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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그렇게 사과하실 거면 왜 하셨어요”

‘인종차별’ 논란 극복한 스타벅스의 7가지 ‘사과 전략’

김종일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8(Wed) 08:00:00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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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누구나 저지른다. 개인도 기업도 심지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그 잘못을 어떻게 사과하고 고쳐 나가는가에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잘못의 경중’보다 진정성으로 요약되는 ‘사과의 과정’으로 용서 여부를 결정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단순한 진리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사과는 생각보다 어렵고 용서받기는 더더욱 힘들다. 

 

조직이 어떤 잘못으로 큰 리스크(위기)에 봉착했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수습책 중 상책이 바로 수장(首長)의 사과다. 그런데 어떤 사과는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 책임 회피성 변명은 오히려 사과를 하고도 더 욕을 먹게 한다. 반면 도저히 수습될 것 같지 않던 사태가 어떤 사과로 누그러지기도 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 ‘진정성 있는 사과’라는 게 대체 뭘까. 왜 어떤 사과만 받아들여질까. 쉬운 질문 같지만 답하긴 쉽지 않다. 이럴 땐 구체적인 경험으로 분석해야 한다. 한국의 아시아나항공과 미국의 스타벅스. 위기의 순간, 두 기업의 대응은 극명히 대비됐다. 그리고 이 차이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기내식 대란, 낙하산 인사 논란에 경영진 갑질까지 덮쳐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7월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회장에게도 그룹 전체에도 여론의 반전을 꾀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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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스스로 날린 아시아나항공

 

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불편을 끼친 승객과 고생하는 직원들,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의 유족에게 사과했다.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박 회장은 ‘기내식 업체 변경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오해”라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에서 도와줬으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협조를 못 받았다”며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자신의 딸을 계열사 금호리조트 상무로 앉혀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인생 공부, 경영 공부를 시키려는 것”이라며 “예쁘게 봐 달라”고 말했다. 

 

왜 여론은 그룹 총수인 박 회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박 회장이 ‘나쁜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문제 원인을 남에게 돌렸다. 경영 세습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는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겼다. 무엇보다 변명 같은 해명만 늘어놓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 

 

여론은 박 회장의 의도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성명을 내고 “기내식 대란은 박 회장의 경영 실패를 그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아시아나 직원들은 서울 광화문에서 ‘경영진 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박 회장의 갑질 사례를 추가로 폭로하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실패로 끝난 기자회견, 사과가 된 셈이다. 

 

스타벅스는 최근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4월12일(현지 시각) 필라델피아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선 흑인 남성 2명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있었다며 직원이 이들의 화장실 사용 문의를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백인이었다면 체포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거센 논란이 일었다. 스타벅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화약고’ 같은 이슈다. 언론은 주요 사건으로 이를 다뤘고 여론은 계속 들끓었다. 스타벅스 역시 사면초가에 처했다.

 

스타벅스의 대응은 달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피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슐츠 회장은 “음료 값을 지불했든 아니든 모든 고객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에도 슐츠 회장은 직접 나서 여러 차례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존슨 CEO는 시애틀 본사에서 필라델피아로 날아가 봉변을 당한 흑인 두 명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방송에 출연해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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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달러 손실 감수한 스타벅스의 사과

 

무엇보다 스타벅스는 재발방지에 집중했다. 스타벅스는 6월29일 미국 8000여 개 직영 매장 전체의 문을 닫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反)인종차별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17만5000여 명의 미국 내 스타벅스 직원들은 반(反)편견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4시간여 동안 다른 성별(性別)이나 인종의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가졌던 편견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는 훈련을 받았다. 365일 중 하루에 불과하지만 스타벅스로서는 2000만 달러(약 224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스타벅스의 재빠른 대응에 성난 여론은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위기 대응 방법에 주목했다. 미국 경영전문지 Inc는 “존슨 CEO가 책임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위기관리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스타벅스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포브스는 ‘사과의 심리학: 스타벅스 케빈 존슨 CEO는 어떻게 해냈나’라는 ‘케이스 스터디’ 기사를 통해 스타벅스의 사과 과정을 정밀 분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사과가 필요한 기업의 위기 대응 방식에는 7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피해자가 있다는 즉각적인 인정’과 ‘사건에 대한 책임’ ‘피해자에게 끼친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 ‘변명과 합리화 피하기’ ‘적절한 보상’ ‘문제의 원인을 고칠 수 있는 구체적 계획’ ‘후속조치에 대한 증거와 약속 이행’ 등이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이와 같은 ‘사과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과를 했기에 대중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에게 집중한 스타벅스

 

무엇이 달랐던 걸까. 무엇보다 스타벅스는 ‘피해자’에 집중했다. 존슨 CEO는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입은 피해보다 피해자와 대중이 받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바로잡는 데 더 집중했다. 존슨 CEO는 공식 사과문에서 이번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정의했다. 언론은 수차례 이 말을 인용했다. 또 존슨 CEO는 변명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앞세워 사건의 초점을 돌리면서 합리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결코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

 

존슨 CEO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다. 직접 만나 사과하기 위함이었지만, 그 전에 자신을 만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피해자들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우리 기업들이 흔히 간과하는 ‘2차 가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한 보상도 달랐다. 피해자들은 존슨 CEO와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보상을 받았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온라인 학사학위를 등록금 없이 수료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피해자를 우선 생각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보상안(案)이었다. 

 

스타벅스의 사과에서 제일 빛나는 부분은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직원의 개인적 잘못으로 돌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존슨 CEO는 직원을 탓하는 대신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 문을 닫고 직원 교육을 한 점도 기존 기업들의 대처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런 대처는 스타벅스가 문제의 원인 자체를 고치겠다는 의지를 대중들로 하여금 신뢰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직원 일부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적인 문제였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진정성’을 갖게 했다. 포브스는 “한두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보다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높다”며 “그것은 희생양을 만들거나 더 큰 문제를 덮어두려는 시도로 보이기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 전문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빠른 사과가 최선의 전략이었던 시대는 지났다”며 “구체적인 상황 파악과 대책 없는 사과는 위기를 더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에서 ‘죄송하다’는 말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대중은 사과에 대책이 담겨 있어야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 관련기사

☞ 알맹이 없는 기업 오너들 사과, 상황 더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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