그런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임시방편으로 정해성·설기현·차두리 등 경험과 장점이 다양한 국내 지도자를 긴급 투입했지만 깨진 신뢰를 다시 붙이긴 쉽지 않았다. 나중에는 차두리 코치까지 떠날 정도였다.

 

한국 축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손흥민·기성용·구자철·권창훈 등 유럽파는 소속팀에서 매일 슈틸리케 감독보다 더 높은 레벨의 세계적 감독과 훈련하고 생활한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기량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 에릭센, 해리 케인, 델레 알리가 없어서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변명에 혹자는 감독이 포체티노가 아니라서라고 답하기도 한다. 대표팀 감독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내부의 선수들이 더 냉정하고 혹독하다.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조차 소속팀 감독이 스콜라리, 빌라스 보아스, 칸나바로였다.

 

이제 대표팀 감독은 실력과 이름값 모두 선수들이 진심으로 우러러 볼 만한 수준의 인물이어야 한다. 정서적 공감과 원활한 소통으로 우위를 내세웠던 국내 감독들도 전술적 세련미와 최신 훈련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하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 

 

이는 러시아월드컵을 치르던 대표팀 내부에서도 나왔던 목소리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월드컵 기간 동안 대표팀과 동행하며 선수들이 배고파 하는 부분이 뭔지 봤다. 그걸 채워주고 싶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판곤 위원장은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의 전권을 위임받고 7월5일부터 후보들과의 접촉에 돌입했다. 신태용 감독도 후보에 있지만, 대한축구협회와 김판곤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선임에 훨씬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평가가 다 끝나지 않은 만큼 신태용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시켰지만, 경쟁보다는 유예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4년 전보다 높아진 기준과 연봉

 

제2의 슈틸리케 선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4년 전 슈틸리케 감독 선임 자체가 실패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수준에 맞아야 하고,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결과를 낸 감독이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커리어엔 그 결과가 없었다”며 전임 기술위원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의 가장 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새 감독 선임 기준으로 ‘능동적인 축구 스타일’의 철학 이상으로 월드컵, 대륙별 대회, 세계적인 리그에서의 성과를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김판곤 위원장이 생각하는 조건을 보여준다. 3년 전 레스터시티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깜짝 우승으로 이끌며 다시 주목받은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5월 프랑스 리그1 낭트의 감독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의 최측근 관계자는 한국과의 접촉을 인정하면서 “대표팀보다는 클럽팀을 맡고 싶은 라니에리 감독이 정중히 고사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쓴 것보다 더 큰 연봉을 준비할 자세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첼시, 유벤투스, 인터밀란 등 유럽 내 유명 구단을 이끈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시티 감독 시절 40억원가량의 연봉을 수령했다. 현재는 연봉 수준이 떨어진 상태다. 대한축구협회 내외부에서는 이번 외국인 감독 선임에 20억원, 그가 대동할 코치진까지 총 30억원가량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각국 대표팀 감독 연봉을 보면 20억원은 전체 10위권에 해당한다. 여전히 세계 축구의 변방인 한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하겠지만, 명성과 실력을 갖춘 감독을 영입하기에 부족한 금액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관건은 시간이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가 끝난 뒤에는 각국 축구협회가 새 대표팀 감독을 물색한다. 라니에리 감독 외에 한국이 검토할 만한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할릴호지치 전 일본 대표팀 감독도 이미 3개 이상의 대표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런저런 기준을 지나치게 재다가 장고(長考) 끝에 악수를 두면 제2의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게 된다. 데드라인은 9월초 열리는 A매치를 준비할 수 있는 시점인 8월말이다. “신중하지만 빠르게 움직이겠다”던 김판곤 위원장의 말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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