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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고교 여행비, 이래도 되나”

학교 해외탐방 프로그램 '고비용' 논란 여전…"상대적 박탈감" vs "입시에 도움"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6(Mon) 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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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고등학교 학생들 대상 여행 경비가 500여만원에 이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집안 형편 탓에 못 가는 아이들이 상처받는 것은 물론 부모와 자식·부부 간 갈등을 유발해 가정을 휘청이게 만들 수도 있다."   

 
고등학교 해외여행 프로그램에 관한 '고비용'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학교 주관 해외여행을 더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고 성토한다. 반면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측면도 크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많게는 3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해외여행 경비를 두고 교육 현장은 수년째 출구 없는 진통을 겪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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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공립고 미국탐방 경비 1인당 336만원…"못 가는 학생 박탈감"

 

7월16일 제보자와 대구광역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구의 한 공립고등학교는 최근 1학년 학부모들에게 '2018 드림프로젝트 참가 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드림프로젝트는 오는 10월3일부터 12일까지 8박10일 동안 진행될 예정인 미국탐방 프로그램이다. 미국 현지 고등학교 수업 참여, 명문대·관광지 견학 등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이 학교는 학생 1인당 납부해야 할 참가 경비를 약 336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일비 등을 포함하면 5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게 일부 학부모들의 의견이다. 

 

참가에 동의하지 않은 학부모 A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학교에서 주관하는 8박10일 여행 비용이 500만원 이상인 것은 너무 과하다. 웬만한 사립대 한 학기 등록금보다 비싼 수준"이라며 "못 가는 아이들은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해당 학생 가정에서는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부모와 자식 사이 벽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다. 24시간 얼굴을 마주하는 학생들 사이 위화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면서 "사립도 아닌 공립 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여행 프로그램을 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가 학교와 국민신문고 등에 항의했지만, '문제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대구교육청은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해당 학교에 확인해 본 결과 드림프로젝트는 2013년부터 진행돼왔고, 직전인 2017년 프로그램 진행 후엔 참가 학생 만족도가 97%였다"며 "프로그램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비용으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으나, 선발 학생 대상 프로그램이라 장학금, 교육경비 보조금 등으로 지원해 주진 못 했다"며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올해부터는 1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확대해 실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의 설명에 A씨는 더욱 분개했다. 학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학년 학생 100여명 가운데 30여명을 선발해 미국탐방에 나섰다. 기숙사 상·벌점, 수업 태도 등이 선발 기준이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선 선발 제도를 없애고 1학년 학생 전원에게 참가 의사를 물었다. 이에 따라 불참 학생들의 박탈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A씨는 강조했다. 과거엔 소수 학생 대상 프로그램이라 알게 모르게 넘어가기라도 했지, 이제 강제로 아이들 집안 형편 차이를 드러내려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주장이다. A씨는 지역 학부모단체와 연계해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항의 의사를 계속 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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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 넓히고 대학 입시에 도움" 의견도 커 해결책 난망  

 

학교 측은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나름대로 짜낸 최선책이라고 해명했다. 남아무개 교장은 "드림프로젝트를 왜 30여명 대상으로만 실시하느냐는 학부모들 의견이 많아 올해 학기가 시작되기 전 설문조사를 했다"며 "그 결과 1학년 학생 부모들 중 95%가량이 '전원 대상 확대 실시'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16일까지 전체 104명 학생 가정 중 단 4곳 빼고 드림프로젝트 참가 의사를 밝혀왔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여행 경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남 교장은 "여러 여행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 결과"라며 "(비슷하게 미국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336만원이)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또 저소득층 학생에게 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 교장은 "차상위계층 등의 서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담임교사가 보기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한 반에 2명 정도씩 선정해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고등학교 현장에서 해외탐방, 수학여행 등과 관련한 고비용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왔다. 주목받아도 그때 뿐이다. 학교 주관 해외여행은 여전히 성행한다. 한술 더 떠 자율형사립·특수목적고 등에서 일반고로 확대되는 추세다. '차별화 교육'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들의 욕구가 크기 때문으로 교육계는 분석하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해외탐방 프로그램 참가 경험이 학생들의 대학 입시 과정에서도 유리한 스펙으로 작용한다"며 "일부 학교에선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학부모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해외탐방 경비를 대신 부담해주는 등 사례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서야 비용에 대한 일각의 불만은 피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수학여행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학생 1인당 경비가 100만원이 넘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곳은 74개교, 114건(한 학교에서 여러 팀으로 나눠 가는 경우)에 달했다. 이중 300만원 이상은 16건,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21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은 77건이었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한 자사고는 9일간 미국 서부로 수학여행을 다녀와 1인당 금액이 401만원에 달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는 2학년 수학여행 선택지 11곳 중 10곳을 미주,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선정해 학생 정원 380명 중 국내를 선택한 28명을 제외하고 352명이 외국으로 다녀왔다. 김 의원은 "여행지가 학부모와 학교의 합의를 거쳐 해외로 선정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경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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