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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도, 깡패, 건달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8(Wed) 14:00:00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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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가 7월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고,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간부들과 구체적인 비핵화 추진을 위한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가 예상 밖으로 단호하고 강경했던지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가 떠난 날 곧바로 성명을 내고 강한 톤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부서는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했지만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영어로도 발표된 이 성명에는 ‘강도적인’이 ‘gangster-like’로 번역되어 있다. 본디 ‘강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로버(robber)’나 ‘머거(mugger)’가 될 것이나 북한 외무성은 이를 ‘갱스터’ 즉 ‘깡패’로 번역했다. 아마 판을 깨고 싶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강도’보다는 ‘깡패’가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이라 그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도쿄에 도착한 폼페이오는 이에 발끈해 “우리가 강도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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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문은 ‘갱스터’여서 ‘깡패’라 번역해야 옳으나 국내 언론들은 북한의 원래 표현을 따라 ‘강도’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차지하겠다고 하자 이에 야당의 원내대표가 “일방적 강도적 요구다”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의 표현을 차용한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강도’는 ‘폭행이나 협박 따위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으로, ‘깡패’는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정의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북한 외무성의 경우처럼 강도보다는 깡패의 죄질을 더 ‘가벼이’ 보는 것 같다. 문헌을 찾아보면 ‘깡패’라는 단어는 1950년대 초부터 우리말에 들어와 쓰였으며 6·25전쟁 발발 후 미군이 가지고 들어온 ‘갱(gang)’에다가 패거리를 의미하는 ‘패’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깡패도 급이 있다고 한다. 바로 ‘건달’과 ‘양아치’다. 건달은 힌두교의 신 ‘간다르바(Gandharva)’를 중국에서 음역한 ‘건달바’에서 나왔다고 한다. ‘간다르바’는 천상의 음악을 맡는 신으로서, 신과 인간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소통의 신’이기도 한다. 이 ‘건달바’가 조선시대부터 ‘건달’의 형태로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지만, 언제부터인지 필요시 ‘주먹’도 쓰는 이미지도 추가되었다. 하지만 워낙 그 원뜻이 ‘소통의 신’이라 그런지 남의 눈을 의식해 나름 명분도 있고 돈만 밝히지 않는 ‘염치’도 있다. 자유당 시절 이름을 날리던 정치폭력배 유지광은 그의 자서전에서 건달은 “돈을 노리고 주먹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양아치는 걸식하는 ‘동량아치’의 줄임말로서 ‘파렴치’하고 천박한 범죄자를 의미하며, 이 말은 정작 범죄자 세계에서조차 가장 모욕적인 호칭으로 불린다. 결국 건달과 양아치의 차이는 남을 의식하는 ‘염치’의 유무라고 할 수 있겠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사용자 측은 동결을, 노동계는 금년 상승 폭의 두 배 반 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마도 서로의 시각에서는 상대방의 요구가 ‘강도적’까지는 아니더라도 ‘깡패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럴 바에야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하는 ‘건달적’인 수준에서 접점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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