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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못났다…‘못난 우리’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김종일의 국회 사용설명서] 3회 - 욕 먹는 국정감사, 대체 왜 하는 걸까

김종일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6(Mon)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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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정치’는 미움 받고 있습니다. 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은 미움의 대상으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입니다. 특권은 누리면서,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이고,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고, 기업인들의 발목이나 잡는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상당수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참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정치가, 국회의원들의 잘못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항상 욕을 먹지만 특히 국회가 욕을 많이 먹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국정감사’가 열릴 때입니다. 국회의원의 권력 중 핵심은 입법권·예산 의결권·행정부 감사권 등 크게 3가지입니다. 국회는 바로 행정부에 대한 감사권을 행사할 때 욕을 제일 많이 먹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을 행사할 때 제일 욕을 먹게 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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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 국정감사

 

국정감사 때 국회가 욕을 먹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사실 근원은 같습니다. 해당 업무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수백 페이지의 자료를 정부에 요구해 애꿎은 공무원들을 괴롭힌다는 지적입니다. 언론에서도 비슷하게 매년 기사를 씁니다. 공무원들이 국회에 출근하다시피 며칠씩이나 대기하면서 정작 본업이 마비된다는 내용, 많이 보셨을 겁니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국정감사를 제일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들보다 업무 이해도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생중계 되는 카메라 앞에서 호통 치는 걸 속절없이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업인들도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국정감사를 끔찍해 합니다. 끔찍해 하는 만큼 국회의원들을 욕 합니다. 경제에 대해 1도 모르면서 불러다놓고 피 같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고 푸념합니다. 어김없이 언론도 비슷한 주제로 국정감사를 비판합니다. 많은 언론에서 ‘이런 국정조사 왜 하나’ ‘비효율의 극치’ 등의 제목을 달아 기사를 냅니다. 

 

국회가 지금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비전문성, 비효율성, 사익 추구 등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맞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대체 이토록 비효율적이고 쓸모없어 보이는 걸 왜 매년 하는 걸까요? 국회에게 행정부 감사권을 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까요? 

 

이 질문은 사실 엄청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체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체제인 겁니다.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권력을 위임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합니다. 사법부는 직접 선출하지는 않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사법부의 수장을 뽑게 해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하면 다음 선거 때 다시 당선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관료는 어떨까요? 공무원 말입니다. 이들은 그 어렵다는 ‘고시’와 같은 시험을 보고 뽑힙니다. 그만큼 우리 공무원들은 유능합니다. 게다가 열정적입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공무원 상당수는 퇴근과 주말을 포기한 고단한 삶을 살아도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 적잖은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데는 공무원들의 유능함과 헌신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혹시라도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더 추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려운 말로 ‘관료제’라고 하는데요. 열정적인 데다 유능하기까지 한 이들이 국민들의 의사에 반(反)하는 행동을 하면 어떻게 하죠? 실제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권력과 유착한, 부당한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관료집단을 목격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는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관피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권 같은 권력으로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겁니다. 우리가 권한을 위임한 선출된 권력이 정부를 구성해 관료들을 통제해 나랏일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합의한 민주주의의 대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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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순서, 국민 다음이 국회

 

잠깐 헌법을 볼까요?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순서에 따라 구성돼 있습니다. 헌법은 ‘전문과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경제, 제10장 헌법개정’ 등의 순서대로 돼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국민-국회-(행)정부-법원’ 순서입니다. 국민 다음이 국회입니다. 국회는 정부보다 앞서 있습니다. 국회가 시민들의 직접적인 대의기관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입법권을 국회에 주었습니다. 보다 똑똑한 관료들이 아닌 국회에 말이죠. 다른 많은 나라들도 이렇게 헌법이 구성돼 있습니다. 

 

지금 헌법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닙니다. 5공화국 때는 행정부가 국회 앞에 있었습니다. 유신헌법은 ‘통일주체국민회의-대통령-(행)정부-의회’ 순이었습니다. 지금 국회의 헌법상 지위는 국민들의 엄청난 투쟁으로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겨우 되찾아온 겁니다. 맞습니다.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관료나 경제인들에게 호통 칠 수 있는 권한은 바로 국민들이 준 겁니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대리인으로 일하라고 그런 특권을 준 겁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잘못한 관료와 경제인들을 불러 호통 치는 국회의원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제대로 된 호통, 지적이어야겠지요. 

 

사실 국회는 못났습니다. 임시직 비정규직이라 관료들보다 비전문적이고 경제인들보다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그렇지 않나요? 대다수 국민들은 관료보다 경제인보다 잘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우리의 대표로 뽑혔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관료나 경제인들보다 비전문적이고 비효율적인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국정운영의 키를 맡겼습니다. 왜요?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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