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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기업 오너들 사과, 상황 더 악화시킨다

[인터뷰]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대중은 대책을 원한다”

유경민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8(Wed) 08:00:00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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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오너들의 ‘죄송하다’는 말은 더 이상 대중에게 닿지 않는다. 오히려 무책임한 사과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의 사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정치인의 공약과 시민단체의 구호도 힘을 잃어간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알맹이 없는 메시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리더들의 메시지에 대책은 물론 가슴 뛰게 하는 비전도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더 나은, 더 좋은 삶에 대한 성찰’이나 ‘도전하는 용기’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 대표는 2015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 기획팀장으로 일하는 등 다수의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에서 메시지 전략을 기획했다. 최근 출간된 저서 《메시지가 미디어다》에서는 스마트폰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 전략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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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위기 순간에 어떤 메시지 전략을 택해야 하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로버트 마이어(Robert Meyer) 교수는 현대를 ‘사과의 시대’로 규정했다. 기업의 위기는 예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몇몇 유력 소수 언론 등 기득권과의 결탁 등을 통해 위기 통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위기는 더 이상 통제 가능하지 않다. 사과할 일이 많아진 셈이다. 그런데 위기 때마다 하는 사과는 효과가 없다. 이제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에서 ‘죄송하다’는 말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남성이 하는 사과와 여성이 원하는 사과의 방식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상대적으로 남성은 일단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여성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하길 원한다. 기업과 대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은 대책을 원한다. 기업은 이에 부응해야 한다.”

 

적절한 사과의 구체적 사례가 있나.

 

“미국 존슨앤존슨이 생산한 타이레놀에서 청산가리가 나와 8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제조사가 아닌 약국의 과실로 발생한 사건으로 판명 났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즉시 전 제품을 수거해 모두 검증했다. 해당 제품은 10주 동안 판매되지 않았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이 기대하는 대처 수준이 있다. 기업은 이 기대를 능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사과가 효과가 있다. 구체적인 상황 파악과 대책 없는 기업의 사과는 위기를 키울 뿐이다. 일본 도요타는 2009년 리콜 사태 때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렸고 사태는 훨씬 악화됐다.”


한국 리더들의 경우 대중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기업이 겪는 변수는 오너 리스크다. 기업의 전근대적인 문화가 원인이다. 위기가 생겼을 때 오너들은 대중에게 죄송한 마음보다 ‘운이 없어 걸렸다’는 생각을 갖는다. 근본적인 기업 문화를 고쳐야 해결될 문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의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잘 관리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럴 땐 인생을 똑바로 살라고 답한다.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삶에서 우러나온 진실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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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는 개인의 경험과 공적 가치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게 메시지의 전부다. 메시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하는 신호다. 개인의 경험과 공적 가치가 만날 때 메시지는 폭발적으로 전파된다. 선거 메시지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을 지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삶이 공약에 부합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이 유력한 서울에서 출마하지 않고 부산에서 출마해 여러 차례 낙선한 경험이 있었다. 지역 분권을 위해서였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의 삶이 있었기에 추후 행정수도 공약이 신뢰받을 수 있었다.”


이야기가 담긴 메시지를 어떻게 생산할 수 있을지.

 

“‘나는 누구인가’를 제대로 질문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거는 후보가 자신을 파는 과정이다. 후보의 가치와 철학이 공감할 만한 것일 때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후보가 자기 자신을 모르면 이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정치 캠페인을 하면 후보와 인터뷰를 8시간 이상씩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게 낯설다. 기업도 똑같다. 제품을 파는 기업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가치를 파는 기업들이 살아남는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 사례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무엇’보다 ‘왜’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무엇’이 제품이라면 ‘왜’는 가치다.”

 

인상적이었던 리더의 메시지가 있다면.

 

“히딩크 감독이 한국 팀에 와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게 ‘한국의 기술은 세계 최고이나 체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술이 부족하니 강점인 체력을 키우자는 말을 메시지화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에서 조직을 관리하려고 해도 메시지가 필요하다. 지도자가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땐 어떻게 말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리더들의 메시지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용기가 가장 먼저다. 자신의 이익을 뒤로하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는 이 용기가 없다. 정치인의 말에서 경청할 만한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다. 용기 있는 메시지의 대표적 사례로 빌 드 블라지오(Bill de Blasio) 미국 뉴욕시장의 ‘두 도시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그는 출마하며 ‘미국에는 두 개의 뉴욕이 있다. 가난한 뉴욕과 부자 뉴욕이다. 나는 뉴욕을 하나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나의 뉴욕’을 위한 방법은 간단했다. ‘연 수익 50만 달러 이상인 사람이 하루 스타벅스의 가장 작은 사이즈 커피 한 잔 값을 더 내면 된다.’ 이 메시지로 그는 2013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73%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모두를 위한 메시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지도자들은 누구를 위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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